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 강제추행 혐의 기자,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대파문

판사 “목격자 신빙성 없다”…미투운동 “재판부 규탄”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08/23 [11:47]

故 장자연 강제추행 혐의 기자,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대파문

판사 “목격자 신빙성 없다”…미투운동 “재판부 규탄”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08/23 [11:47]

1심 재판부 “윤지오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 증명 안 된다”
미투운동 “판결에 굴하지 않고 가해자 처벌되도록 싸울 것”

 

▲ 2008년 한 술자리에서 배우 故 장자연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언론인 조모씨가 지난해 11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故) 장자연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추행이 강하게 의심된다”면서도 “목격자 진술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8월2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조씨는 어찌됐든 사건 당일 가라오케 VIP룸에 차려진 생일파티에 참석했고, 피해자(고 장자연)가 당시 흥을 돋우기 위해 춤춘 사실도 인정된다”며 “언론사 회장 방씨가 생일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음에도 (조씨는) 자신의 책임 회피를 시도한 정황에 비쳐보면 조씨가 (장자연을)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하지만 검찰 스스로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윤지오씨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한 뒤에 추가 증거가 없고, 윤씨의 진술만으로 조씨에게 형사 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씨가 경찰조사 당시 술자리에 없었던 언론사 회장 A씨를 봤다고 거짓말로 덮어 씌운 점 등을 들어 조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반면 조씨는 “목숨을 걸고 추행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조씨는 지난 2008년 8월5일 장씨의 소속사 대표 생일을 축하하는 술자리에서 장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진술과 달리 조씨 진술엔 신빙성이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에 따른 것이다.


장씨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인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남기고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리스트에는 재벌그룹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만 재판에 넘기고 조씨 등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사건 관련 기록을 이송받아 A씨를 지난해 6월 불구속기소됐다.


한편 한 시민단체는 이날 조씨의 무죄 판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즉각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 전 기자 조씨의 무죄판결로 고 장자연 배우의 죽음을 헛되이 한 재판부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운동)은 이날 오후 규탄성명에서 재판부가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미투행동은 “조씨의 강제추행 및 접대강요 행위는 이미 2009년 사건 당시 경찰조사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되었던 사안”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은 증인의 일관적인 사건 진술에도 불구하고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아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5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일관성이 있는 핵심 목격자의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를 진행했고 수차례 진행된 재판과정을 통해 조희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직원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의 강제추행은 가능하기 어렵다”, “성추행이 있었으면 생일파티 분위기는 안 좋았을 것”라는 식의 납득할수 없는 판단 근거를 들어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투운동은 “성착취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말도 안 되는 결과에 온 국민이 분노했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처벌을 꾸준히 요구해왔다”면서 “고 장자연씨 사건은 과거사위에서 지적하듯이 수많은 수사위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를 이유로 기소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 바로 조씨에 대한 정의로운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미투운동은 “그러나 재판부는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이는 존재하는 피해자를 부정하는 일이자 여론에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 단체는 “직접적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통해 고 장자연씨의 피해에 대한 명예를 되찾고 사건의 진상규명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린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넘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질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미투운동은 “고 장자연씨 사건의 본질은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권력층의 진실 조작 및 은폐”라면서 “‘힘 없고 나약한 신인 여성 배우’에게 가해진 술접대 및 ‘성상납’ 강요 등 우리 사회 권력층이 여성을 어떻게 도구화하고 수단으로서 ‘사용’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투운동은 “고 장자연씨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가해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야말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며, 남성권력 카르텔에 균열을 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한 발을 내딛는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될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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