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문득 떠나고픈 섬 여행 (1)

때 묻지 않은 바다와 하늘 “그 섬에 가고 싶다”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6/14 [10:34]

6월에 문득 떠나고픈 섬 여행 (1)

때 묻지 않은 바다와 하늘 “그 섬에 가고 싶다”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6/14 [10:34]

스트레스와 피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쉼과 여유, 위로와 재충전과 힐링이 필요하다. 위로와 힐링에는 여행만한 게 없다. 그래서 여행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들 한다.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은 최고의 치유 여행지라고 할 만하다. 비록 가는 길이 녹록치 않지만 때 묻지 않은 천혜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섬으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최적의 ‘힐링 플레이스’가 아닐까.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도 ‘6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새로운 경치와 음식, 풍물을 접할 수 있는 섬 여행을 꼽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활력 즐기고 무더위 씻어내기 제격
고금도 내륙은 농촌 색 짙고 해안 쪽은 어촌의 정취 물씬


부산~거제 이어 유명해진 가덕도, 다양한 매력 여행객 손짓
배들이 닻 내리고 풍랑 피하던 정거마을, 소담 벽화 '예~술'

 

1. 고금도 섬 여행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6월에는 섬 여행이 어울린다. 바다로 둘러싸인 청정한 섬은 여름의 활기를 즐기는 동시에 무더위를 씻어내기 좋다. 배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섬 여행을 고민한다면, 육지와 다리로 이어지는 섬이 어떨까. 크고 작은 200여 개 섬이 있는 완도군은 연륙교 섬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완도군에서 큰 섬인 완도, 고금도, 신지도, 조약도(약산도)는 다리로 연결돼 배를 타지 않고 쉽게 이동한다.

 

▲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다른 섬과 이어진다.    


그중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다른 섬과 이어진다. 2007년 강진군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가 개통함에 따라 고금도는 육지에서 차로 여행할 수 있는 섬이 됐다. 1999년 개통한 약산연도교가 고금도와 약산면 조약도를 잇고, 2017년 개통한 장보고대교가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다. 이로써 고금도는 섬이지만 섬같지 않은 땅이 됐다. 고립된 섬이 아니라 어디로든 연결되는 열린 섬이다.


고금도는 강진군 마량면과 완도읍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장보고대교가 완공되며 고금도와 신지도 사이 바다에서 끊긴 국도 77호선이 이어졌고, 이 길을 따라 자동차로 강진과 완도, 해남을 두루 여행할 수 있다. 강진에서 고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고금도에 이른다. 차를 타고 그대로 달려 고금도에 도착하니 섬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유자의 고장, 고금’이라고 적힌 조형물과 고금도 푯돌이 입도를 알려줄 뿐이다.


고금도를 돌아보는 길은 단순하다. 고금도 남북을 가로지르는 국도 77호선과 거기서 동쪽으로 뻗은 지방도 830호선이 중심이다. 먼저 고금대교 남단에서 국도 77호선을 따라 3분쯤 달리면 왼쪽으로 고인돌공원이 보인다.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 유적인 완도고금도지석묘군(전남기념물 231호)을 만나는 공원이다. 고금도지석묘군은 가교리와 청용리, 덕암리 일대에 분포하는 도서 지방 최대 고인돌 밀집지다. 현장의 안내문에 따르면 ‘서남산과 덕암산 남서부 해발 10~30cm 경사면을 따라 모두 5개 군 87기가 있다’. 공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청동기 시대의 중요한 유적을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

 

▲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무덤 유적인 완도고금도지석묘군을 만나는 고인돌공원.    


국도 77호선을 따라가면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도 만난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에는 잘 안내되지 않지만 찾아가는 길은 간단하다. 먼저 덕암산체육공원으로 가자. 고인돌공원에서 남쪽으로 5분 정도 내려가면 오른쪽에 덕암산체육공원 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다 왼쪽으로 꺾으면 목조관음보살좌상(전남유형문화재 319호)을 모신 수향사, 오른쪽 길로 더 올라가면 덕암산체육공원이다. 체육공원을 지나 직진하면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에 도착한다.

 

▲ 산자락에 꽃길이 펼쳐진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    


산자락에 금잔디, 수선화, 구절초 등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산책로도 있어, 그야말로 꽃길을 걷는 시간이다. 꽃밭 아래쪽에는 키 큰 나무가 울창하다. 나무 사이로 각양각색 돌탑이 늘어서 볼거리를 더한다. 군데군데 평상이 놓여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덕암산 자락에서 내다보는 고금도는 섬이 아니라 농촌같다. 야트막한 산과 평지가 어우러진 농촌 풍경이다. 고금도는 어촌과 농촌이 공존하는 곳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 특산품도 유자, 매생이, 굴 등 농산물과 수산물이 두루 포함된다. 지방도830호선을 따라 달리면 그 특색을 느낄 수 있다. 내륙에서는 농촌 색이 짙다가 해안 쪽으로 갈수록 어촌 정취가 강해진다.


