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꿈인 듯, 취한 듯’ 무대 오른 안숙선 명창

“소리는 인생살이처럼 끝이 없지요”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06/28 [09:47]

창극 ‘꿈인 듯, 취한 듯’ 무대 오른 안숙선 명창

“소리는 인생살이처럼 끝이 없지요”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06/28 [09:47]

작은 창극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 ‘꿈인 듯, 취한 듯’ 공연
“춘향가만 불러도 6시간 후딱…차 밀릴 때 소리하면 짱이죠!”

 

▲ ‘꿈인 듯, 취한 듯’은 안숙선 명창과 국립국악원이 지난 5년간 판소리 다섯 마당을 중심으로 초기 창극의 원형을 선보여온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뉴시스>    

 

질 좋은 대나무로 만든 부챗살처럼 접힌 주름, 영겁을 간직한 소리 주머니일는지도 모른다.


지난 6월25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펼쳐진 작은 창극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 ‘꿈인 듯, 취한 듯’ 프레스 전막 시연에서 꿈결 같은 안숙선(70) 명창의 소리를 듣고 나니 비밀을 파헤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안숙선 명창이 ‘흥부가’에서 중모리 장단으로 돌입할 때 먼 옛날부터 굽이쳐 온 이야기는 이 노장의 입에서 생생한 생명력을 얻고 현실감을 껴안았다. 거장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노화하기는커녕, 세월의 유장함을 안기는 동시에 지금을 환기시켜준다.


6월27~29일 풍류사랑방에서 본공연을 한 ‘꿈인 듯, 취한 듯’은 안숙선 명창과 국립국악원이 지난 5년간 판소리 다섯 마당을 중심으로 초기 창극의 원형을 선보여온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지난 다섯 작품들의 눈대목(판소리의 중요한 대목)을 모아 새롭게 구성했다. ‘춘향가’의 사랑가와 이별가를 통해 삶과 소리판의 행복과 아픔에 대해, 서로 속고 속이며 난장같이 뒤엉키는 ‘수궁가’의 토끼 배 가르는 대목에서는 복잡한 인간사와 다양한 군상이 투영됐다.


‘흥부가’의 놀부에게 밥 빌러 갔다 매 맞는 대목은 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세상을 풍자한다. ‘적벽가’의 불 지르는 대목에서는 여류 명창이 꿈과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 조조로 등장, 또 다른 삶의 역을 대신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부각된다.


마지막 ‘심청가’의 눈 뜨는 대목에서는 심 봉사가 눈을 뜨듯, 비로소 인생을 마주하게 된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창극판 갈라쇼인 셈이다.


젊은 관객을 불러들이는 창극의 대형화도 의미가 있다. 한옥 형태로 지어진 130석 규모의 소극장인 풍류사랑방에서 음향 증폭 장치 없이 즐기는 작은 창극은, 창극 본연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본래 판소리는 소리꾼 한명 그리고 부채, 고수 한명으로 무한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은창극 시리즈 중 ‘토끼타령’(2014)과 ‘심청아’(2016),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2018)의 지기학이 연출했다. 지기학 연출가는 판소리 속 다양한 인물들과 다섯 마당의 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안숙선 명창의 모습에서 동기를 얻어 이번 작품의 눈대목을 재구성했다.


안숙선 명창은 판소리 사설을 되뇌는 군목질, 즉 목을 풀기 위해 늘 군소리로 자유롭게 발성하는데 연습실이나 이동 중인 차 안이든 장소와 때를 불문한다.


전남 보성에서 전주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도, 끊임없이 군목질을 했다. 택시 기사가 귀한 소리를 홀로 들었다며 택시비를 받지 않은 일화도 있다.


안숙선 명창은 “차 밀릴 때 소리하면 짱!”이라며 웃었다. “‘춘향가’만 해도 6시간이잖아요. 그렇게 소리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라고 했다.


“소리는 밥 먹듯이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거예요. 공연 전에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에요. 목에서 소리가 잘 나올 지, 안 나올지 걱정을 하는 거죠. 소리가 안 나오면 천하장사라도 어쩔 수 없죠.”


이번 공연에는 안숙선 명창이 선봉에 서고 그녀를 따르는 후배들이 대거 힘을 싣는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대표 소리꾼 유미리, 염경애 명창이 판을 이끌고 소리와 미모를 겸비한 소리꾼 박자희와 장서윤, 양혜원 등이 출연했다.


공연의 막바지 유미리가 소리 잘하는 비결을 묻자 안숙선 명창은 귓속말로 소곤거린다. 관객들은 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안숙선 명창은 이날 “나도 몰라!”라고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소리는 인생살이처럼 끝이 없잖아요.”


소리 인생 60년을 품에 안은 칠순의 노장은 심청이로 분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안 명창은 “판소리 사설에는 인생살이가 녹아들어가니까”라고 했다. 지 연출은 “2016년 ‘심청아’ 공연 당시 어린 심청은 맡은 소리꾼에게 연기 지도를 해주시는데 그 역으로 쏙 들어가더라”고 귀띔했다.


작은 무대에 젊음과 늙음,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몽환성이 부각되는 것이 창극이 매력이다. 여름의 꿈결 같은 무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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