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쾌거...함께한 배우들 릴레이 인터뷰 3. 박소담

“영화 속 동선까지 완벽…감독님 연출력 놀랍다”

뉴시스 | 기사입력 2019/06/07 [11:11]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쾌거...함께한 배우들 릴레이 인터뷰 3. 박소담

“영화 속 동선까지 완벽…감독님 연출력 놀랍다”

뉴시스 | 입력 : 2019/06/07 [11:11]

“칸 날아가 스케줄 소화 끝냈는데도 아직 얼떨떨하기만…”
“슬럼프 겪다 ‘기생충’ 출연…연기 갈증 풀렸고 행복하다”

 

▲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함께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는 배우 박소담. <뉴시스>    

 

“아직도 많이 얼떨떨하다. 칸에 다녀왔고, 이미 모든 스케줄을 진행 중임에도 ‘내가 정말 칸에 다녀온 게 맞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배우 박소담(28)은 지난 5월30일 인터뷰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생충>을 함께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내가 믿고, 푹 빠져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게 너무 행복했다. 그 전까지는 폐 끼치지 말고 내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스태프들 얼굴을 다 외운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영화 한 편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뒤에서 많은 분들이 준비하는 줄 몰랐다. 시스템 자체를 몰랐다. 같이 하는 분들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다. ‘내가 왜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기생충>은 곧 깨달음의 현장이었음을 고백했다. 박소담도 한때 슬럼프를 겪었다고.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이후 연기적으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내가 진짜 저 연기를 잘했는지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두려웠다. 이후로 드라마도 하고 노출이 계속됐는데, 안 좋은 반응이 있었다. <렛 미 인>이라는 연극 오디션을 볼 때는 해외에서 스태프들이 왔다. 남자 10명, 여자 10명이 같이 들어가 오디션을 봤는데 ‘왜 오디션을 우리랑 같이 보지?’하는 시선을 보내더라. 이제 오디션도 마음 편히 못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진짜 어디로 숨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당시에는 몰랐다. 이후 1년 정도 쉬면서 ‘내가 힘들었구나. 지쳤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그 일을 계기로 여행도 가고 그랬다.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한동안 쉬면서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떠한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생충>은 이러한 슬럼프를 극복케 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을 만나고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 과정을 거치고, 충분히 쉬고, 감독님을 만나서 즐길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도 많이 풀렸고 행복해졌다. 빨리 다른 작품으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로 다시 일을 많이 하고 싶다. 오래 쉬었으니까.”


봉준호 감독이 박소담에게 힐링을 안긴 작품은 <기생충>이 처음은 아니다. 박소담은 “영화 <옥자>(2017) 때 감독님과 인터뷰를 했다. 연락이 왔을 때 잘못 온 줄 알았다. 내가 마음이 열리지 않았을 때다. 회사도 없고 혼자 있는 상태였다. 감독님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감독님이 ‘미자’ 역을 맡을 배우를 찾다가 나의 사진을 보고, ‘10대가 가능하겠는데’라고 생각해 오디션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불러놓고 보니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감독님이 생각한 미자의 나이보다 열 살이나 많다 보니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보자마자 말했다. <옥자>를 개봉했을 때 내 나이는 스물여섯, 스물일곱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미팅을 했을 때는 스물다섯 살 정도였다. 어쨌든 봉준호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박소담은 <옥자> 캐스팅뿐 아니라 <기생충> 캐스팅도 불발되는 줄 알았다고.


“감독님이 처음에 영화에 대해 설명했을 때는 아직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연락이 없어서, ‘아, (다른 배우로) 바뀌었나?’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감독님이 나 안 쓰는 줄 알았다’고 말했었다. 모든 배우들이 다 그 얘기를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정작 그렇게 안 느꼈나 보더라.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내가 분명히 얘기했는데, 왜 불안해했나. 난 시나리오 쓰느라 바빴다. 거기에 집중하느라 드문드문 연락을 한줄 몰랐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봉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했다. 특히 “영화 속에 짜 놓은 동선이 그랬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화에 동선이 많았다. 감독님이 ‘그런 동선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말로 설명을 듣고 콘티를 보는데, ‘대사나 카메라 무빙이 이렇게 되나’ 싶었다. 그런데 딱 맞아떨어지더라. 그런 걸 어떻게 다 계산하며 시나리오를 썼는지…. 모든 계산이 다 되어 있던 것이 놀라웠다.”


영화 속 ‘기정’은 현실의 박소담과 흡사하다.


“기정이는 막내지만, 감독님이 ‘기정과 기우(최우식)가 누가 오빠고, 누가 누나인지 긴가민가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실제로 양가 통틀어 첫째이고, 맏이라서 기정이의 현실감각 같은 부분은 나와 많이 닮았다. 학교 다닐 때 과대표도 해서, 나서는 게 더 편하다. 그런 부분 때문에 이번 역할도 재밌게 잘할 수 있었다. 기정이가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것도 나랑 비슷했다.”


박소담은 기정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기정이는 실력은 있는 아이다. 공부도 많이 했고, 지식은 많으나 취업은 안 되는 사람이다. 나도 졸업하고 스물세 살 때 한 달에 오디션을 17개씩 볼 때가 있었다. 4년 동안 그렇게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여행 한번 가지 않고 졸업한 사람은 동기 중에 나밖에 없다. ‘왜 이렇게 악착같이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정’으로 변신한 첫 촬영은 ‘생얼’로 이뤄졌다. 박소담은 “아무래도 우리 가족의 첫 등장도 그렇고, 멀끔한 상태는 아니지 않나. 감독님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상대 배우를 만나고 감독님을 만난다고 하면, 꾸미고 가고 싶지 않겠나. 영화 속 기정과 기우로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짚었다.


기정은 아버지 앞에서도 욕을 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욕을 즐기는 캐릭터다.


“영화 속 설정이 취했기 때문에 욕을 하는 게 가능하기도 했고, 내가 그렇게 하는 걸 아버지(송강호 분)가 귀여워 해줬다. ‘괜찮나요, 아버지?’라고 물으면 ‘막 해, 막 해’ 라고 말해줬다. 나는 극 속의 기정이 너무 예의 없어 보이고 나빠 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감독님이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줘서 시원하게 (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소담의 부친은 딸이 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버지도 내가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창피할 정도로 좋아한다. 우리 부모님이 자랑 같은 건 잘 못한다. 엄청 좋아하는데, 남들이 얘기하면 엄청 쑥스러워한다. 대학 입학하고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아빠는 내가 배우가 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말씀을 해서 그때 엄청 울었다.”


공백 끝에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는 박소담은 마지막까지 연기 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동안 안 해본 역할을 해보고 싶다.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머리를 짧게 자르니, 자꾸 러블리한 캐릭터 쪽으로 연락이 왔다. 의외였다. 이번에 들어가는 영화가 액션을 하는 부분이 있어 한을 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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