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의 장편소설 ‘몽키 하우스’ 제2부 <7> 몽키 하우스

쇠창살 갇힌 채 울부짖는 양공주들 모습은 원숭이 같았다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19/09/20 [11:08]

김영권의 장편소설 ‘몽키 하우스’ 제2부 <7> 몽키 하우스

쇠창살 갇힌 채 울부짖는 양공주들 모습은 원숭이 같았다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19/09/20 [11:08]

욕망 가득한 눈으로 희희낙락 주지육림 속에서 춤추던 놈들이건만
헌병대들은 군사작전인 양 거드름 피우며 여자들을 짐승처럼 닦달

 

성병검사 떨어진 양공주 관리하는 낙검자 수용소는 기지촌 어디에나
갇힌 양공주들은 하늘마저 갈가리 찢어 놓는 창살 안에서 자기 부정

 

▲ 1960년대 초반 동두천·평택 등지에는 몽키 하우스라고 불리는 성매매 여성 수용소가 설립됐다. 사진은 SBS 사회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몽키 하우스와 비밀의 방' 한 장면.    

 

찬 바람이 불어대는 매서운 날씨였다. 그래도 하늘은 푸른 유리처럼 청명했다. 까마귀 몇 마리가 아득한 천공에서 마치 검은 연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까마귀가 그토록 높이 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청운이 탄 승합차는 동두천 시가지를 벗어나 좁은 둑길로 접어들었다. 벼의 그루터기만 남은 회갈색 논바닥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희끄무레했다. 차가 평지를 뒤에 남기곤 울퉁불퉁한 험로로 들어서자 여자들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이 씨발, 감씨 공알까지 다 빠지겠네.”


“아, 고향땅의 정다운 오빠를 버리고 삼수갑산으로 가네….”


“참 너무 억울해. 리차드 놈이 앙심을 품고 찍은 것 같아.”


그녀들은 미군의 컨택에 걸려 낙검자(落檢者) 강제수용소인 몽키 하우스로 이송되는 중이었다.
 
낙검자 강제수용소, 몽키 하우스


미군 사령부 소속의 헌병들은 자국 군인들을 성병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갑작스레 클럽에 들이닥쳐 ‘양색시’들에 대한 불심검문을 실시하곤 했다. 클럽 여자들은 그걸 ‘토벌’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꼭 필요한 건 주민등록증보다는 성병 검진증이었다. 규정에 의해 클럽 여자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공립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아야 했는데, 그 결과는 검진증에 기록되고 붉은 도장이 찍혔다.

 

클럽 기도의 임무는 불량배나 행상인 따위를 막는 것뿐 아니라 검진증을 조사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불합격자나 검진증을 지니지 않은 여자는 클럽 입장이 거부되었다. 물론 돈이나 몸을 기도 놈에게 먹이면 통과될 수도 있었지만….


하지만 일단 미군의 단속에 걸렸을 경우 여자는 낙검자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고 해당 클럽은 일주일 내지 한 달 동안 영업정지를 당해야 했다.

 

이른바 토벌이 시작되면 완전무장한 헌병 50여 명이 기습적으로 진입하여 클럽의 모든 문을 봉쇄하곤 마치 전쟁기의 군사작전인 양 엄숙히 거드름을 피우며 여자들을 짐승처럼 닦달했다. 엊그제 자기가 놀러 왔을 땐 욕망 가득한 눈으로 희희낙락하며 주지육림 속에서 춤추던 놈들이….


무엇보다 여자들 입장에서 황당스런 건 ‘컨택’이란 것이었다. 미군 병사가 성병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거나 스스로 고백할 때, 미군 당국은 병원균을 원천적으로 차단키 위해 그와 섹스한 그녀를 찾았다. 그런데 그 방법이 꽤 기이했다.

 

미군부대 의무과엔 클럽 여성들의 확대 사진과 신상을 기록한 카드 목록이 비치돼 있었다. 성병 보균자인 미군 사병은 그중에서 자신을 괴롭힌 여자를 찍고, 그 후 헌병이 가서 위대한 미군에게 더러운 병을 옮긴 마녀를 잡아 수용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조처 과정은 미국 사람답지 않게 조잡스레 진행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여인이 참혹한 짓을 겪어야 하기도 했다. 실수로 잘못 찍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어떤 껄렁한 놈이 예쁜 여자에게 거절당해 앙심을 품고 사진을 지목한다면 그녀는 설령 깨끗한 몸이라 하더라도 꼼짝없이 당할 따름이었다.


