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금차별’...황교안 극우정치 노림수

상식 중의 상식 벗어난 ‘경알못’ ‘법알못’ 발언…한국판 트럼프 노렸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6/21 [13:03]

‘외국인 임금차별’...황교안 극우정치 노림수

상식 중의 상식 벗어난 ‘경알못’ ‘법알못’ 발언…한국판 트럼프 노렸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6/21 [13:03]

‘취임 100일’ 고개를 넘어선 이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황 대표가 탄핵·막말·이념지향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데 이어 최근 외국인 노동자 임금과 관련해 황당한 발언으로 빈축을 사며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게다가 정치입문 반 년이 지나면서 진박·비박 정치인들이 동시다발로 황 대표를 저격하면서 ‘황교안 브랜드’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홍문종 의원을 필두로 ‘박근혜 사람들’로 불리는 인사들이 “보수진영 지도자감이 못 된다”면서 연일 ‘황교안 때리기’에 나서면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그의 리더십에 ‘기스’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외국인 임금차별’에 발언을 두고 ‘한국판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황교안 브랜드’가 망가지는 것을 무릅쓰고 극우정치에 정점을 찍으려 한다는 것.  

 


 

탄핵·막말·이념 오락가락 행보 이어 ‘외국인 차별’ 발언으로 빈축
‘계산된 발언’ 분석도…외국인 임금 문제 꺼내 극우정치 논란 정점
 
친박 인사들 “보수진영 지도자감 못 된다”며 연일 황교안 때리기
차기주자 1위 불구 진박·야당 동시다발 저격으로 리더십에 ‘기스’
여야4당 “황교안 지도자 자격 없다” “경제 과외나 시켜라” 비아냥

 

최근 친박 인사들의 정치 세력화 조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헛발질’을 크게 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기여한 게 없다”는 경알못(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홍문종 의원 탈당으로 시작된 친박 논란에다 국회 파행을 둘러싼 내부잡음이 이어지는 와중에 황 대표가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상식 중의 상식, 기본 중의 기본을 벗어난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 최근 친박 인사들의 정치 세력화 조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기여한 게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상식 중 상식 벗어난 발언


황 대표는 6월19일 오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지역 중소·중견 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임금수준을 똑같이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낸 돈으로 세금을 내겠지만 기여한 바가 없다”고 덧붙여 논란을 자초했다.


황 대표는 이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며 “저희 당은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에 대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겠다.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이들을 위해 일정한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왔고 앞으로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 주장은 근로기준법과 ILO 협약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6조에 따르면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노동조건을 차별하지 못하며, 헌법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조 역시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하며, 국내인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시하고 있다.


황 대표의 발언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수준을 법을 통해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맥락을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강제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인 셈.


황 대표의 발언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임금 수준을 법적 강제를 통해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반시장적’ 발상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깎을 경우 결과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적’ 주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황 대표의 발언은 지난 1월 국세청 자료를 보면 ‘팩트’가 아니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유발 효과는 86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GDP의 4.57% 규모다. 올해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유발 효과는 93조7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2026년에는 162조2000억 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내는 세금에 관한 황 대표의 발언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8년 국세 통계로 확인했을 때 외국인 노동자가 2018년 한 해 동안 낸 소득세는 총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4대 보험 혜택이 없는 일용노동자도 원천징수를 하기 때문에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가 낸 세금은 7700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2017년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내국인의 64%에 불과해 OECD 평균 88%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 물건을 사면 저절로 내는 간접세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2018년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총 26조4000억 원이며, 이들은 임금의 40%를 국내애서 지출하는 등 소비활동으로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ILO의 규정이자 근로기준법의 기본정신이고 그건 존중되어야 한다”고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외국에서 온 분들이라 추가로 제공되는 게 있다”며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내국인·외국인 노동자간) 차이가 생기는 부분들이 공정하게 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대표의 발언은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 문제를 꺼낸 것을 두고 극우정치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이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법안을 여러 건 발의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황 대표의 ‘경알못 발언’은 이날 처음 나온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치라는 것.


