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보수대통합, 불협화음 난무하는 내막

이쪽에선 ‘원유철發 잡음’ 저쪽에선 ‘유승민發 견제구’...‘황세모△ 황교안’ 어찌하오리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1/15 [14:28]

얽히고설킨 보수대통합, 불협화음 난무하는 내막

이쪽에선 ‘원유철發 잡음’ 저쪽에선 ‘유승민發 견제구’...‘황세모△ 황교안’ 어찌하오리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1/15 [14:28]

‘보수통합’ 열차가 시동도 걸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설익은 채로 보수통합의 깃발을 내걸었지만 한국당 안에선 친박·비박 갈등, 밖에선 군소 보수정당 창당 등이 얽혀 시동조차 걸어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재건 의지’ 여부를 놓고 사실상 카운터파트너인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빅텐트’의 기초공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불협화음만 난무하고 있다. 결국 한국당은 내부통합에 주력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내 탈당파인 변혁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한국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변혁을 이끌던 유승민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보수통합보다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통합 채널로 원유철 내세우자 ‘권성동 비토 문자’ 돌출
친박계 부글부글 끓으면서 해묵은 친박·비박 계파 갈등 재연

 

카운터파트너 황교안·유승민 주도권 경쟁 가열되며 진통 노출
‘황세모(△)’ 특유의 모호함만 유지하자 후유증 부른다는 지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통합추진단을 꾸리며 수면 위로 끌어올린 보수 야권의 통합 논의가 엉뚱하게도 불협화음만 낳고 있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을 선임한 것을 두고 이견이 속출하며 해묵은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부르고 있는 것.


한국당은 보수통합 실무를 담당하고 통합 파트너들과의 대화에 나설 당내 기구인 통합추진단을 구성하고 원유철 의원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원 의원은 박근혜 정권 때 비박에서 친박으로 전향한 ‘신(新)친박’이다. 2015년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원내대표로 일하던 시절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을 맡아 호흡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하지만 원 의원은 당시 박근혜 청와대와 불화설로 유 의원이 물러난 뒤 친박 친화적인 행보로 돌아서 비박계로부터 ‘신친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원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일하던 시절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보수 야권의 통합 논의가 엉뚱하게도 불협화음만 낳고 있다.  <뉴시스>    

 

‘원유철 채널’ 잡음만 무성


하지만 황 대표가 통합 논의의 ‘채널’로 원 의원을 내세운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비박계인 권성동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원유철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선임한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놓아 논란에 불을 댕겼다. 비박계인 권 의원이 황 대표에게 통합추진단장으로 임명한 원유철 의원 대신 김무성 의원을 추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것.


지난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세미나 도중, 권 의원이 전날 자신이 황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권 의원은 문자를 통해 “대표님, 자꾸 월권적인 발언을 드리게 돼 송구합니다”라며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언론에 문자메시지가 노출된 후 취재진의 질문이 쇄도하자 “원유철 대안으로 오래 전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저쪽과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이 단장으로 적격”이라며 “황 대표에게 김 의원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도 11월12일 황 대표와 수도권·충청권 중진의원들의 점심 자리에서 원 의원 추진단장 선임 재고를 요청했다. 심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구원(舊怨)이 있다”며 “통합 작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이에 황 대표는 “그쪽(변혁)에서도 원 의원과 컨택을 했으면 좋겠다”며 “그쪽과 선택의 결과로 인물을 선정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오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는 원 의원이 단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모든 자원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으며, 권 의원의 비판 문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이 좋다. 제가 다 감안해서 판단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원 의원 역시 오찬에 앞서 기자들에게 “다 잘하라는 말씀으로 새겨 듣고 잘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며, 통합 논의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바른미래당도 (추진 논의가) 얼마 안 됐으니, 지켜보자”고 했다.


원 의원은 11월1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소통 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에서 유 대표의 변혁 측과 소통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카운터파트너인 유승민 의원은 황 대표가 ‘변혁에서 원 의원을 선택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유 의원 측이 11월12일 언론의 확인 요청과 관련, “유승민 의원은 원유철을 원한 바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황 대표의 말이 무색해지게 생겼다.


