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초중고 학생선수 63,211명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발표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11/15 [15:02]

인권위, 초중고 학생선수 63,211명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발표

송경 기자 | 입력 : 2019/11/15 [15:02]

 

 

학생인권 사각지대, 과도한 훈련, 학습권·휴식권 침해 심각

신체폭력 경험 일반학생의 1.7배, 성관계 요구・강간 피해 24건

 

▲ 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57,557명(91.1%)이 응답했다. 이 중 언어폭력을 경험한 학생이 9035명, 신체폭력은 8440명, 성폭력은 221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Pixabay>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11월7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스포츠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올해 2월 빙상 조재범 코치의 선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 폭력, 성폭력 사건의 근절과 인권보호 체계 마련을 위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출범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총 57,557명(91.1%)이 응답했다. 인권위는 온라인 설문조사 시 개방형 질문을 통해 얻은 2313명의 자유 의견과 29명 학생 선수에 대한 심층인터뷰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발표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초등학생

 

초등학생들은 주로 3~4학년 때 운동을 시작하며, 71.2%(12,829명)가 ‘내가 좋아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하루 3~5시간 이상의 과도한 훈련(8859명, 49.1%)과 수업결손(4479명, 24.9%)을 경험하고 있다.

 

초등학생 폭력 피해 내면화 심각, 코치나 선배들의 빨래·청소 수발도

 

초등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은 3423명(19.0%)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언어폭력 경험자의 69.0%는 지도자(코치, 감독)를 주요 가해자로 응답했다. 또한, 초등학생에게 원치 않는 각종 심부름이나 빨래, 청소를 시키는 사례도 779명(4.3%)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2320명(12.9%)으로 이 같은 결과는 교육부에서 실시한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9.2%에 비해 약 1.4배에 달하는 수치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75.5%), 선배선수(15.5%) 순으로 나타났으며, 신체폭력이 많이 일어나는 종목은 빙상(84명, 26.2%), 수영(310명, 24.1%), 태권도(208명, 20.1%), 야구/소프트볼(415명, 19.4%), 체조(64명, 18.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심각한 것은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끼는 감정을 묻는 질문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고 898명(38.7%)이나 답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상화된 폭력 문화 속에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폭력의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폭력의 내면화는 운동집단 내 폭력 문화가 지속,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신체폭력을 당한 뒤 대처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였다”가 371명(16.0%)에 불과했으며, 이들도 주로 가족(265명, 55.1%), 동료 운동선수(77명, 16.0%), 지도자(53명, 11.0%), 친구(47명, 9.8%) 순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선수, 438명 성폭력 피해 경험

 

초등학교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전체 응답자 중 438명(2.4%)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 경험 시 소극적인 대처가 252명(57.5%)으로 초등학생선수 시기부터 성폭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중학생

 

중학교 학생선수의 경우는 개별운동선수 중심으로 수업결손 문제가 심각했다.

 

학습권 보장의 중요한 조건이 되는 운동시간에 있어서도 7182명(32.7%)이 시합이 없을 때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주말·휴일 운동도 17,587명(80.1%)이 실시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특히, 평소 운동시간에 대해 학생선수 13,238명(60.3%)은 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중학교에서는 평소 수업결손이 비교적 낮은 3154명(14.4%)으로 조사됐으나 시합이 있는 경우에는 6882명(31.4%)으로 약 17%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 밖에서 개별 활동하는 학생선수들의 수업결손은 17.5%(569명)로 학교 운동부 소속 학생선수 13.8%(2585명)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합이나 훈련으로 수업 불참 시 13,351명(60.8%)이 보충수업을 받는다고 응답했으며, 보충수업은 주로 e-school을 활용(11,726명, 74.3%)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학생선수 신체폭력 일반 학생 대비 2.2배 높아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의 경우 3039명(13.8%)이 경험한 것으로 답했으며, 주요 가해자는 선배선수나 또래선수(50.5%), 지도자(43.8%) 등이었다. 또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져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경우는 1275명(5.8%), 과도한 훈련으로 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2329명(10.6%)이 그렇다고 답했고, 금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1079명(4.9%)이 그렇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빨래나 청소, 심부름을 한 경우는 1952명(8.9%)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에서 따돌림이나 심한 욕설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는 195명(0.9%)으로 다소 낮았는데 이는 운동부의 경우 휴대폰을 압수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유형의 피해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3288명(15.0%)으로 이 같은 결과는 교육부에서 실시한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6.7%에 비해 약 2.2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문제는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의 자기내면화(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가 707명(21.4%)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곧 피해자의 소극적 대처(2600명, 78.6%)로 이어지고 폭력의 악순환을 지속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피해 시 도움요청 결과 행정 및 사법체계 도움을 받았다는 비율이 전체 14명(7.1%)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여학생의 경우는 전혀 없어, 여성선수는 피해를 드러내기조차 더욱 어려운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학생 선수 강간 피해 5건, 성관계 요구도 9건

피해 장소 훈련장에서 숙소로 변화

 

중학생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누군가 자신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라고 강요’ 42건, ‘누군가 나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졌음’ 131건, ‘누군가 내게 강제로 키스나 포옹, 애무를 하였음’ 45건, ‘누군가 나의 신체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하였음’ 76건, 성관계 요구 9건, 강간 5건 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주로 동성의 선배 및 또래이며, 장소는 과거 훈련장이 많았으나 점차 숙소로 변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피해 시 대처와 관련해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560명(52.3%)이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며,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7명(7.1%)만 가해자 징계 및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현재 체육계의 신고체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고등학생

 

