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만나는 이낙연 총리, 한일 갈등 해결사로 뜰까?

얼어붙은 대일관계 녹이고 대권가도 질주?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10/18 [14:41]

아베 만나는 이낙연 총리, 한일 갈등 해결사로 뜰까?

얼어붙은 대일관계 녹이고 대권가도 질주?

송경 기자 | 입력 : 2019/10/18 [14:41]

일왕 즉위식 참석 후 10여 년 소주잔 기울이던 아베와 회동
막혔던 대일관계 개선되면 대권가도에 탄력 붙을 것이란 분석

 

▲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의 경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 갈등의 해결사로 등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히고 있는 이낙연 총리가 10월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2박 3일간 일본을 방문한다. 이 총리는 이 기간 동안 10여 년 전부터 소주잔을 기울이며 친분을 쌓은 아베 총리도 만난다.


총리실은 10월13일 “이 총리가 일본 나루히토 천황 즉위식 행사 참석을 위해 10월22~24일 일본을 방문한다”면서 “이 총리는 즉위식 및 궁정 연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최 연회에 참석하는 한편 일본 정계 및 재계 주요 인사 면담, 동포 대표 초청 간담회 일정 등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10여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라 주요 현안에 대한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NHK는 아베 총리가 즉위식에 참석하는 각국 정부 대표와 50여 차례의 회담을 할 예정이며, 시간은 15분가량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징용 판결,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목록) 배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 한일갈등 사안을 논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이 총리가 아베 총리는 만난다는 상징성이 크지만 앞서 외교장관 및 실무급 대화에서 확인된 입장에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인식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한국 정부는 한일 양국 기업(1+1)의 자발적인 참여로 기금을 조성,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배상에 관여하는 ‘1+1+α’ 가능성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 대법원 판결로 한일 청구권협정을 뒤집은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야 하며, 한국 법원이 판결 강제이행을 위해 일본 기업의 재산을 현금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일본 정부가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알리는 국가적인 행사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만큼 이 총리도 복잡한 현안 논의보다는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 일본 방문이 한일관계 회복 전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대화의 수준이나 폭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추후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그림에서는 이번 방일도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으로 한일갈등 국면에 극적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무리수”라며 “이 총리가 험악한 한일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일파 이낙연 등판에 담긴 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가 한국 정부를 대표해 일왕 즉위식에 참석함에 따라 경색된 한일 갈등 해소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통으로 꼽히는 이 총리의 방일을 두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끊겼던 한일 수뇌급 대화채널을 복구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에서 도쿄 특파원을 지낸 데다, 국회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간사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일본 정·재계 및 언론계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다진 지일파로 알려졌다.


특히 이 총리가 취임 이래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는 소식에 한국과 일본의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일본 언론은 이 총리가 일본 정계 내 다양한 인맥이 있다는 점과 전남지사 시절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일본 고치현과 국제 자매결연을 맺은 점을 이유로 들어 그의 일본 방문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 총리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를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의 터닝포인트가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닛케이 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간 대화를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고 10월16일 자로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대화는 항상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런 대화(이낙연 총리 방일) 기회를 닫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이 같은 아베 총리 발언에 미묘한 기류의 변화가 생기자 이 총리의 참석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문 대통령의 직접 참석은 아니지만 최고위급 파견을 통해 성의를 표시한 것은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보일 수 있는 양국 관계 개선 의지의 최선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방일 기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전제로 GSOMIA 회복의 실마리를 찾는 ‘스몰 딜’을 타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 양국에 놓인 복잡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 아래 관계 개선의 ‘입구’ 정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안보 이슈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키면서 더욱 복잡해진 한일 갈등 상황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이라는 ‘빅딜’로 양국 관계의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최대 외교 축제에 참석하고 아베를 만난 이 총리가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녹여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노력으로 막혔던 대일 관계가 개선되면 향후 대권가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낙연 여의도 등판론도 솔솔


한편 정가에서는 ‘조국 정국’ 이후 국면 전환을 꾀하는 여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 이낙연 총리 ‘등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다닌다. 민주당이 총선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기 위해 이 총리의 총선 전 당 복귀가 확정적이며, 복귀 시점의 문제만 남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화일보>는 10월15일 자 신문에서 이 총리가 10월22~24일 일본 방문을 마친 뒤 총리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해 방일 후 국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날 “사실무근”이라면서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총리실 이석우 공보실장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이메일을 보내 “이 총리 사퇴 관련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전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이어 “10월14일 주례회동에서 그 같은 내용이 논의된 바 없으며, 방일 이후 총리의 일정에도 아무런 변동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총리 교체설 등 여권 인적 쇄신 가능성에 대해 선을 분명히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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