머쓱해진 황 대표는 다음날인 11월13일 유승민 의원 측이 ‘원유철 의원을 보수통합추진단장으로 원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 것에 대해 “반박이라기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는 통합을 위해서 함께 가겠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원 의원을 그대로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여러 의견들이 있다”면서도 “그 모든 것을 덮고 가자는 게, 넘어가자는 게 통합 아닌가. 걱정하는 부분들을 잘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가면서 그렇게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친박·비박 해묵은 갈등 재연


‘권성동 비토 문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친박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권 의원이 고의로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노출한 것 아니냐며 친박계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는 등 한국당이 새로운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11월13일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 양 잘못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나는 보수대통합 명분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개인 소견으로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보수의 가치 또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세력들의 규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 그 밖에 많이 계신 여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 이뤄지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대통합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수통합의 진정한 의미와 연계돼서 말씀드린다면 나는 바른미래당 간판을 내렸을 때, 공화당도 있긴 하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추진하는 걸 보면 유승민계 영입이 보수대통합인 양 판단되는 경향이 있어서 이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한 “손학규 대표가 과연 바른미래당 간판을 걸고 내년 선거에서 후보자를 낼 것인가, 이 문제도 우리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그래야 보수대통합이 이뤄져 바른미래당의 간판이 내렸을때 진정한 보수 대통합이 의미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변혁만이 개혁보수라는 기치를 내거는 것 같은데 우리 당이 추구하는 것도 개혁보수로 가야 한다는 뜻을 잘 받들어서 쇄신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개혁보수는 변혁만의 화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박계의 원유철 의원에 대한 반발 기류에 대해서는 “단장으로 임명된 이상 원유철 의원이 교섭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기를 기대한다"며 "원유철 의원이 단장이 된 것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친박계 사이에도 보수통합 문제를 놓고 온도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김진태 의원이 유승민계인 변혁과의 통합에 강한 반대의 뜻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이다. 확실하지 않은 중도 표심에 호소하다 우파 집토끼가 화가 날 수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간 잠잠했던 친박·비박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면서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 변혁을 이끌던 유승민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보수통합보다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출처=바른미래당>   

 

황교안 vs 유승민 기싸움


한국당과 변혁이 통합을 둘러싼 헤게모니 선점을 위해 신경전을 벌이면서 황 대표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앞서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의 3대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세 가지 명제를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아직까지 원론적 답변만 했을 뿐 보수재건 3대 원칙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 대표는 11월11일 국회에서 ‘어제 변혁이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희는 모든 자유우파가 함께 가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정말 낮은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반드시 통합을 이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 11월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유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3대 원칙’에 대해 “기본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어서 논의할 것”이라며 “논의를 해야 의견이 모인다. 여러 자유우파 정당·단체들의 이야기들이 잘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두루뭉수리하게 말했다.


황 대표는 구체적인 추진계획에 대해선 “협의체를 만들고 논의된 것들이 각 당, 각 정치세력의 위쪽에 전달돼 소통이 될 것”이라며 “그런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이 유 의원의 요구를 또 다른 보수세력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풀어나가겠다는 취지여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유 의원 측과 진통을 예고했다.


황 대표가 이렇듯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보수통합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인 유승민 의원은 11월14일 황 대표에 대해 “보수 재건 의지가 있는지 아직 판단을 못 하겠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 공식적인 대화를 공개적으로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통합 논의에 선을 그으면서 “변혁은 한국당과 통합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원래 야권 통합이란 물밑에서 다 합의된 후에 전격적으로 공개하는 것인데 황 대표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이를 공개하는 쇼로 연출함으로써 다 죽어가는 유승민만 통합의 핵으로 부상하게 했다”며 “노련한 유승민이 정치 초년생을 데리고 즐기는 형국이 됐으니 장차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황교안 대표가 당내 혼란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수통합 카드를 급하게 꺼내 들었지만 똑부러진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황세모(△)’ 특유의 모호함만 유지하자 당 안에서도, 당 밖에서도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쯤 되자 전문가들은 보수통합 성공의 관건은 결국 황 대표의 태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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