이런 지형적 특성은 이순신 장군이 1598년 삼도수군통제영을 고금도로 옮기는 데 한몫했다. 고금도가 왜군을 방어하기에 군사적·지리적 요충지인 동시에, 내륙에 농토가 많아 군량미 확보에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고금도에서 명나라 진린 장군과 연합 전선을 펴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정유재란을 마무리 지었다.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는 이곳 월송대에 임시 안장했다가 충남 아산으로 옮겼다.


월송대 앞으로 충무사가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진린 장군이 관우 장군을 모시고 승전을 기원한 관왕묘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고 광복 후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충무사를 세웠다. 충무사에서는 해마다 양력 4월 28일에 충무공탄신제를, 음력 11월 19일에 순국제를 지낸다. 월송대와 충무사 일대는 완도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사적 114호)으로 지정·보호된다.


고금도 국도 77호선 남쪽 끝은 장보교대교로 이어진다. 장보고대교를 건너면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신지도다. 길이 3.8km, 폭 150m에 이르는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있는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블루플래그’를 획득했다. 블루플래그는 환경, 수질, 안전 등 여러 기준을 만족시킨 친환경 해수욕장에 주는 국제 인증이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산소 음이온이 풍부하고 수질 상태가 좋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 친환경 해수욕장 국제 인증 ‘블루플래그’를 획득한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신지도에서 신지대교를 이용하면 완도군의 본 섬, 완도에 이른다. 신지대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완도 청해진 유적(사적 308호)이 자리한다. 해상왕 장보고와 그가 설치한 청해진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장도는 원래 간조 때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장도목교를 통해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한다. 완도 청해진 유적 인근의 장보고기념관, 장보고공원, 장보고동상도 함께 돌아보자.


고금도는 강진과 가깝다. 고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강진이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진은 고려청자의 진수를 만나는 곳이다.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에 고려청자를 만들던 가마터가 있고, 고려청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고려청자박물관이 자리한다. 고려청자박물관을 중심으로 청자빚기체험장,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강진청자판매장 등을 갖췄다.


청자타워가 있는 가우도는 섬 양쪽의 출렁다리로 육지와 연결된다. 대구면에서는 저두출렁다리(438m), 도암면에서는 망호출렁다리(716m)를 이용한다. 청자타워에 오르면 강진만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스릴감 넘치는 짚트랙도 체험 가능하다. 요트나 제트보트를 타고 가우도를 감상하는 특별한 기회도 놓치지 말자.

 

<글·사진/김수진(여행작가)>

 

2. 가덕도 섬 여행


가덕도는 부산 서남단 끝에 위치한다. 가덕대교를 건너 섬 북쪽에서 진입한다. 2010년 가덕대교가 개통하기 전에는 부산신항만 쪽 녹산선착장에서 뱃길로 오갔다. 가덕도 서쪽은 거제도다. 같은 해 개통한 가덕해저터널, 거가대교가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다. 덕분에 부산 시내에서 가덕도를 지나 거제도까지 차로 오갈 수 있다.

 

▲ 연대봉에서 바라본 거가대교.    


가덕대교와 거가대교가 생기고 나서 가덕도를 찾는 이가 늘었다. 개통 초기에는 부산과 거제를 잇는 경유 섬이었으나, 9년 정도 지나니 가덕도의 매력이 발길을 잡는다. 가벼운 드라이브 코스에서 깊이 있는 역사 여행까지 가능하다. 특히 가덕도는 러일전쟁과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새겨진 섬이다. 천성항과 대항 등 서쪽 해안에 들어선 카페나 연대봉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빼어나다. 그러니 호국보훈의달에 알맞은 가족 나들이 장소다.


가덕도 여행은 외양포에서 출발한다. 외양포는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민가 64호에 살던 주민을 퇴거시킨 뒤 군사기지로 쓴 마을이다. 광복 후에는 군사 보호구역이라 개발이 불가했다. 덕분에 당시 흔적이 비교적 상세하게 남아 있다. 마을 초입 대항낚시 앞 삼거리 이정표는 포진지, 화약고, 병사, 사령관실 등 당시 흔적을 가리킨다. 대항낚시 역시 20세기 초에 헌병부가 있던 자리다. 삼거리에서 가덕해안로 쪽은 병사와 사령관실이 있었다.


지금도 마을 사람이 사는 집이다. 그 형태가 긴 세월을 보여주는데, 가운데를 기준으로 좌우 지붕 모양이 다르다. 한 지붕 아래 몇 가구가 살았기 때문이다. 광복 후 이주민이 옛 건물에 들어와 살았고, 군사시설로 쓰일 정도로 큰 건물이라 한 집에 몇 가구가 입주했다. 이제는 지난 연대기를 몸에 새긴 특별한 증언이 됐다.


