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멋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여행지

“아름다운 정원 같은 휴게소에서 쉬었다 간들 어떠리”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9/27 [11:13]

맛있고 멋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여행지

“아름다운 정원 같은 휴게소에서 쉬었다 간들 어떠리”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9/27 [11:13]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다.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찾는 공간이니, 간단히 요기하거나 급하게 해결할 일이 없다면 설레는 여행길에 굳이 시간 들여 찾아갈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번 여행길엔 ○○휴게소에 꼭 가봐야지’ 같은 여행 계획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대한민국 고속도로는 엄청나게 진화했다. 이제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렀다가 가락국수로 대충 요기나 때우던 그 시절의 휴게소가 아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이제는 당당히 여행 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개그우먼 이영자도 반한 휴게소 맛집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볼거리까지 그득하다. 가을 여행길에 지나치기 아까운, ‘맛있고 멋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여행지를 소개한다.

 


 

 

새하얀 자작나무가 아담한 숲을 이룬 정원엔 각양각색 러브 벤치
쓰레기통마저 조각 작품 보는 듯…예쁜 연못 주위엔 수변 데크까지

 

이서휴게소는 규모 작아도 알차고 아기자기…‘먹방’ 여행 성지 각광
명품애호박국밥, 손가락 굵기로 썬 애호박과 두툼한 돼지고기 푸짐

 

1. 덕평자연휴게소


세상에 이런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을까? 벤치와 쓰레기통까지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산책하고, 아이들과 우주타워에서 환상적인 야경을, 반려견은 전용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곳. 인천 남동구와 강원도 강릉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에 자리 잡은 덕평자연휴게소에서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줄 서서 먹는 유명 음식점 수준의 푸드 코트와 전문 식당가, 다양한 브랜드가 모인 쇼핑몰은 기본으로 갖췄으니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압도적인 매출 1위를 달리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 표지판을 보고 우연히 들렀다면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휴게소 건물과 간판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정도?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널찍한 푸드 코트를 중심으로 디저트 카페와 편의점, 쇼핑몰 등이 골목골목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덕평소고기국밥은 2016년 한 해 동안 60만 그릇 가까이 팔리면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최근 리뉴얼한 메뉴인 덕평왕돈가스는 바삭한 튀김옷 속 촉촉한 살코기가 웬만한 전문점 부럽지 않다.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마쳤으면 주차장 반대편으로 나가보자. 널찍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중앙정원은 이름처럼 덕평자연휴게소 강릉 방향과 인천 방향 가운데 자리 잡았다. 전국에 전망 좋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여럿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무껍질이 새하얀 자작나무가 아담한 숲을 이룬 정원에는 연인들을 위한 각양각색 러브 벤치가 보인다.

 

▲ 중앙정원에 연인들을 위한 러브 벤치가 있다.    


홍익대학교와 협업해서 만든 아트 쓰레기통도 눈길을 끈다. ‘지구를 위한 주사기’ ‘숲속의 부엉이’ ‘환경의 자명종 시계’ 같은 이름을 단 쓰레기통이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하다. 예쁜 연못 주위에는 수변 데크까지 갖춰 걷는 재미를 더했다. 중앙정원 한 귀퉁이 빨간 공중전화 부스에는 수화기를 들면 추억의 노래를 들려주는 뮤직 박스가 있다.

 

▲ 홍익대학교와 협업해서 만든 아트 쓰레기통, ‘숲속의 부엉이’.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중앙정원 옆의 ‘달려라 코코(KoKo)’를 놓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강아지 파크’를 지향하는 이곳은 자연 속에서 반려견과 함께 힐링하는 공간이다. 널찍한 애견 놀이터, 애견 카페(코코카페), 애견 위생실, 애견 호텔(코코하우스) 등을 갖췄다. 여름(6~9월)에는 반려견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소형견 물놀이장(Pool time)을 운영한다.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건물도 예쁘다.


연인끼리 혹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해질 무렵 덕평자연휴게소에 들르는 것이 좋다. 해가 지고 별이 하나둘 떠오르면 중앙정원과 인접한 ‘별빛정원 우주’에 각양각색 조명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불빛 쇼가 펼쳐지는 로맨틱 가든에서는 사랑을 고백하기 좋다. 터널갤럭시101은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로, 은하수 속을 걷는 듯 환상적이다.

 

▲ ‘별빛정원 우주’에 있는 터널갤럭시101은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이다.    


