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헤로인 공효진

“온기 없는 캐릭터에 끌려 ‘싸~한’ 여자 됐지요”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10/04 [11:38]

‘가장 보통의 연애’ 헤로인 공효진

“온기 없는 캐릭터에 끌려 ‘싸~한’ 여자 됐지요”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10/04 [11:38]

전 남친에게 뒤통수 맞은 여자 역 맡아 거침없는 열연
“드라마·스크린 동시 노출…서로 다른 연기 부담감 많다”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전 남친에게 뒤통수를 맞은 선영 역을 그린 공효진.    

 

“멀리 계신 분들이 안 들릴까 봐 마이크를 챙겨왔다. 마이크도 가져왔으니 잘 부탁드린다.”


배우 공효진(39)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라운딩 인터뷰에 깜찍한 마이크를 들고 등장, 좌중을 웃겼다.

 

이어 “메이크업은 준비를 못 했는데 마이크는 준비했다. 포항에서 밤새도록 드라마를 찍고 울산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왔다. 자는 스태프들을 깨우기가 그래서 맨 얼굴로 왔다. 지금 너무 부어 있다.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선글라스를 쓰고 온 것에 대해 위트 있게 양해를 구했다.


10월2일부터 극장에 간판을 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전 여자친구에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분)과 전 남자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은 선영(공효진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담았다.


극의 초반 술에 취한 재훈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회사 후배 선영에게 전화를 걸어 2시간 동안 통화를 한다.


“첫 통화여서 호감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연애를 할 때 가장 좋은 점은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쓸데없는 얘기를 하느라 잠도 못 자고, 밤새 통화를 하다가 아침에 나가고 그러지 않나.

 

재훈을 귀엽게 본 사람은 귀여웠을 거다. 여자는 원래 10번 찍으면 대부분 넘어가지 않나. 선영은 모성애도 있고, 마음의 상처가 컸던 사람으로 재훈의 상처에 대한 동정도 있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둘이 오래 만났을지는 잘 모르겠다.”


공효진은 그러면서도 선영이 그때부터 재훈을 좋아했을 것이라는 추측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사실 ‘얘(선영)가 왜 저 남자를 좋아하나’라는 고민을 꽤 오래 했다. 연기로 그걸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지점부터 재훈을 좋아했는지 얘기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끼리는 영화를 만들 때, 언제부터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이런 걸로 결론을 냈다.”


실제 재훈 같은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남자 기자들 중에서 재훈 같은 캐릭터가 인기 있을 것 같냐”고 되물었다.


“그런 남자가 인기가 있을까.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재훈 같은 남자를 딱 질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미가 있지 않나. 요즘은 자기를 포장하느라 바쁜 세상인데, 재훈은 그런 게 없는 점이 매력적이다. 박막례 할머님도 사람은 고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공효진은 계속해서 재훈에게 철벽을 치고 차갑게 대하는 선영이 욕을 먹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출연한 드라마에는 ‘선영’ 같은 캐릭터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서 하지 못한 다른 느낌의 역할을 영화에서 찾았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이전 캐릭터들과 다른 점을 찾자면 ‘저 여자는 진짜 뭘 저렇게 싸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기가 없는 캐릭터다.

 

그동안 나는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애정과 온기가 넘치는 역할만 해왔다. 사람들이 ‘그만 좀 하라’고 할까봐 걱정했다. 변신이란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극 중 선영은 취중에 적나라한 단어들을 거침없이 입에 올린다. 남녀의 성기를 나타내는 표현이 대사에 등장하기도 한다.


“선영을 보며 초등학생같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들은 빈 벽에 그런 걸 쓰지 않나. 그 단어가 나오니 남자들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다. 관객하고 처음 보면서 ‘이 표현이 혹시 남자들한테 좀 셀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전에도 있는 단어 아닌가. 유아적 느낌의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냐?’라는 식의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더 심한 욕이 있었다. 전 남친을 상대로 하는 대사였는데, 남자 관객들이 선영을 싫어할까 봐 뺐다. 대본에서는 사실 선영이 더 폭탄 같은 인물로 그려져 있었다.”


