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라면기업 ‘농심’ 미국에 두 번째 공장 짓는 까닭

창사 이래 최대 2억 달러 투자하며 ‘글로벌 도약’ 선언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9/06 [15:32]

대한민국 대표 라면기업 ‘농심’ 미국에 두 번째 공장 짓는 까닭

창사 이래 최대 2억 달러 투자하며 ‘글로벌 도약’ 선언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9/06 [15:32]

“일본 라면 게 섰거라!” 국내 최대 라면 업체 농심이 북미와 남미 시장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미국에 2억 달러를 투자해 두 번째 라면 공장을 짓는다. 2005년 제1 공장 설립 이후 10여 년 만에 생산시설 확대에 나선 것. 최근 미주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농심이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농심은 9월3일, 미국의 신공장 부지를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로나(Corona)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심이 새로 설립하는 미국 제2 공장은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 기존 공장의 3배 규모인 약 15만4000㎡(4만6500평) 부지 내에 지어질 계획이다.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2억 달러로 농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두 자릿수 급성장 북미시장 겨냥 LA 인근 ‘코로나’에 공장 설립
내년 초 공사 시작 기존공장 3배 규모인 4만6500평 부지에 건립
건면·생면 생산설비 갖추고 미주 이어 남미시장 전초기지 삼을 듯

 

농심은 이제 세계 100개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10년 전 2% 미국시장 점유율 끌어올리며 원조 격 일본 라면 위협

 

▲ 국내 최대 라면 업체 농심이 북미와 남미 시장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미국에 2억 달러를 투자해 두 번째 라면 공장을 짓는다. 사진은 농심 LA 공장.    

 

국내 최대 라면 업체 농심이 미국에 제2 공장을 설립하고 ‘글로벌 도약’을 선언했다.


농심은 미주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더욱 다양해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설립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9월3일 밝혔다. 농심이 양적·질적 팽창을 하기 위해 새로운 심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농심은 미주지역에서 최근 수 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진출해 1·2위로 앞서가는 일본 라면을 위협하며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것.


농심 관계자는 “기존 LA 공장 생산량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앞으로 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라며 “제2 공장은 미주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남미시장 공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농심은 유탕면 생산설비만 있는 기존 공장과 달리 제2공장에 건면과 생면 생산능력을 갖추고, 건강과 프리미엄 가치를 앞세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은 미국 제2 공장에 우선 총 4개의 라인을 설치할 계획인데, 유탕면 2개 라인(봉지, 용기)과 건면, 생면 생산라인이다. 농심이 해외에 건면과 생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은 시장의 수요가 다양하고, 최근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진 만큼 건면과 생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며 “생산 설비를 갖추고, 신제품을 발 빠르게 선보이며 유탕면과 차별화된 시장을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농심 미국 공장 지도.    


농심이 제2 공장 부지로 낙점한 코로나는 현재 공장인 캘리포니아 랜초 쿠카몽가 지역에서 남쪽으로 약 4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기존 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은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료의 수급과 물류비용의 효율성, 두 공장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또한, 서부가 멕시코 등 남미지역 공급에 지리적으로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동부지역인 시카고와 뉴저지에 물류센터가 있고, 오는 10월부터는 댈러스에서도 새로운 물류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서부는 생산기지로 삼고, 동부는 주요 지역에 물류 거점을 세워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미국 제2 공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속도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다양한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시장인 만큼, 미주 시장에서 성장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은 위로는 캐나다, 아래로는 멕시코 등 대규모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에도 유리하다”라며 “생산시설이 확충되고, 더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이들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미국 제2 공장은 오는 2021년 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심은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2025년까지 미주지역에서 현재의 2배가 넘는 6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세계에 신라면 ‘매운맛’ 전파