포진지도 남아 있다. 대항낚시에서 가덕해안로 1325번길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온다. 관광안내소와 옛 화장실 터가 진입로 역할을 한다. 진지에는 두 개씩 짝을 이룬 280mm 유탄포 포좌 터와 탄약고, 포진지 엄폐 막사 등이 옛 군사기지를 짐작케 한다. 엄폐 막사는 반원 아치형 입구에 위쪽은 대나무로 위장했다. 안에는 포대 진지 배치도, 러일전쟁 역사 안내판 등이 이해를 돕는다. 광복 후에는 사람들이 집으로 사용해 온돌이나 아궁이 구조도 남아 있다. 건너편은 5~6m 높이 토성 형태로 제방을 쌓아 엄폐했다.

 

▲ 가덕도 외양포 엄폐 막사에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빠와 아들.    


외양포를 돌아볼 때는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이 필수다. 설명을 들으면 마을이 간직한 이면의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 퍼즐이 맞춰지듯 개개의 역사가 한 줄에 꿰진다. 역사는 배우고 알지 못하면 흔한 ‘볼거리’에 그치고 만다. 아이와 손잡고 아픈 우리 역사를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말과 공휴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포진지 앞 안내소에 상주한다.


외양포에서 나와 가덕도 동쪽 대항새바지로 향한다. 샛바람을 맞는다고 새바지다. 방파제를 따라 트릭 아트 벽화가 있어 사진 찍기 좋다. 이곳 역시 2차 세계대전 말에 일제가 만든 요새 동굴이 있다. 방파제가 남쪽 야트막한 언덕 아래 입구가 세 개, 안쪽은 약 50m로 연결된 형태다. 동굴 반대편 출구 쪽은 한적한 몽돌 해변이다. 반전이 있어 출구에서 찍은 사진이 SNS에 많이 올라온다. 실은 출구가 없는 동굴이었다. 일제가 미군의 상륙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가로×세로 50cm 총안구 두 곳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한 곳이 출구가 됐다. 동굴은 강제징용 된 강원도 탄광 노동자들이 팠으며, 한동안 마을 사람들의 어구 창고로도 쓰였다.


대항새바지 북쪽으로 연대봉(459.4m) 일부가 보인다. 연대봉은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보통 지양곡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편도 40~50분이 걸린다. 부산의 대표 걷기 길인 갈맷길 5-2구간에 속한다. 마지막 구간이 제법 가파른데, 정상에 서면 후회하지 않는다. 발아래 대항새바지 전경이 또렷하고,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가덕해저터널, 대죽도 건너 거가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지상으로 나오는 도로가 새삼 신기하다. 맑은 날에는 일본 땅 쓰시마섬[對馬島]이 보인다.

 

▲ 갈맷길 5-2구간에 속하는 연대봉 가는 길.    


가덕도에서 가덕대교를 넘기 전에는 정거마을에 들르자. 정거마을은 정거장마을로 여기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닻 정(碇)을 쓰는 정거마을은 배들이 닻을 내리고 풍랑을 피해 머물던 곳이다. 근래에는 소담한 벽화 마을로 알려졌다. 마을 동쪽 끝까지 약 300미터 골목을 아기자기한 벽화가 장식한다. 가리비 껍데기로 꾸민 물고기나 부엉이 벽화가 특이하다. 골목이 끝나면 진우도와 마주한다. 부산신항만이 생기고 갯벌이 사라진 뒤, 마을 사람들은 굴 종패(씨조개) 양식을 한다. 가리비는 굴 종패에 쓰인다. 마을로 들어서는 도로 옆에도 가리비 껍데기가 작은 산을 이룬다.


가덕대교를 건너 부산 시내로 가는 길에 을숙도를 지난다. 을숙도의 떠오르는 명소는 지난해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MoCA BUSAN)이다. 지하 1층과 지상 1~2층 전시실, 3층 아카이브실과 업무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뉴미디어 아트를 포함한 동시대 미술,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전시한다. 외관부터 그 특징이 드러난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이 국내 자생하는 식물 175종을 식재한 ‘수직정원’이 건물 외벽을 푸르게 물들인다. 방문객이 미술관 밖에 오래 머무는 이유다.


실내에도 부산현대미술관의 특징을 담은 공간이 있다. 미술관 카페는 1층에 있는 박스형 공간으로, 독일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의 설치 작품이 카페 인테리어나 다름없다. 마치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레베르거는 200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작가로,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산현대미술관 카페는 SNS 사진의 성지다. 카페 뒷문으로 나가면 야외 공원이 보이는 나무 데크가 실내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지하 1층에는 을숙도 갈대숲을 닮은 어린이예술도서관이 가족 나들이객을 반긴다.


을숙도의 생태를 탐방하고 싶다면 낙동강생태탐방선이 무난하다. 생태해설사가 동승하는 에코 탐방선을 타고 을숙도 주변을 돌아본다. 요일과 시간에 따라 30분 코스, 60분 코스, 120분 코스가 있다.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모래가 쌓여 생긴 섬, 을숙도를 실감한다.

 

<글·사진/박상준(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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