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편 ‘천년의 질문’ 출간...문단의 거장 조정래 인터뷰

“대한민국 사회가 안은 문제점 다 얘기하고 싶었죠”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06/14 [11:04]

새 장편 ‘천년의 질문’ 출간...문단의 거장 조정래 인터뷰

“대한민국 사회가 안은 문제점 다 얘기하고 싶었죠”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06/14 [11:04]

자본·권력 휘말려 욕망 키워가는 한국인 모습 적나라하게 해부
“하고 싶은 얘기는 ‘정치 무관심한 건 자기 인생 무책임한 것’”
작가로서의 소망은? “쓰던 책상에서 글 쓰다가 엎드려 죽는 것”

 

▲ 1970년 등단 이후 49년 동안 줄곧 그래왔듯이 매일 11시간을 집필에 몰두한 결과물로 최근 새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을 출간한 조정래 작가. <뉴시스>    

 

“‘국민에게 국가는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이 이 세 권의 소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소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8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한 부패지수를 적용했을 때 58위다. 32개국 OECD 국가를 상대로 조사했을 때는 부패지수가 29위다. 부패지수가 무엇을 입증하는 것인가.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어떤 국가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문제를 갖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76)가 새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전3권)을 냈다. <풀꽃도 꽃이다>(전2권) 이후 3년여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소설 쓰기 위해 사회 응시


조정래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1976년께부터 사회를 응시해 왔다.


“소설을 쓸 때 3~4가지를 머릿속에 굴리면서 준비하고 소설로 꾸며내기 시작한다. 평균적으로 20년 전에 소재가 떠오른다. <태백산맥>을 쓸 때도 <아리랑>까지 준비하면서 등장인물들까지 안배했다. 이 소설도 긴 세월 동안 준비했다. 제일 처음 언론보도, 실제 경험한 사람들 등 3단계 조사를 거쳐 정리하고 구상한 다음에 소설로 썼다.”


“여러분, 우리가 사회학도로서 한 가지 꼭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3·1운동이 그렇게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와 투옥자들이 발생한 치열한 독립투쟁이고 가열찬 독립 항쟁이었는데 어째서 그 명칭이 겨우 ‘운동’인 것입니까?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명칭이 너무 잘못되었다는 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이 문제는 우리 사회학도들이 풀어야 할 미래의 숙제로 남겨두도록 합시다.”


“도시의 빌딩들은 새로 생기는 것일수록 거대하고 우람하고 호화스러워졌다. 크기와 높이와 치장미를 다투듯 하고 있는 빌딩들은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보라며 저마다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서울 도심의 대로상의 땅값이 평당 2억~3억씩 호가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 비싼 땅 수백 평씩을 깔고 앉은 대형 빌딩들의 값이 얼마일 것인가. 그런데 서울 시내에 어지럼증 일으킬 만큼 드높은 빌딩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결국 서울 시내 대로들은 부자들이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는 부의 향연장이었던 것이다.”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이 정경유착의 실태와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드러낸다.


“이 사회는 인간이 부조리하고 불확실하고 미완성적인 존재일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는 끝없이 미완성일 것이다. 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것이 우리들이 소망하는 이 사회의 모델이다. 우리의 걱정, 불만이 극도로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내가 원하는 사회다.”


이번 신작은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말려 욕망을 키워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월급 통장에 매달 ‘0원’을 찍으며 사건 취재에 분투하는 기자,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동료들이 일자리를 잃자 자신의 아이들 눈빛까지 무서워졌다는 만년 시간강사의 고뇌가 그려진다. 비자금 장부의 행방을 추적하는 재벌그룹 구성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서울대 출신 수재는 재벌가 사위로 발탁된 후 온몸을 다 바쳐 신분 상승을 꿈꾼다. 결국 죽어도 진골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비자금 장부를 훔쳐 잠적한다. 재벌의 유화정책으로 입 닫은 언론에 좌절한 기자와 그를 회유하기 위한 재벌 정보원의 전방위적 시도가 긴박하게 연출된다. 불법 비자금, 전관예우 문제 등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권력 범죄의 실태를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상위 10%가 전체 국민 소득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논했다.


조정래 작가는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고 형상화이고 당대의 문제의식을 포괄하지 못하면 소설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소설이 어떤 한 문제를 제기하되 해결할 수 없다는 것까지 존중한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나름의 해결책까지도 강구하고 있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추후에 입증될 것이다. 이 소설만큼은 해결책을 내야만 작가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나서 대한민국 땅에서 살다가 이 땅에 뼈를 묻을 것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조정래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기자로 내세운 점이 이목을 끈다.


“고등학교 때 신문에 관한 게 수필로 나온 게 있다. 신문은 사회의 목탁이다. 굉장히 좋은 말이다. 기자는 사회의 등불이고 산소여야 한다. 기자는 그 기준 속에서 모든 분야를 자세히 구체적으로 폭넓게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를 설정했다. 그 기자가 작가가 소망하는 바, 바라고 있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잘 되고 안 되고는 독자가 판단할 것이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결국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고 귀띔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내가 하는 말이다. 누구의 말이라고 표시 안 된 것은 모두 내가 하는 말이다. 인생이란 두개의 돌덩이를 바꿔 건너가는 징검다리다. 국가라고 하는 건 있을 필요가 없는데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종교를 거부할 수 없듯이 국가도 거부할 수 없다. 식민지 경험을 한 우리 같은 경우에는 국가, 나라가 정말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으로 바뀌어서 행사되기 시작할 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권력은 부패하고 타락하게 돼 있다. 그것을 막는 것은 국민들의 책무다.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국민들이 정치인들이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신뢰한다. 그것을 배반한 게 수천 년에 걸친 권력자들이다.”


조정래 작가는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사람의 탈> <인간연습> <비탈진 음지> <황토> <불놀이> <대장경>, 중단편소설집 <그림자 접목> <외면하는 벽> <유형의 땅> <상실의 풍경> <어떤 솔거의 죽음> 등을 발표했다.


“2008년 태백산맥문학관을 개관할 때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썼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정신을 이어가면서 소설을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며 작가활동 49년을 돌아봤다.


“이 세상에 모든 작가들은 두 가지 공통적 소망과 욕심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자기가 책상에서 글을 쓰다가 엎드려 죽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남는 것이다. 자기가 쓰는 마지막 작품이 자신의 대표작이길 소망한다. 쓰는 작품마다 대표작이길 바라는 욕심이다. 그런 창작의 욕심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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