별빛정원 우주 곳곳에 자리 잡은 아트큐브는 아담한 육면체 건물 안에 빛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파이프오르간을 닮은 조형물에 오로라처럼 황홀한 빛이 춤을 추고, 화려한 조명 아래 북 치는 모습이 천장 거울 속에서 작품이 된다. 나무를 휘감은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시크릿가든은 이름처럼 비밀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별빛정원 우주 뒤쪽 야트막한 언덕에는 예쁜 초승달과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가 있다. 토끼를 향해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고, 언덕 아래로 별처럼 반짝이는 야경을 즐겨보자. 작은 조명이 길을 안내하는 달빛산책로도 운치 있다.


별빛정원 우주의 전망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주타워에 오르자. 자이로드롭을 닮은 의자는 지상 35m 높이까지 올라가면 하늘 카페로 변신한다. 천천히 회전하는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발아래 빛나는 야경을 감상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높게 느껴져 아찔하지만, 일단 안전벨트를 매면 직원이 스위치를 개방할 때까지 실수로도 풀 수 없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앞 테이블에 휴대전화를 놓으면 같이 탄 직원이 기념 촬영을 해준다.

 

▲ 덕평자연휴게소의 야경을 즐기려면 높이 35m 우주타워가 제격이다.    


덕평자연휴게소를 품은 이천은 도자기의 도시다. 해마다 봄이면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藝’s Park)는 도자기 장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이다.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자랑하는 공방에서는 일상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는 생활 도자기를 사거나, 다양한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트 스테이(예술 민박)를 운영하는 공방을 베이스캠프 삼아 이천 곳곳을 둘러봐도 좋다.


한자리에서 더 많고 다양한 도자기를 보고 싶다면 인근 이천세라피아로 자리를 옮기자. 세라피아는 도자기를 뜻하는 ‘세라믹’과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를 합친 이름으로,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도자기 천국이다.

 

세계적인 현대 도자기 작품 1300여 점을 품은 이천은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은 외교관, 서희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서희테마파크는 서희의 외교적 업적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는 곳이다. 14만㎡가 넘는 부지 곳곳에 서희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 수십 점이 눈에 띈다. 서희역사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걸으며 서희의 일생과 우리 역사를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다. 역사관, 영상관, 전시관, 체험관, 추모관을 갖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체험 학습 공간으로 인기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자리한 한국동요박물관에 들러보자. 2014년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동요 박물관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요 ‘밤배’의 탄생 과정을 알려주는 자료를 비롯해 우리나라 첫 음악 교과서, 옛날 동요집 등 한국 동요 100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사계절동요체험실에서 ‘플롯 동요’ ‘율동 동요’ 등 다양한 동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글·사진/구완회(여행작가)>

 

2. 이서휴게소


설레는 여행길에 꼭 들르는 곳, 고속도로 휴게소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뻐근해진 허리를 펼 겸 출출한 속을 채우고, 차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도 한 아름 챙긴다. 해외여행의 꽃이 면세점 쇼핑이라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국내 여행의 묘미이자 필수 코스인 셈.


요즘은 휴게소도 골라 가는 시대다. 지역 특색을 살린 개성 있는 휴게소가 많고, 유명 음식점 부럽지 않은 메뉴로 ‘먹방’ 여행 성지가 된 곳도 여럿이다. 그중 하나인 이서휴게소는 호남고속도로 서전주 IC와 김제 IC 사이에 있어, 행정구역상 전북 완주군에 속한다. 전주가 지척이고 광주는 1시간, 목포까지 1시간 40분 거리다.


이서휴게소는 규모가 작아도 아기자기하고 알차다. 먹고, 쉬고, 즐기는 재미 중 으뜸은 먹는 재미. 인기 메뉴인 라면과 우동이 2900원으로 가성비가 좋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관내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착한 상품’이다. 라면은 튀기지 않은 생면을 사용해 깔끔하다.


‘전주비빔밥전문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 메뉴는 명품애호박국밥과 명품꼬막비빔밥. 올봄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가 주관한 ‘휴게소 대표 음식 선발대회’에서 각각 대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관내 24개 휴게소에서 출품한 음식을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평가한 결과다.

 

▲ 명품애호박국밥은 감칠맛 나는 얼큰한 국물이 매력 있다.    

