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수사결과 발표...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막

떠밀리듯 재판 넘겼지만 ‘성범죄’ 쏙 빠져 ‘뒷말’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6/07 [13:23]

‘김학의 사건’ 수사결과 발표...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막

떠밀리듯 재판 넘겼지만 ‘성범죄’ 쏙 빠져 ‘뒷말’

송경 기자 | 입력 : 2019/06/07 [13:23]

김학의 성범죄 혐의, 증거 못 찾았다며 기소 제외해 구설
과거사위 의혹 제기한 한상대 기소 않고 곽상도엔 면죄부
민주당 “검찰 언제까지 이럴 건가”…정의당 “특검 촉구한다”

 

검찰 수사단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지난 6월4일 재판에 넘겼다. 다만 지난 2013년 ‘별장 동영상’ 의혹으로 불거진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제외했다.


수사단은 윤씨를 피해 여성 이모씨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김 전 차관 등 그에게 접대를 받은 인사들은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경우 공범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고, 다른 인사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검찰 수사단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사진)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지난 6월4일 재판에 넘겼다. <뉴시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이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함께 윤씨를 강간치상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특가법상 알선수재, 무고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윤씨와 내연관계로 그를 과거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권모씨도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총 1억7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로부터 지난 2008년 10월 형사사건 발생 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신과 성관계를 맺어온 이모씨의 1억 원 가게 보증금 빚을 면제해주게 하고, 2007~2008년 7회에 걸쳐 현금과 그림, 명품 의류 등 31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또 2006~2007년 사이에 윤씨로부터 강원 원주 별장, 서울 강남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이씨를 비롯한 성명불상 여성들을 동원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사업가 최씨에게는 2003~2011년 사이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 대금을 대납하게 하는 등 3950만 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다.


다만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제외됐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강간 및 특수강간 등 혐의 공범 여부를 수사해왔지만, 폭행·협박을 동반한 성폭행 혐의와 그 고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피해여성은 김 전 차관이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은 없고 윤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김 전 차관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2007년 11월13일자 성관계 등 사진은 김 전 차관의 폭행·협박 사실에 대한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중천씨는 이모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협박, 성관계 영상 등으로 억압하고 2006~2007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등 총 3회에 걸쳐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입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수사단은 2013년 김 전 차관 관련, 당시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당시 김 전 차관 관련 경찰 내사 및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권고했다.


수사단은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변호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경찰 수사 과정이나 인사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된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부실 내지 봐주기 수사 의혹도 관련 조사를 진행했으나 공소시효 문제로 직무유기 혐의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내·외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 등 직권남용 혐의의 수사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단은 최근 과거사위가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에 대해서도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씨가 김 전 차관 외에 고위 공무원, 유명 병원 의사, 건설업체 및 호텔 대표 등 10여 명에게 성접대나 향응을 제공한 사실은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2006~2012년에 이뤄져 공소시효가 모두 지나 추가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가능성도 공소시효가 완료돼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이날 두 달여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향후에는 수사단 규모를 축소해 김 전 차관과 윤씨 관련 나머지 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재판에서의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고 김 전 차관 말고 유중천씨에게 접대를 받은 인사들을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며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 직후 검찰이 김 전차관만 기소하고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 한상대 검찰총장 등에게 모두 면죄부를 준 데 대해 “과거 수사결과도, 오늘의 수사결과도 결국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임은 매 한가지”라며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수사단에 따르면, 과거 검찰의 부실 내지 봐주기 수사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지적하면서 “검찰은 언제까지 신뢰 회복의 기회들을 스스로 차버릴 것인지 답답하다”고 개탄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때늦은 검찰발 사법개혁의 목소리와 의견들이 국민의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오늘”이라며 검찰을 질타했다.


정의당도 “여론이 시끄러우니 빼도 박도 못하는 당사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혐의만 적용해서 이 사건을 대충 묻어 버리고 가겠다는 검찰의 결기가 느껴진다”고 비꼬았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성접대’로 축소했다”고 지적하면서 “권력형 성폭력에 유린당한 피해 여성들이 단순히 범죄자들의 접대부로 전락했다. 이 모든 추악한 범죄들을 은폐하고 무마한 박근혜 청와대는 무혐의라고 한다.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핏대를 세웠다.


최 대변인은 이어 “이게 검찰의 현주소”라고 비판한 뒤 “사건의 공명정대한 처리를 바라며 지켜보던 국민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 대변인은 또한 “장자연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버닝썬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일부 권력자에게는 단호하던 공권력이 거대한 성범죄 카르텔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며 “이쯤 되면 더 이상 김학의 성폭력과 장자연 사건, 버닝썬 사건 등을 공권력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여야 정당에 지금까지 제기된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특검을 촉구한다”며 즉각적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뉴시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포토뉴스
6월 넷째주 주간현대 1101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