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넷째 주 이슈 사용설명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앞과 뒤

한국 유화 메시지에도 일본 왕무시…당연한 결정? 잘못된 선택?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8/23 [14:13]

8월 넷째 주 이슈 사용설명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앞과 뒤

한국 유화 메시지에도 일본 왕무시…당연한 결정? 잘못된 선택?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8/23 [14:13]

청와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GSOMIA) 종료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 정부가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고수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단호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한일 갈등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향후 양국 관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가 회복된다면 지소미아를 포함한 여러 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며 대화의 여지는 열어뒀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겼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일본 일방적 경제보복 고수…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 초강수
박근혜 정부 때 밀실추진·졸속체결 논란…종료에도 안보공백 없어

 

▲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8월22일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초기 논의부터 체결까지 밀실추진·졸속체결 논란을 불러왔던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막바지에 체결된 지 3년 만에 파기될 예정이다.


청와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만지작거리던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일 간의 전선이 경제에서 안보로 확대되며 ‘강대강 대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익 부합 않는다” 종료 결정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8월22일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년마다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지소미아는 8월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한일 어느 한 쪽이 파기 의사를 통보하면 자동 종료된다.


청와대는 김 사무처장의 발표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은 이후 문 대통령에게 종료 결정에 대해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1시간가량 토론 끝에 이를 재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근본적인 배경으로 과거사 문제를 무역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꼽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한일 관계 신뢰 상실과 안보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에게 취한 경제보복 조치는 과거의 역사 문제를 현재의 경제보복 문제로 전환시켰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은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백색 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아무런 근거도 대지 못했고 설명도 없었다”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전위시킨 상황에서 지소미아 효용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사실 7월 말까지 정부 내에서 지소미아 유지에 대해 사실상 유지 쪽의 의견이 다수였고 그 쪽으로 가는 듯했다”며 “과거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지향이라는 기조하에서 한일 안보를 포함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우리 정부의 투 트랙 방침은 변화 없이 가야 한다는 기조였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초기 상황까지만 해도 지소미아 유지는 하되 정보교류는 하지 않는 절충안으로 기우는 듯하던 정부가 ‘협정 종료’를 선언한 계기는 뭘까. 일본이 신뢰 훼손을 보복조치의 근거로 내세우면서 우리 정부의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했고 과거사 문제를 현재의 경제 문제와 연계한 점이 지소미아 종료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일본 정부가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 않은 점도 지소미아 종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절충안이 막판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어려울 때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도 지켜주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덕 보는 나라는?


지소미아는 상대국으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받았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비밀분류와 등급을 표시하고, 상대국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제3자에게 누설, 공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정보를 제공한 국가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군사비밀정보가 제공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등 군사비밀의 교환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절차와 원칙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체결 이후 일본과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2019년 7건 등 총 29건의 2급 군사정보를 교환했다. 올해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과 관련해 지난 5월4일 이스칸데르급 KN-23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을 제외한 나머지 7차례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과 정보교환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지소미아 체결로 덕을 본 나라는 한국일까, 일본일까?


한국보다 우수한 감시·탐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예비 1기 포함)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80여 대 등을 통해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한국은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해 감시정찰 자산을 활용한 대북 정보 수집이 가능하고, 고위 탈북자 등을 통해 확보한 인적 정보(휴민트)는 일본을 압도한다.


이 같은 한일 간 호혜적 정보교환이라는 측면에서 지소미아를 통해 대북 정보를 주고받았지만 지난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후 협정에 의해 양국이 주고받은 군사정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상황에 국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역시나!’ 엇갈린 반응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겼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8월22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위정자들이 주권 국가로서의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을 무시하는 발언을 지속해왔고 국제 자유무역질서를 해치면서까지 우리의 국민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려는 오만하고 부당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해 응당 취해야 할 조치로 평가하며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소미아 파기’ 지론을 펴왔던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정부가 막판까지도 정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대립되면서 좀처럼 의견이 모아지지 않다가 어제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의 태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대변인은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 안보에 정보의 공백이 발생하고 또 안보에 큰 차질이 있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계시지만 정의당이 확인해본 결과 일본과의 지소미아 협정이 당장 파기된다 해도 우리 안보에 있어서 큰 손실이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며 “그런 만큼 비록 지소미아가 파기된다 해도 우리 안보에 대한 불안은 전혀 없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인식하고 공연한 안보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서 지소미아를 도입할 때 국민여론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한일 경제 갈등이 해결되고 한일 간 신뢰가 구축됐을 때 국민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지소미아를 재도입해도 충분하다”며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 한일 관계를 호혜적인 관계로 정상화하는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지소미아 파기는 조국 국면 돌파용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고, 바른미래당 역시 “경솔하고 감정적 대응”이라고 깎아내렸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책없는 감성몰이 정부가 결국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렇게 하면 화끈하고 성깔 있는 정부라고 칭송받을 줄 아는가. 일본을 눌렀다고 박수받을 줄 아는가”라고 청와대를 향해 눈을 흘겼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관련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솔하고 감정적인 대응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지소미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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