국가대표 라면 ‘신라면’이 글로벌 브랜드로 사랑받게 된 배경에는 약 50년 전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린 농심의 의지가 있었다. 농심은 1971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일본·홍콩 등으로 수출 국가를 확대해 갔고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라면 공식공급업체로 지정되며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에서 믿을 수 있는 식품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9년 현재 농심은 미국 LA를 비롯해 중국 상해·심양·청도·연변, 일본 도쿄, 호주 시드니, 베트남 호치민 등지에 해외법인 및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육개장사발면 등 히트제품을 토대로 미국 한인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농심은 점차 시장을 확대해 히스패닉 시장도 사로잡았다. 그리고 2018년 ‘한국의 매운 맛’을 표방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내 메인스트림 시장 매출이 아시안 시장 매출을 넘어서며 신라면의 글로벌 입지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또한, 작년 농심의 해외사업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해외매출은 2017년 대비 18% 성장한 7억6000만 달러다. 미국·일본을 포함한 전 해외법인이 최대 실적을 거뒀고, 사드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 사업도 23%가량 성장하면서 신기록 달성을 견인했다.


K-POP 트렌드와 맞물려 식품한류 신화를 쓰고 있는 농심 신라면은 이제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의 매운 맛을 알리고 있다. 가깝게는 중국, 일본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와 마테호른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까지 농심은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

 

美 주류시장 브랜드 되기까지


1971년 미국에 처음 라면 수출을 한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개설, 1994년 농심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하며 미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신라면, 너구리 등이 한인사회에서 히트를 치며 점차 인지도를 높여갔고,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내 매출 성장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켓 위주 미국 주류시장(mainstream)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농심의 지난해 주류시장 매출은 전년에 비해 약 34% 늘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킨 농심은 코스트코(Costco), 크로거(Kroger)를 비롯한 미국 메이저 유통사에 신라면 전점 입점을 목표로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라면은 이제 한인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대표 한류 식품이 됐다.


이후 농심 미국법인은 현지 시장에서 2014년 1억3600만 달러, 2015년 1억5600만 달러, 2016년 1억8000만, 2017년 2억100만 달러, 2018년 2억2500만 달러의 올리며 무섭게 커왔다. 올해는 2억5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놓고 있다.


이제 미국 3대 라면 제조사로 자리 잡은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라면시장 1위는 일본의 동양수산(M/S 46%)이며, 2위는 일청식품(30%), 3위가 농심(15%)이다. 10년 전 2%에 불과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원조격인 일본 라면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또한,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 아마존고 매장에서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팔리고 있다. 아마존고는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으로, 철저한 판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라면블랙을 정식 입점시켰다. 월마트와 아마존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블랙의 영향력이 인정받은 결과다.

 

14억 중국인 입맛도 바꿔


농심은 ‘우리 브랜드를 중국에 그대로 심는다’는 전략으로 1990년대에 중국사업에 뛰어들었다. 1996년 상하이 공장 설립을 마친 농심은 해안에서 내륙으로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은 끓은 물을 부어 면을 익혀먹는 ‘포면’ 위주의 중국 라면 문화였다. 하지만, 농심은 포기하지 않고 마트 시식 행사 등을 펼쳐 끓여먹는 문화로 라면시장을 바꿨다. 이제는 중국 현지 브랜드 제품들도 끓이는 방식을 택할 정도가 되었다.


작년 중국사업 매출은 2억8000만 달러. 올해는 약 14% 늘어난 3억2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맛은 한국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되, 유통과 마케팅만 현지 방식을 따른 전략이 통한 것이다. 결국, 현지 제품과 타협하지 않은 독특한 매력으로 중국시장에 안착해 20년 만에 40배 매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매년 열리는 신라면배 바둑대회도 신라면 인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바둑을 사랑하는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회이자 아시아 3국이 참여하는 국가 대항전 형태로 흥미를 더했기 때문이다. 농심배는 매 경기마다 중국 최대 방송사인 CCTV도 취재를 할 만큼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크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은 2018년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명품’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신라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타오바오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라면은 한국 라면 최초로 타오바오몰에서 2013년부터 정식 판매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김치라면이 중국시장 공략의 주력 브랜드로 타오바오몰에서 라면 판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는 매년 매출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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