승합차는 산기슭을 따라 난 좁은 길로 들어섰다. 황토가 드러나도록 헐벗은 채 소나무와 참나무가 드문드문 늘어서서 늦겨울 바람에 떨고 있는 소요산(逍遙山)은 오랜 옛날부터 동두천 토박이 농부들에겐 든든한 뒷동산이자 마음의 벗이었다.


청운은 착잡한 심정이었다.


‘저 위에 과연 무엇이 있기에 난 지금 이 여자들과 함께 가고 있는 걸까?’


청운은 고개를 돌려 차라리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변질돼 버린 마을 너머로 잿빛 리본 같은 강이 이따금 눈물처럼 반짝이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대로 가보는 수밖에….’


청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득문득 황당스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 사진은 2015년 11월 방영된 SBS 사회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몽키 하우스와 비밀의 방' 한 장면.    

 

“그들에게 한국 여자는 한갓 암컷”


그날 밤, 붉은 옷의 댄서와 함께 지샌 그는 정오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소파에서 굴러 떨어져 방바닥에 누운 그에게 여자가 물 한 컵을 들고 와 건넸다. 그건 마치 선녀궁의 감로수인 양 술 취한 정신을 깨워 주었다. 한순간 하늘 궁전에 있다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이봐요, 꺼벙씨… 우리가 밤새도록 함께 있었는데도 아무 일 없었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이라고 하겠죠?”


“글쎄요… 하지만 뭐 사실인 것 같은데요.”


“확신할 수 있겠어요?”


“글쎄… 술에 너무 취해, 지금도 비몽사몽이라 확신까진 할 수 없지만… 혹시 뽀뽀를 했는지도 몰라. 꿈 같기도 하고….”


청운은 머리를 긁적였다.


“만일 꿈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어쩌겠어요?”


여자는 보일락말락 미소 지었다.


“그럼 또 무슨 다른 일이…?”


“호호홋, 궁금해요? 그럼 이리 와 봐요. 가르쳐 줄 테니….”


청운이 어리둥절한 채 어떤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청운 곁으로 다가앉아 차가운 손으로 그의 볼을 감싸더니 지그시 눈을 들여다보았다. 반짝거리는 신비스런 눈동자를 채 보기도 전에 그녀는 긴 속눈썹을 덮곤 청운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그가 혀를 그녀의 입속으로 진입시키려 하자 그녀는 살짝 눈을 흘기더니 입술을 옮겨 그의 턱과 목과 귀 그리고 다시 입술을 빨았다.


청운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틈이 생기자 살며시 혀끝을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며 숨결을 고르더니 입술을 열곤 부드러운 혀로 맞이했다.

 

그리고 문득 긴 속눈썹을 들어 그윽한 눈으로 청운을 쳐다보았다. 그때부터 그는 좀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입술은 입술로부터 그녀의 매끄러운 목을 지나 실크 가운을 헤치고 백설처럼 하얀 젖가슴으로 내려갔다. 브래지어를 벗겨내자 아담하면서 핑크빛 젖꼭지가 살짝 위쪽을 향해 쳐들린 도발적인 유방이 나타났다.


청운은 황홀한 심정으로 한동안 바라보다가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여자가 상체를 비틀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 중 하나를 살며시 내려뜨려 바지 지퍼를 열었다. 부드러운 손가락들이 남자의 심벌을 살살 매만졌다. 청운이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팬티를 벗겨낸 순간 불현듯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둘은 동작을 멈춘 채 숨소리를 죽였다. 화장대의 거울에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노크 소리는 더 거세어졌다.


“저건 상철이 녀석 같은데….”


대꾸하려는 청운의 입을 그녀가 검지손가락을 세워 막았다. 그런 모습은 거울을 통해 보니 언젠가 꾸었던 꿈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기랄! 여기 있다는 것 알고 왔으니 문 좀 열어 봐요!”


여자는 조용히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빨갱이 누나 맞지? 있으면서 왜 대답을 안 해요?”


“빨갱이라니, 너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까불어?”


“빨간 옷 입으니까 빨갱이지 뭐, 히히히….”


“미친 자식! 어서 가서 청소나 깨끗이 해!”


“히히, 운이 형 있다는 걸 알고 왔어요. 맞죠, 누나?”


“운이가 누구야, 엉?”


“에잇 참… 그 형이 누날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아직 눈칠 못 챘어요?”


“꺼져!”


“히히, 알았어요. 아무튼 여기 있다는 걸 아니까 빨리 오란다고 전해 줘요!”


“상철아, 니가 찾는 그 꺼벙인지 멍청인지 모를 형님은 이미 벌써 새벽에 갔어. 그러니 빨리 딴 데루 가서 찾아봐. 어이구, 미친 놈들 땜에 신경질 나네!”