공효진은 이름 뒤에 ‘블리’ 처음으로 수식어가 따라붙은 배우다. 그는 ‘남자 배우들 중에는 ‘공블리’와 함께 연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남자배우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인 것 같다”고 했다.


“공블리라는 수식어가 생기고, 사람들이 계속 ‘공블리, 공블리’하는 것처럼 남자 배우들이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김래원씨가 내 칭찬을 너무 해줘서 놀랐다. 김래원씨는 워낙에 농담을 던져도 잘 받아주는 타입은 아니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다. 너무 진지하고 점잖다. 가끔은 재밌으라고 던진 말에 정색을 할 때가 있어서 16년이 지난 지금 너무 점잖아졌다고 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애어른 같았다.”


공효진은 그러면서 상대역인 김래원을 한 번 더 추어올렸다.


“16년을 점프해서 이번에 다시 만났다. 그동안은 한 번도 작품에서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만났다. 김래원씨가 나랑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 멜로가 어색하면 어떨지 걱정됐다.

 

그런데 그 진지한 김래원이 연기할 때는 한없이 가볍더라. 나와 다른 패턴의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진짜 감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천상 배우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진짜 예술가인데?’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연기를 하고, 자꾸 자신을 의심하더라. 계속 채찍질하는 느낌이 새롭더라.

 

그런 김래원씨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는 얘기도 했었다. 그게 김래원씨의 원동력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공효진은 호흡이 제일 잘 맞았던 배우로 김래원이 아닌 강하늘을 꼽았다. 최고의 파트너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작품마다 다 좋았다. 상대 배우로 인해 덕을 많이 본 작품은 많았다. 음… 강하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래원씨는 박신혜라고 했지 않나. 박신혜씨가 굉장히 잘했다는 말은 들었다. 김래원이라고 하면 래원씨가 미안해하려나… 실은 내가 대사를 잘 못 외운다. 강하늘씨와 호흡을 맞출 때는 서로 대사를 까먹고 서로 얘기해 줬었다. 강하늘씨도 나랑 비슷하니 마음이 편하더라.”


공효진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 중이다. 그녀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염려를 하면서도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동시에 노출되면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걱정이 많았다. 실제의 나는 여성스러운 부분도 있고, 아주 남성적인 부분도 있다. 나는 비디오 게임을 좋아한다. 정말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나한테 이상하다고 할 때도 있다. 차갑고 냉소적이고 까칠한 것 같은데, 작은 것으로 상처받기도 한다.”


<동백꽃 필 무렵>은 현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연기자 생활을 오래 했더라. 예전에는 시청률 10%가 잘된 게 아닌 시절이 있었다. 이번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범인이 누군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리뷰나 피드백을 궁금해하고, 재밌어하더라.

 

무엇보다 나를 반가워 하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송가인이 <뽕 따러 가세>에서 하차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시청률이 더 오를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주가 아니라 다음 주부터 하차를 한다더라. 어쨌든 송가인씨에게 감사드린다.”


공효진은 이렇게 농담을 하면서 복잡한 속내도 털어놨다.


“현장에서 촬영을 하면 대박이 날지는 느끼지 못한다. 드라마를 찍는 동안에는 그 드라마가 핫하다는 걸 체감하지 못한다. 이제는 같이 체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법 덕분에 (드라마 촬영환경이 좋아져서) 잘 시간도 챙기게 되어 그런 것 같다.

 

또한 기대를 할까 싶다가도 애써 까먹으려 한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를 숫자로 평가받고, 점수로 매겨지는 일은 실제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영화 중간에 공효진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공효진의 스마트폰이 블루투스 마이크와 연동돼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민망해하면서도 그녀는 “300만 기대해도 될까요?”라며 이번 영화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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