‘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쾌거...함께한 배우들 릴레이 인터뷰 1. 송강호

“봉준호 감독이 가장 말하려던 건 인간에 대한 존엄”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06/07 [10:57]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쾌거...함께한 배우들 릴레이 인터뷰 1. 송강호

“봉준호 감독이 가장 말하려던 건 인간에 대한 존엄”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06/07 [10:57]

“‘기생충’은 우리 스스로 계급과 계층 만든다고 말하는 영화”
“작품 고를 때 예술가로서 고민하고 각성하는 느낌 주고 싶다”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큰 몫을 해낸 ‘기생충’ 히어로 송강호. <뉴시스>    

 

“봉준호 감독은 1997년 영화 <모텔 선인장>에서 연출부로 일할 때 처음 봤다. 장준환 감독도 있었다. 코 질질 흘리는 까까머리였다. 잘못 전달된 게, 오디션을 본 건 아니다. 인사하고 싶은 마음에 들른 거다. 나는 그때 <넘버3>를 촬영하고 있는 상태였다.”


5월29일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후에 봉준호 감독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장문의 메시지를 통해 ‘지금은 연이 안 닿았지만 당신과 훗날 작품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양반은 나를 만날지 안 만날지를 모르는데···. 이 태도를 보고 ‘이 사람은 뭐가 되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부르는 애칭 ‘뽕뽀로봉봉봉’ ‘쏭쏘로송송송’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봉 감독과 그는 스크린 밖에서 둘도 없는 친구다.


송강호는 “봉 감독과 <설국열차> 할 때 MBC 팀이 찍고 있었는데 몰랐다. 가끔씩 그렇게 부른다. 평상시에 봉준호 감독과 나는 진짜 친구이자 동지다. 봉준호 감독의 특징은, 너무 웃기고 유머러스하다. 후배들도 한결같이 얘기하는 게 ‘어떻게 저렇게 평안한가’ 하는 거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고, 수십 번 테이크를 갈 것 같고, 천재 감독들의 광기를 예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추어올렸다.


봉 감독의 별명 ‘봉테일’에 대해서는 “봉준호 감독이 세상에 가진 따뜻한 시선과 통찰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봉테일’은 약간 기능적이고 현상적인 부분이다. 그런 단편적 표현보다는 세상에 대한 비전이 봉준호 감독의 가장 독보적인 면모”라며 “봉 감독의 통찰력을 주목하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리지만 한참 우러러보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감독이라고 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봉 감독에게 대한 믿음은 촬영현장에서도 이어졌다.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연기해도 다 받아줄 것 같고, 다 조율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작업한 건 아니다. 10명의 배우가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앙상블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었다. 보이지 않게 주연배우는 압박이 있을 수 있는데,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다 해소해줬다.” 


송강호는 계층구조 속 갈등을 넘어 인간에 대한 존엄을 다룬 작품이 <기생충>이라고 강조했다.


“가진 자, 못 가진 자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봉준호 감독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이다. 냄새, 선 이런 부분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관념 속에 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벽을 친다. 그것이 계급을 만든다. 우리 스스로가 계급과 계층을 만들고 있다는 말을 하는 영화다.”


아울러 그는 “<기생충>은 선과 악, 피아를 가르는 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극 중 박 사장(이선균)에 대해 어떤 정확한 감정을 갖고 쭉 가는 게 아니다. 동질감인지, 이타심인지 감정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 그래서 이 영화에 묘미가 있는 것이다. 정확히 선을 나눠 선과 악이 충돌하거나 마찰하는 영화라기보다 동지도 아니고 적도 아닌 존재, 같이 살아가지만 왠지 다른 모습들로 뒤엉켜 가는 모습을 재미나게 표현한 영화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영화는 아니다.”


<기생충>은 단지 한국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송강호는 “칸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한국사회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이냐는 것이었다. ‘너희 나라가 더할걸’이라는 식으로 답했다. 전 세계가 이러한 환경에 살아가고 있다. 어떤 체제나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 영화가 아니다. 한국사회만의 양극화를 담은 영화가 아니다. 사회시스템이 아닌 전 세계에 해당하는 영화다”라고 역설했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에 상영 당시의 호응에 아직도 전율하고 있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좋아하고 열광해 줄지는 몰랐다. 2300석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2300명이 꽉 찬 상태에서 세계 최고의 극장에서 상영하는데, 인사를 하고 나서 객석에는 못 앉겠더라. 뒤에 몰래 앉아서 봤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송강호를 무대로 불러올렸다. 송강호는 그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봉 감독이 나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준 거다. 원래 그런 일을 안하는 양반인데 놀랍고, 고마웠고, 감동이었다. 내가 봉 감독을 세게 끌어안았는데, 너무 벅찼다. 심사위원장이 우리 영화를 호명했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우리를 부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들으니 그 감동은 (엄청났다). 내가 봉 감독 가슴을 쳤다고 하던데, 나는 가슴을 친 줄도 몰랐다. 두 번인가 세 번을 쳤는데 뒤늦게 깨달았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 폐막 당일 아침 귀국할 예정이었다.


“비행기 시간을 보니 너무 억울하게도 수상 결과를 대한민국 5000만 국민들 중 제일 늦게 알게 되겠더라. 그래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귀국 일정을 옮겼다). 그리고 내가 일정이 없다. 다른 후배 배우들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 준비를 하면서 없는 시간 쪼개서 칸을 간 것이었다.”


“<밀양> <박쥐> 때도 폐막식에 참가했다. ‘봉준호 감독이 상을 타면 박수 치고 으쌰으쌰 해줘야지’하는 마음으로 폐막식까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얼마나 외롭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상식 때 참가하더라도 끝날 때까지 누가 무슨 상을 받는지를 전혀 공개를 안하니까. ‘감으로 남아 있자’라는 생각을 했다. 제작보고회 때 내가 가면 상을 타는 전통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터져버려서 너무 좋았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에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당 하나의 상만 주는 칸 영화제의 전통 탓에 남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끼리 조촐하게 숙소에 있는데 봉준호 감독이 그 말씀을 하더라. 이냐리투 감독이 내가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고 말했다고. 이 분이 아직 술이 덜 깼나 싶었다. 봉 감독은 기쁜 마음에 이냐리투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 속마음까지 알려줬다.”


동료배우 중 장혜진(44)과 최우식(29)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우식이와 소담이가 제일 막내다. 소담이를 편하게 (막) 대할 수는 없으니까. 우식이는 생각은 많은데, 경험이 없다 보니 말을 잘 못한다. 그걸 우리가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어떻게 얘기하나’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거다. 애정의 표현이다.”


송강호는 장혜진과는 “이번이 첫 번째 호흡은 아니다”고 밝혔다.


“<밀양> 때 같이 했다. 동네 아줌마로 나왔다. 봉 감독이 캐스팅 전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추천하길래 봤더니 장혜진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본기가 정말 훌륭한 배우였다. 연극과 독립영화를 통해 많이 활동했다. 왜 이렇게 늦게 발견했나 싶었다. 이 영화를 통해 장혜진이라는 좋은 배우를 알리게 돼 좋았다.”


송강호는 배우로서의 신념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나는 후배들이 많이 쳐다볼 수밖에 없는 포지션에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출연하면 500만, 1000만을 꼭 넘기는 그런 선배의 모습보다, 후배들이 보기에 작품을 선정하는데 있어 예술가로서 고민하고 각성하는 느낌을 주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흥행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 연속으로 잘될 수도, 연속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 그건 배우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송강호는 “세월이 지나도 <기생충>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ㅗ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생충>에 경의를 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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