여자는 상철이를 속이려고 그런 연극을 했으나 일단 대사를 내뱉고 보니 정말 신경질이 난 듯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화장대 앞으로 가서 앉아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제 그만 가봐.”


“그래야겠지. 하지만 아직 시간은 있어.”


“아냐, 나도 준비하고 나가 봐야지.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큰일이니 조심하라구.”


“알았어. 여자들… 아니, 그대는 분위기에 예민하면서도 무척 냉정한 얼음 인형 같아.”


“호홋…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는걸 뭐.”


“얼음 인형이 아니라 백설 인형이 좋겠어.”


“흥, 백설 공주는 안 된다 이거지?”


“그건 너무 때가 묻은 말이라 싫어.”


“혹시 양공주가 떠올라서 그런 건 아니구…?”


“그런 건 아냐. 그대는 접대부가 아닌 가수면서….”


“스트립쇼 걸이라고 하는 게 더 사실에 가깝겠지. 알몸을 파는….”


“그건 뭐… 어떤 양키 놈은 예술이라고도 하던걸.”


“웃기는 얘기지. 흥, 백인이든 흑인이든 그놈들에게 한국 여자는 어쨌든 한갓 암컷밖에 안 돼.”


“….”


“이젠 어서 가봐.”


“응….”


청운은 들릴락말락 짧게 대꾸하곤 그림자처럼 문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긁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걸음을 옮겼다. 황량한 겨울 벌판 저 멀리 강둑길 위로 달려가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는 계속 걸었다. 하지만 환상 속의 풍경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수록 평범한 현실로 바뀌었다.

 

마타하리 같은 스파이 암약


청운은 홀 입구에 앉아 있는 기도 녀석을 슬쩍 쏘아보곤 안으로 들어갔다.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지배인이 불렀다.


“이 새끼, 여기가 너 따위 송사리 놈이 장난치는 어항인 줄 아나, 응? 여긴 엄연한 군부대의 일부라는 사실을 내가 늘 강조했잖아! 내가 야전사령관이라면 넌 이제 겨우 훈련병 딱지를 뗀 쫄병이란 말야! 이곳에선 상명하복의 엄정한 군율이 항시 지켜져야 하며 직속상관에 대한 항명은 총살, 즉 퇴출이란 말이다!

 

그런데도 넌 무단히 탈영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풍기문란죄를 저질렀다. 그래도 내가 정상참작이나마 하려고 부관을 보내 즉시 귀대 명령을 내렸건만, 일개 양공주의 거처에서 일탈적인 희롱에 빠져 군령을 무시했어. 귀관의 죄악상을 인정하는가?”


“제가 그곳에 간 원인은….”


“닥쳐! 현대전술에서는 원인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 우리와 같은 특수지역 부대에선 그건 지상명령이야!”


“그래도 그 과정엔….”


“그 따위 개소리 같은 변명은 집어쳐! 만약 개과천선하고 싶다면 당장 꿇어앉아 석고대죄 해. 그리고 앞으론 묘령의 여인을 개가 닭 보듯 할 것이며, 무슨 일이 있든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맹세해. 그럼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마.”


지배인은 검고 두꺼운 낯가죽을 씰룩거리며 잇새로 음흉스런 미소를 흘렸다. 청운은 선택의 기로에 선 채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개소린 집어치라니까! 흠,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겠단 수작이로군. 참고로 한 가지 알아둬. 근래에 우리 권역에 마타하리 같은 미모의 스파이가 숨어들어 암약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특정인을 스파이라고 지목하고 싶진 않지만 조심해야 된다는 얘기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흠, 그럼 꿇어앉아. 그리고 ‘김일성 개새끼!’라고 세 번 복창하곤 침을 한 번 퉷하고 뱉어.”


“그건… 싫습니다.”


“왜?”


“그런 인간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침을 뱉으면 그에게 가나요?”


“이 새끼가 감히 뉘 앞에서 개소릴 쫑알거려, 앙!”


호통과 동시에 구둣발이 날아와 조인트를 깠다.


“너 이 자식… 북괴에서 내려보낸 간첩이지?”


그 순간 갑자기 청운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지더니 두 눈에 불길이 있었다. 당황한 지배인을 노려보던 청운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곤 곧 발길을 돌렸다.


그 후 며칠 동안 동두천 바닥을 외로운 하이에나처럼 떠돌던 청운은 피에로 형의 소개로 갑자기 몽키 하우스로 가게 되었던 것이었다.

