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책 읽고 '늦깎이 기타' 배우는 사람 늘고 있다

35년 차 기자 에세이 <오후의 기타> 반향…"나도 도전…" 포기했던 악기 배우기 열풍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7/19 [11:32]

기타 책 읽고 '늦깎이 기타' 배우는 사람 늘고 있다

35년 차 기자 에세이 <오후의 기타> 반향…"나도 도전…" 포기했던 악기 배우기 열풍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7/19 [11:32]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교포 장아무개(62)씨는 최근 들어 클래식 기타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클래식 기타를 한 대 구입했고, 개인 레슨을 해줄 선생님도 찾았다. 매주 1시간씩 꼬박꼬박 연습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지판을 짚는 것이 무척 힘들지만, 새롭게 기타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년 5월에 딸이 결혼을 하는데 축하 연주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잡지사 기자 김아무개(41)씨는 3개월 전부터 기타 레슨을 받고 있다. 마침 회사 근처 학원에 클래식 기타 레슨을 해주는 선생님이 있어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거르지 않고 기타 연습을 한다. 석 달쯤 배우다 보니 어린이용 기타 교본을 거의 끝내고 이제는 쉬운 연습곡을 배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들이 기타를 배우게 된 것은 얼마 전 출간된 <오후의 기타>(김종구 지음, 필라북스) 라는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기타와의 ‘비밀스러운 동거’ 10년…몸과 악기의 교감 기록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남몰래 하는 취미생활’ 유용성 제시

 

▲ 기타에 늦깎이로 입문한 35년 차 기자의 도전 기록이자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 '오후의 기타' 표지.    

 

캐나다 교포 장씨는 지난 4월 서울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김종구의 책 <오후의 기타>를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고 난 뒤 기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자신과 같은 나이 또래의 저자가 늦깎이로 기타를 시작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에 자극받아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다.


잡지사 기자 김씨 역시 그 책을 접하고 나서 기타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연히도 그 책 저자의 스승이 가르치는 기타 학원이 직장에서 한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연스럽게 똑같은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게 됐다.


<오후의 기타>는 현직 언론인인 저자가 우리나이 쉰세 살에 처음 기타를 시작해 10년을 연습한 뒤 그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다. 늦은 나이에 악기를 시작했으니 어려움이 없을 리 없었다. 저자는 기타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겪은 갖가지 경험과 난관, 그 극복 과정을 손에 잡힐 듯이 진솔하고도 자세히 묘사해놓았다.

 

▲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를 겸한 출판기념회’에서 '오후의 기타' 저자 김종구(왼쪽)씨가 스승인 오승국(오른쪽) 기타리스트와 듀오로 연주하는 모습.    

 

“기타 치기 늦었지만 괜찮아요”


“주변에서 ‘나도 기타를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손이 너무 작아 기타를 치기 어렵다’ ‘손가락이 너무 굳어 기타를 배울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기타를 배우는 데는 나이도, 손의 크기도, 손가락의 유연성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손이 조막만한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기타를 곧잘 치고, 프로 기타리스트 중에는 손이 일반인보다 훨씬 작은데도 놀라운 기량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굳어 있던 손가락도 계속 치다 보면 점차 유연해지게 마련이다.”


몇 년 전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다는 한 독자는 “꼭 내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아서 사뭇 공감하고 읽었다”는 독후감을 남겼다.


사람들은 대개 악기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지니고 산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려면 악기 하나쯤은 다뤄야 한다’는 생각도 늘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선뜻 악기를 배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악기를 배우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며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악기를 배우는 데는 나이도, 직업도, 신체적 조건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손짓한다. 그리고 기타를 배운 뒤 자신이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조곤조곤 말해준다.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숨어 있는 음악 혼을 일깨우는 책”이라는 서평처럼, 책을 읽고 나면 문득 ‘나도 악기를 한번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지난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기쁠 때도 많았지만 때로는 슬프고 화나고 가슴에 찬비가 내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타는 나를 달래주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게 하고,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원군이 돼 있었다. 악보와 씨름하고, 이미 굳어져 버린 손가락을 벌려 지판을 짚으려 안간힘을 쓰고, 제대로 소리도 나지 않는 음을 애써 연주하려는 순간 하나하나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이 직접 기타를 연주한 유튜브 동영상도 띄워놓았는데, 이 유튜브 채널의 댓글에는 이 책을 읽고 기타를 새로 시작했다는 사연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악기는 딱히 기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저도 덕분에 용기를 내어 하모니카에 다시 매달리고 있습니다. 올 가을 추수감사절에 마나님 교회에서 특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자상한 기타 가이드 역할


이 책은 단순히 취미생활 실용서적은 아니다. 저자가 10년 동안 클래식 기타를 연습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음악, 문학, 영화, 자연과학 등과 한데 버무려 삶과 인생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러나 이런 인문학적 향기를 빼고도 기타를 새롭게 배우는 사람들한테는 매우 자상한 종합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최근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백아무개(58)씨는 “기타를 시작하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책의 진가를 다시 깨닫게 됐다. 요즘은 책을 곁에 두고 수시로 내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의 기타>는 지난 3월 말 발간된 뒤 음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한테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여 만에 2쇄를 찍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이다. 우선 50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기타를 시작해 10년을 꼬박 연습한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 또 그런 경험을 유려한 필치로 풀어내는 것도 언론사 기자로서 오랫동안 글쓰기를 해온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녹록지 않다.

 

▲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오후의 기타' 출판기념회에서 소설가 김훈씨가 축사를 겸한 강연을 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그가 기타로 추구하려는 것은 소리이고, 그 추구를 통한 삶의 쇄신이다. 모든 소리는 반드시 사라진다. 그러므로 인간은 날마다 새로운 소리를 세상으로 내보낸다. 한 개의 음이 태어날 때, 새로운 시간이 빚어진다는 것을 김종구의 글은 말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타리스트인 오승국씨는 “기타에 대한 테크닉, 역사, 각종 에피소드 등 필자의 탁월한 통찰력은 어떤 기타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롭고도 값진 내용”이라며 “기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 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타를 배운 사람들이나, 나처럼 기타 연주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책”이라고 말했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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