앞서 황 대표는 6월14일 특수고용직인 제화공과 관련해서도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상한제 때문에 (제화업이) 쇠퇴했다”는 ‘황당’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제화업의 쇠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제화업체들이) 줄 수 없는 임금을 주라 한다”며 “(제화업체들은) 단기간에 최저임금이 엄청나게 올라 사람을 쓸 수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을 제한하니 현장이 살아날 수 없다.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말라는 게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가 대규모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경제 대안정당’을 내걸었지만 정작 본인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원리와 현안에 무지한 모습을 잇달아 노출한 셈.

 

▲ 황교안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 임금' 문제를 꺼낸 것을 두고 극우정치 논란에 정정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4당 ‘경알못’ ‘법알못’ 비판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사실 왜곡’이자 ‘명백한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인종차별적 발언일 뿐 아니라 경제도 모르고 법에도 위반되는 ‘경알못에 법알못’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일제히 황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 “경제 과외를 시키라”고 비꼬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황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차등임금 적용’ 주장에 대해 “현행 근로기준법과 ILO 협약에 위반되는 말이기에 매우 의아하다”면서 “법률가 출신 황 대표의 ‘법알못’ 주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황 대표의 발언은) 차별을 부추기는 건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칠 무책임한 말”이라며 “이주노동자 임금을 낮추면 당장 기업이 어느 쪽 고용을 선호할지 되물어보고 싶다.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인력 수급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그간 경직된 황교안 가이드라인이 국회 발목을 잡아왔다”며 “알지도 못하는 민생쇼로 민생을 발목 잡지 말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해식 대변인은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6월19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에 나서겠다고 발언해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면서 “현행법과 국제협약에 명백히 배치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한 발상이자 인종차별을 담은 ‘외국인 혐오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황 대표가 입만 열면 주장하고 있는 ‘경제 대전환’이 이를 두고 한 말인가”라고 따져 물은 뒤 “우선 황 대표의 인식부터 대전환하기 바란다.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출신이면서도 노동과 경제에 대한 무지함과 편협함으로 정치인의 품격을 떨어뜨린 황 대표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은 “황교안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첩첩산중’”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의 대상으로 삼는 자유한국당 자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황 대표는 만인이 불평등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차별을 앞세우며 분열을 조장하는 당대표의 발언이 절망적이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지 국내 기여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부터 공부하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도 원내정책회의에서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라며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에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하신 분이 우리나라 근로기준법도, ILO 협약도 모르셨다니 제가 다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채 정책위의장은 “‘외국인 차별, 현행법 위반’이라며 논란이 되자 황교안 대표는 ‘차별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이 ILO 규정이나 우리 근로기준법 기본정신이다. 그리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또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의 얼굴은 철면피인가?”라며 “발언에 신중하고, 정책에 대해서 공부를 더 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민주평화당은 “황교안 대표의 경제 감각은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제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우리 경제현실을 모르고 쇄국정책이라도 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더구나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은 큰 문제”고 꼬집으며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경제과외라도 시키기 바란다”고 조롱했다.


정의당은 “황교안 대표의 노동자 임금 차별조장 발언은 일제시대 노동자 차별논리를 그대로 읊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자로 논평을 내어 “한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당사자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관련해 현행법과 비준된 국제협약을 모조리 부정한 발언으로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한 뒤 “법을 모르고 하지 않았을 터인데 매우 악의적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등시민, 이등시민 구분하며 우리 노동자를 차별했던 논리를 그대로 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잘못된 국수주의”라며 “자유한국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홍 대표는 6월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글을 통해 “내외국인 임금차별 정책은 근로기준법 및 ILO 협약에도 위배 되는 잘못된 국수주의 정책”이라며 “과거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서독과 중동에 나가던 시절을 생각해야 한다”고 상기시켰다.

 

황교안, 비판 쏟아지자 되레 반발


황 대표는 자신의 외국인 근로자 차등임금 주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최저임금을 급등시킨 이 정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문제를 풀겠다는 사람을 오히려 공격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발했다.


황 대표는 발언 다음날인 6월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기업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서는 차별이니 혐오니 정말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또한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감당도 힘든데 외국인은 숙식비 등 다른 비용이 들어 힘든 사정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제가 법개정을 검토하겠다는 부분도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겠다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문제되는 부분을 개선해 형평에 맞도록 해나가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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