 

▲ 사진은 2015년 11월 방영된 SBS 사회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몽키 하우스와 비밀의 방' 한 장면.    

 

창살에 달라붙은 ‘몽키’들


승합차는 호랑이 목청 같은 엔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산길로 접어들어 한동안 가자 저 멀리 숲속에 문득 하얀 2층 건물이 나타났다. 소요산 기슭을 황토가 드러나도록 깎아서 지어 놓은 저 건물은 대체 뭘까? 혹시 귀신이 사는 신전이 아닐까?


그건 클럽 여성들의 성병 치료와 교화를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무시무시한 강제수용소였다. 여자들은 그 건물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란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렀다.

 

혹시 마음속의 공포감을 중화시키거나, 미군에 예속된 폭압적인 국가 공권력을 조롱키 위한 의도로 그러진 않았을까. 또는 현실의 지옥 같은 구렁창을 넘어 꿈의 나라인 미국으로 날아가고픈 소망이 그런 소녀 취향의 이름을 붙였을까.


보건소의 성병 검사에 떨어진 양공주들을 관리하는 이른바 낙검자 수용소는 동두천뿐만 아니라 미군 기지촌이 자리 잡은 곳엔 전국 어디에나 다 있었다.

 

미군 사령부와 한국 정부가 주둔군 위안부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공문서 상으로 위안부 관리에 관한 합의에 서명한 1970년대 초부터 단속과 관리는 한층 더 삼엄해졌다. 동두천 수용소인 몽키 하우스는 그중 규모가 크고 악명이 높았다(기지촌이 밀집한 경기도 지역과 부산·대구 등지에서는 2000년대 초까지도 강제수용소가 존재했다고 한다-지은이 주).


승합차가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검문소 보초가 운전수를 알아보곤 육중한 철문을 열었다. 차는 부르릉거리며 수용소 앞마당으로 진입하더니 숨을 헐떡이다가 멈췄다. 새소리마저 사라지자 산속엔 일순 기괴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성병 보균자로 낙인 찍힌 여자들이 밖으로 나서자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두툼한 군용 외투를 걸쳤지만 어딘지 퇴역한 하급 관리 티가 나는 중늙은이가 나타나 여자들을 넘겨받곤 짐짓 엄격히 인솔해 건물 안으로 갔다.


갑자기 하얀 건물의 작은 창문들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백한 여자들의 얼굴이 여기저기 유리창에 나타나 바짝 달라붙었다. 하지만 창엔 굵고 검은 쇠창살이 박혀 있어 그녀들의 모습은 갇힌 모종의 짐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몽키 하우스란 별칭이 왜 붙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쇠창살을 붙잡은 채 바깥을 향해 울부짖는 그녀들의 모습이 일견 원숭이 같다고 어느 미군 헌병이 비아냥거린 말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었다.


녹슨 쇠창살이 여자들의 얼굴을 재단하고 있다. 창살은 모두가 ×자였다. 작은 부분들의 ×자가 모여 큰 전체의 ×자형 창틀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왕이면 원형으로 디자인할걸. 그걸 통해 세상을 내다보며 작은 희망이나마 갖게끔 말야. 수많은 ×자보다 보름달 닮은 동심원의 ○형을 본다면 조금쯤은 갇힌 공포심이 덜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당시는 장미꽃을 폭행하던 총칼 독재의 시대… 바깥에서 안쪽의 여자들을 부정하기 위해, 양갈보 양공주라고 지탄하기 위해, 너희들은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인식시키기 위해, 수용소 전체의 창문을 ×자형으로 디자인해 놓았는지 몰라. 갇힌 양공주 여자들은 하늘마저 갈가리 찢어 놓는 창살 안에서 자살과 같은 자기 부정을 하지 않을까?’


청운은 생각에 잠겼다.


몽키하우스는 미군부대가 직접 관할했다. 미국 본토에서 성병 검사 기구와 의약품 등을 들여왔다. 미군 소속 군의관이 진료와 제반 관리를 하고 한국인 의사나 간호원은 보조역을 맡아 일했다. 애초에 미군 당국은 관리만 자기네들이 하고 실무는 한국인에게 맡겼으나, 의료기구나 약제품 따위가 사라지는 일이 잦다 보니 직접적으로 통제 운영하게 된 것이었다.


여자들이 하얀 건물 속으로 다 들어가 버리자 창살에 달라붙어 있던 이른바 ‘몽키’들의 모습도 하나 둘 사라졌다.


<다음호에는 제3부 ‘선인장꽃’이 이어집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포토뉴스
10월 셋째주 주간현대 1115호 헤드라인 뉴스
1/2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