 

손가락 굵기로 큼직하게 썬 애호박과 두툼한 돼지고기가 푸짐한 명품애호박국밥은 감칠맛 나는 얼큰한 국물이 포인트다. 꼬막과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명품꼬막비빔밥은 상큼한 유자청 고추장이 신의 한 수. 이 메뉴는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195개 휴게소 189개 품목을 대상으로 선정한 ‘2019 전국 휴게소 대표 명품 음식(EX-FOOD) 20선’에도 포함됐다.

 

▲ 꼬막과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명품꼬막비빔밥.    


밥이 모자라거나 흰쌀밥을 선호하지 않는 여행객을 위한 영양밥 셀프 코너가 눈에 띈다. 흑미밥, 현미밥, 귀리렌틸콩밥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이서휴게소 밥맛의 비결은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것이다. 휴게소 최초로 도정기를 도입해 매일 두 번 도정 작업을 한다. 갓 도정한 쌀은 4kg 단위로 판매도 한다.

 

▲ 이서휴게소 ‘전주비빔밥전문점’. 휴게소 내 정미소에서 매일 아침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다.    

 

그 밖에 배추겉절이와 배추김치를 직접 가져다 먹는 김치 셀프 존, 휴대폰 충전기를 갖춘 1인 테이블, 장애인 전용 무인 주문 결제 시스템, 유아용 의자, 앞치마 등 구석구석 깨알 같은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명품 메뉴로 속을 든든히 채웠다면 휴게 시설로 눈을 돌려보자. 작지만 알찬 휴식 공간 ‘THE 힐링’에 공기청정기, 안경 세척기, 전자레인지, 안마 의자, 헬스클럽용 벨트 마사지 기구 등이 있다.

 

급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PC와 복합기를 구비한 쉼터도 만족스럽다. 아기 침대, 정수기와 젖병 살균기, 유아 전용 모드로 설정된 공기청정기, 유아 전용 전자레인지를 갖춘 수유실도 아늑하다.


먹고 쉬었으면 즐길 차례. 순천 방향 휴게소 야외에 전래 동화 <콩쥐팥쥐>를 주제로 조성한 포토 존이 이채롭다. 화장실 입구에도 콩쥐와 두꺼비가 있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콩쥐팥쥐>의 배경이 인근 이서면 은교리 앵곡마을이다.

 

<콩쥐팥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권선징악 스토리다. 조선 시대에 쓰인 이 소설 첫머리에 ‘전주 서문 밖 30리’라고 배경이 나오는데, 지금의 앵곡마을이다. 포토 존에 앵곡마을을 소개하는 안내판과 <콩쥐팥쥐> 대표 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다.


이서휴게소 직전 서전주 IC로 빠지면 콩쥐팥쥐마을(앵곡마을)에 금세 갈 수 있다. 마을 어귀 입간판 앞에 주차하고 걸으며 벽화를 구경한다.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꽃신과 항아리 조형물, 콩쥐가 빠져 죽은 우물 터도 있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눈에 띄는 목조 건물은 콩쥐팥쥐관광한옥리조트다. 콩쥐동과 팥쥐동에 객실이 있고, 모두 2층 구조다. 매점, 바비큐 시설, 전통찻집, 산책로 등을 갖춰 온 가족이 편히 쉬기에 좋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새 생명을 불어넣은 삼례문화예술촌도 가볼 만하다. 모모미술관, 책공방북아트센터,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커뮤니티 뭉치, 문화카페 뜨레 등으로 구성된다. 길 건너에는 책박물관과 고서점, 헌책방, 북카페가 들어선 삼례책마을이 있다.


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펼쳐 보여주는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도 흥미롭다. 풍류와 여유가 가득한 우리 술 문화를 유물 5만여 점으로 엿보는 곳이다. 1960년대 대폿집과 양조장, 1990년대 호프집을 재현한 디오라마는 포토 존으로 인기. 주류 광고 변천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물도 있다.

 

주말이면 발효체험교실(치즈쿠키, 우유머핀, 막걸리발효빵, 누룩피자, 단팥발효빵 만들기)을 진행하고, 어른을 위한 전통주 빚기 체험도 가능하다. 별도로 마련된 시음홍보관에서 입장권을 제시하고 ‘이달의 시음주’를 맛보자.


고즈넉한 휴식을 원한다면 갤러리와 한옥 스테이를 겸한 복합 문화 공간 ‘아원’이 제격이다. 250년 된 경남 진주의 한옥을 소양면 종남산 자락 아래 옮기고 콘크리트 건축물을 더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을 완성했다.

 

<글·사진/이정화(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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