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7조 선물’ ...‘에쓰오일’ 주목받는 내막

‘5조 받고 7조 더’…대주주 아람코 업고 에쓰오일 활활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6/28 [14:22]

사우디 왕세자 ‘7조 선물’ ...‘에쓰오일’ 주목받는 내막

‘5조 받고 7조 더’…대주주 아람코 업고 에쓰오일 활활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6/28 [14:22]

6월26일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0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세계 최대 갑부이자 글로벌 큰손으로 통하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기간 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종합 에너지 회사 에쓰오일이다. 그가 에쓰오일의 복합석유화학 시설 준공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함마드 왕세자는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에쓰오일의 복합석유화학 시설은 2015년부터 5조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완공한 공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투자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로부터 7조 원의 추가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경제협력의 모범사례가 된 에쓰오일의 성공비결을 들여다봤다.

 


 

무함마드 왕세자 에쓰오일 복합석유화학시설 준공식 참석
‘글로벌 큰손’답게 2단계 사업에 7조 더 투자하기로 약속


에쓰오일 온산공장, 한국·사우디 경제협력 모범사례로 각광
2015년 5조 이어 2024년까지 7조…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 에쓰오일은 6월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참석한 가운데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의 준공 기념식을 열었다.    

 

세계 최대 갑부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압둘 아지드 알사우드(34)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6월26일과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갔다.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공식 직함은 사우디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다. 하지만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연로한 부친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자의 방한은 1998년 압둘라 왕세제 이후 21년 만이다.

 

‘글로벌 큰손’ 왜 에쓰오일로?


사우디 왕가의 재산은 2000조 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통해 우버 등 세계적인 혁신기업의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글로벌 큰손’으로 통하는 그의 방한과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이유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다. 2017년 책봉된 그는 사우디의 실권을 쥐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실세이기도 하다.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제1위 해외건설 수주국이다. 동시에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 한국 투자국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정부는 방한한 사우디 왕세자에게 특급 예우를 갖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월26일 300여 명의 대규모 수행원과 함께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서울공항에서 직접 영접했다. 이 총리가 취임 이후 공항으로 직접 나가 외국 귀빈을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특급 대우에 화답하듯 무함마드 왕세자는 1박 2일의 짧은 기간 동안 10조 원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고 한국을 떠났다.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종합 에너지 회사 에쓰오일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에쓰오일의 복합석유화학 시설 준공식에 나란히 참석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12조 원을 쏟아부으며 복합석유화학시설을 지어왔고, 지을 예정이다. 먼저 1단계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5조 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시설을 완공했으며,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준공식을 열고 가동을 본격화했다.


에쓰오일은 6월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참석한 가운데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의 준공 기념식을 열었다. 경남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RUC·ODC(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상업적인 가동에 들어갔지만 참석자 조율 등의 문제로 이날 공식적인 준공식 행사를 마련했다.


준공식에는 무함마드 왕세자 외에도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을 비롯해 시설 건설에 참여한 국내외 협력업체와 거래처, 정유업계를 비롯한 경제계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CEO는 이날 준공식에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는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혁신, 창의성, 제품 품질에 있어 세계적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RUC·ODC 시설 본격 가동과 함께 에쓰오일은 정유사에서 종합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가동을 시작한 에쓰오일의 복합 석유화학 시설의 한 축인 잔사유 고도화시설.  

 

정유기업→에너지 기업 진보


총면적 48만5000㎡로 축구장 약 68배 크기의 복합석유화학시설은 크게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로 구성됐다.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은 원유에서 가스, 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잔사유를 처리해 프로필렌, 휘발유 등의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돼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RUC는 석유화학의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RUC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은 함께 건설된 ODC로 공급되고 ODC는 프로필렌을 원료로 연간 폴리프로필렌(PP) 40만5000톤, 산화프로필렌(PO) 30만 톤을 생산한다.


잔사유 고도화 시설의 한 설비인 잔사유 분해공정(HS-FCC)에는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사우디 킹파드 석유광물대학교가 주도해 제이엑스(JX)닛폰, 악센(Axens)사 등과 공동 개발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고온의 촉매반응으로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에쓰오일 측은 “한 차원 진보한 신기술로 프로필렌 수율이 25%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이 창사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추진해온 RUC·ODC를 성공적으로 완료함에 따라 이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주목을 받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 비중이 현재 14%에서 19%로 늘어났고, 원유 가격보다 저렴한 중질유 비중은 12%에서 4%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 비중이 지난해 8%에서 13%로 확대되어 핵심사업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실현했다”며 “올레핀 제품이 종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37%를 차지하게 돼 파라자일렌(46%), 벤젠(17%)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4년까지 7조 더 투자하기로


하지만 에쓰오일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대주주 아람코로부터 7조 원의 추가 투자 약속까지 받아냈다. 아람코와 에쓰오일이 손을 잡고 2024년까지 진행될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설비를 만드는 2단계 프로젝트에 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


에쓰오일은 6월25일 후세인 알 카타니 최고경영자(CEO)가 최대주주인 아람코와 신규 석유화학부문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6월26일 밝혔다. 이로써 5조 원 규모의 RUC·ODC((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프로젝트를 잇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


스팀크래커 설비에서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연료로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가 생산되며 올레핀 다운스트림에서는 폴리에틸·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이 생산된다. 이 시설에도 사우디아람코의 신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사우디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302억9000만 달러로 한국으로선 여덟 번째 교역 상대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32억5200만 달러), 선박 해양구조물과 부품(3억6600만 달러), 전력용 기기(2억5000만 달러) 등이다. 이번에 양국 간 협력 분야가 확대되면서 중동시장 개척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과 아람코가 2024년까지 7조 원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2단계 투자는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사업이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해 석유에서 화학으로 지평을 넓히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C&D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로 구성된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그동안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같은 석유화학 업체들이 주로 생산해왔다. 에쓰오일은 12조 원의 석유화학 설비투자를 통해 정유사를 넘어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은 SC&D 프로젝트를 위해 울산시 온산공장에서 가까운 부지 약 40만㎡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매입했다. 새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대규모 단일 설비를 갖춤으로써 경제성과 운영 효율성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김철수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은 “43년 전 작은 정유사로 출발한 에쓰오일이 정유·석유화학 산업 통합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석유화학 하류부문에 본격 진입하는 혁신적 전환을 이루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한국 정부와 울산시, 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 열정과 헌신을 쏟은 에쓰오일 협력업체 임직원에 깊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람코가 에쓰오일에 대규모 투자를 연달아 단행함으로써 아로마틱, 올레핀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2단계 프로젝트 건설 기간 동안 연평균 270만 명, 상시 고용 400명 충원 등 일자리 창출과 건설업계 활성화 및 수출 증대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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