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대정부질의 신고식을 치렀다. 9월26일 조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으로 정치분야 대정부질의에 참석하면서 취임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 처음으로 출석한 것. 조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서 의원들을 향해 깎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그 순간부터 야당 의원들의 강한 항의와 야유를 받아야 했다. 그간 조 장관의 임명을 반대해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그를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등을 돌려앉고 고성을 질렀기 때문이다. 며칠 전 집으로 검찰이 들이닥치는 등 두 달 가까이 고초를 겪고 있는 조 장관은 검찰 수사에 대해 “개인적으로 배우자와 자식들이 겪는 고초에 어떤 특별한 조치도 할 수 없고 방어도 못하는 상태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이후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장관을 상대로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 팀장의 전화통화에 물고 늘어지면서 논란을 빚었고,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검사들이 야당과 내통하고 있다며 이른바 '정치 검사'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인사하려 발언대 서자 한국당·바른미래 의원들 돌아앉고 야유
“배우자와 자식 고초…방어 못 하고 지켜봐야 하는 것 고통스럽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 “조 장관, 압수수색 검찰 팀장과 통화했나?”
여권 “야당 의원에 수사상황 실시간 직보…윤석열, 범인 색출해야”
▲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대정부질의 신고식을 치렀다. 9월26일 조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으로 정치분야 대정부질의에 참석하면서 취임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 처음으로 출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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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은 9월26일 오후 1시58분 국회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개의 직전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온 조 장관은 자리에 앉았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의원들과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
조 장관은 이날 법무부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대정부질의를 앞두고 조 장관을 야유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국회에 가서도 장관으로서 내가 해야 할 답변을 다 하도록 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고, 발언대에 서서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 후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국민들의 열망인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의 무거운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리라 믿는다”며 “국회 결정에 따르고 행정부가 해야 할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석 모니터 뒷면에 ‘조국 사퇴’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고, 조 장관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등을 돌려앉은 채 일제히 야유와 비난을 쏟아냈다.
조 장관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자 한국당 의원들은 다시 조용해졌고 등 돌렸던 의자도 본래대로 고쳐 앉았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뜨거운 박수로 조 장관을 격려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조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관련 질의를 주로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민·김철민·원혜영·윤준호·이춘석 의원이 질의에 나섰고 자유한국당에서는 권성동·김태흠·주광덕·박대출·곽상도 의원, 바른미래당에서는 이태규·이동섭 의원,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연대)에서는 이용주 의원이 질의를 했다.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국 법무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석했다.
이날 첫 질문자로 나선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을 향해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나라가 있느냐” “검찰 권한 집중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과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 장관은 영미권과 독일·일본 등의 수사·기소 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영미권은 수사(경찰)와 기소(검찰)가 분리돼 있고, 독일과 일본은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려는 현 정권의 '검찰개혁'안(案)을 거론한 것이다.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의 중 조 장관을 거명할 때 장관이 아닌 ‘조 후보자’라고 불렀다.
권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지난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로스쿨에 유학 간 것을 언급하며 “학비 조달을 어떻게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 장관은 “일주학술문화재단으로부터 받았다”고 답했다.
권 의원이 “일주학술문화재단은 누가 설립한 재단인가”라고 재차 물었고, 조 장관은 “태광그룹 소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태광그룹은 재벌 총수의 ‘황제 보석’ 등으로 지탄을 받는 소위 비리 재벌”이라며 “그 재단의 장학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 장관은 “다른 모든 장학금 수여 학생들과 같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그토록 재벌을 비판하는 분이 재벌로부터 많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고, 조 장관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지원했고, 선발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이호진 전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보석 허가를 청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지적하며 “전형적인 언행 불일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 장관은 “그분(이호진)의 무죄를 주장하지는 않았다”며 “선대 회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고, 그의 아드님이 그런 처지에 있어서 보석을 탄원하는 글을 쓰는 것은 인간적인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엄정한 재판이 필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예컨대 보석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정부질의에 나선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배우자에 대한 검찰 수사나 기소가 과도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냐”며 “만약 부인 행위에 민정수석 지위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장관은 어떤 사법적 책임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해 일체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정수석 시절 어떠한 정보도 처에게 제공한 바 없다.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추가 기소나 본인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할 것인지 캐물었다.
조 장관은 “(추가 기소 관련) 아직 섣부른 답변이라고 생각한다”며 “(소환 가능성은) 예상할 수 없다. 소환이 되면 그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 경우에 장관 직무 수행과 공직자의 이해 충돌이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장관과 배우자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그 점은 법무부가 이해 충돌 문제가 있는지 검토 중에 있다”며 “현재로는 이해 충돌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잠정 결론으로 최종 결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권익위와 법무부 결론이 충돌될 경우 어떤 것이 우위인지” 묻자 “지금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은 물론이고 임명 뒤에도 가족에 대한 수사 일체를 지휘하지 않고, 보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실천하고 있다”며 “그 점에서 이해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권익위에서 가능성 있다는 답변을 한 만큼, 다시 한번 권익위의 우려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또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기자간담회나 인사청문회에서 거짓을 말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이 “거짓말이 있었거나, 의도가 없었지만 청문회가 지난 후 사실과 다른 게 있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거짓말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과 다른 것은) 따져봐야겠지만 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억이나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배치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답변과 다를 경우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되묻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조 장관 부부가 근무하는 서울대와 동양대에서 딸과 아들이 인턴을 하고 표창장을 받아갔고 이를 입시에 활용했다면 위조 여부를 떠나 도덕적·윤리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그 문제는 지금 다툼이 있다”며 “당시 정상적 절차에 따라 지원하고 활동한 걸로 알고 있다. 다만 당시 절차가 아무리 합법이었다고 해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 23일 조 장관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11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검찰은 사모펀드 및 자녀의 입시 의혹 등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압수수색 팀장에게 장관이 전화 통화한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이 “왜 통화했는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제 처가 놀라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아내의) 상태가 안 좋으니까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이 “조 장관은 가족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거짓말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아니다. 압수수색에 대해 어떠한 방해를 하거나 지시한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주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통화해) 얘기한 자체가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이라며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직권을 남용해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조 장관도 “동의하기 매우 힘들다”며 “수사에 대해 청탁하거나 부탁하지 않았다”고 대응했다.
이후 주광덕 의원과 조 장관의 답변을 두고 논란을 일었고, 이로 인해 9월26일 저녁 내내 '검찰 자한당 내통’이 대형 포털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의원의 질의에 발끈해, "일부 검사들이 야당과 내통하고 있다"며 "이른바 '정치 검사'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이 한 말은 통화 당사자나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정도 밖에는 알 수 없는데 주 의원이 이 사실을 알고 질의한 것은 검찰이 보수세력의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