고등학생 선수는 ‘학생’이 아니라 ‘선수’

 

고등학생 선수들은 학습권 보장의 중요한 조건이 되는 운동시간에 있어서도 9836명(55.9%)이 시합이 없을 때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주말·휴일 운동도 14,625명(83.1%)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시간에 대해 12,884명(73.2%)은 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평소 수업결손도 8191명(46.5%)으로 나타나 심각한 수준이며, 6850명(38.9%)은 수업 불참 시 보충수업조차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으로서의 역할은 상당 부분 축소되고 선수로서의 역할만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업 불참 시 보충수업을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 중 9860명(79.9%)은 e-school을 활용하는 것으로 응답했지만, 자유 의견과 심층 인터뷰 조사 결과 실제 학업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아 개선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등학교 학생선수 신체폭력 일반 학생 대비 2.6배 높아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의 경우 2573명(14.6%)이 경험했으며,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56.0%), 선배선수나 또래선수(39.8%) 등으로 나타났다.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져서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경우는 971명(5.5%), 과도한 훈련으로 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에 대한 질문은 2287명(13.0%)이 그렇다고 답했고, 금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823명(4.7%)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원치 않는 빨래나 청소, 심부름을 한 경우는 2253명(12.8%)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온라인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한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30명(0.7%)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운동부의 경우 휴대폰을 압수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유형의 피해는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권위의 결정사례에 비추어보면 휴대전화 등 개인 물건을 학교에서 압수하는 것이 인권 침해로 판단될 수 있어 일률적으로 압수, 사용을 금지하는 행위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신체폭력 경험자는 2832명(16.1%)으로 이 같은 결과는 교육부의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6.3%에 비해 약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상습폭력 여부를 알려주는 피해주기는 일주일에 1~2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541명(19.0%)으로 상습폭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운동부 내 신체폭력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421명(8.1%), 운동부 내 신체폭력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5710명(32.5%)으로 나타나 보고된 피해 사실보다 현장의 폭력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 성폭력은 주로 동성에 의해 발생

 

고등학생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누군가 자신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라고 강요’ 22건, ‘누군가 나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졌음’ 75건, ‘누군가 내게 강제로 키스나 포옹, 애무를 하였음’ 18건, ‘누군가 나의 신체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하였음’ 61건, 성관계 요구 9건, 강간 1건 등으로 나타났다.

 

주요 특징으로 동성의 선배 및 또래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성폭력 피해 장소는 과거 훈련장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숙소 등 비공개 장소로 변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대처와 관련하여 391명(55.7%)이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며,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9명(14.8%)만 가해자가 징계 및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학교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서 학생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선수들은 장시간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권과 건강권은 물론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어 아동인권 및 학생인권 차원에서 학생선수들의 인권보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체계 정교화 ◊상시 합숙훈련 및 합숙소 폐지, ◊과잉훈련 예방 조치 마련, ◊체육특기자 제도 재검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정례화 검토 등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2007년 12월, ‘합숙소 폐지를 포함한 학생선수 폭력 예방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 등 학생선수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를 한 바 있고, 2010년에도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대한체육회와 관련 부처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학생선수들이 고통받고 있음이 확인되어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개선안을 마련하여 관련 부처 등에 재차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인권위는 실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통해 선수들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연구책임자: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에 의뢰해 스포츠분야 성폭력·폭력 판례 127개를 분석했다.

 

‘판례를 통해 본 스포츠 성폭력 실태’ 분석 대상 71건 중 학교체육 38건, 생활체육 18건(태권도 15건, 복싱 2건, 합기도 1건), 전문체육 6건(골프 3건, 역도, 유도, 쇼트트랙 각 1건) 등으로 나타났다.

 

학교체육 관련하여 수업시간 피해가 7건이었으며, 농구, 축구 각 5건, 육상 4건, 야구 3건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장소(중복)는 체육관을 비롯하여 탈의실, 탁구장, 강당, 운동장, 코치실, 체육준비실, 옥상 등의 체육관련 시설(64건), 합숙시설, 호텔, 모텔, 코치나 감독의 주거지, 학생의 주거지, 캠프 주차장 등(49건)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대다수인 66건이 교사, 감독, 코치, 강사, 사범 등으로 지도자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았고, 나머지 5건은 선배에 의해 일어났다. 또한 피해자의 90%는 미성년자로 강간, 강제추행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판례를 통해 본 스포츠 폭력 실태’ 분석 대상 39건 중 세부내용 불상 1건을 제외하고 38건 중 학교체육 25건, 전문체육 7건(골프, 럭비, 빙상, 수영, 태권도, 피겨스케이팅, 뇌성마비 장애인 특수경기 등 각 1건), 생활체육 6건(태권도 4건, 수영, 쇼트트랙 각 1건 등) 등으로 나타났으며, 종목별로는 태권도가 7건으로 가장 높았고, 야구 4건, 빙상, 수영, 핸드볼이 각 3건으로 뒤를 이었다.

 

폭력은 주로 훈련 중 기합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장소는 체육시설 및 학교시설이 32건, 합숙소가 8건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지도자 위치에 있는 자가 37건이며, 선배가 2건으로 집계됐다.

 

폭력 유형은 아동복지법상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가 17건으로 가장 높으며, 폭행 14건, 상해 8건, 특수상해 7건, 특수폭행 4건, 집단폭행 3건, 강요 3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행 중 특수폭행은 4건, 상해 중 특수상해는 7건으로 폭행의 정도가 심한 경우가 있었으며 폭행 주기는 1회가 5%에 불과했으며 2~20회를 초과하는 상습폭행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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