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부 추모식 참석 뒷얘기

삼성 사장단 모아놓고 “선대 회장님 사업보국 기리자”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11/22 [15:2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부 추모식 참석 뒷얘기

삼성 사장단 모아놓고 “선대 회장님 사업보국 기리자”

송경 기자 | 입력 : 2019/11/22 [15:21]

3년 만에 이병철 창업주 추모식 참석…계열사 사장단 50명과 오찬
“위기가 기회 되도록 지혜 모으자”…경영 패러다임으로 ‘상생’ 제시

 

▲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기일이자 32기 추도식이 열린 11월19일 오전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옆 선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뜻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은 선대 회장님의 큰 뜻이었습니다. 이를 이어받아 우리도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합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3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을 되새겨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삼성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기존의 틀과 한계를 뛰어넘자”며 그룹 총수로서 위기 돌파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11월19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진행된 이병철 선대 회장의 3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후 곧바로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50여 명과 식사를 함께하며 이같이 발언했다고 삼성전자 측이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오찬 모임에서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경영에 임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선대 회장님의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다.


삼성의 창업 이념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이란 말에는 ‘기업으로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뜻이 깃들어 있다.


“나는 지금까지 기업가로서의 생애를 통해 한 번도 신념을 굽힌 적 없이 오직 올바른 창업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일으키는 것에 의해 국민의 고용비율을 높이고, 생산을 늘리는 것에 의해 국가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나의 사고방식은 지금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기업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인원삭감, 휴업 등으로 많은 실업자를 배출하게 되면 그것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다.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기업가는 기업을 건전하게 운영해야 한다.”


한국경제 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병철 창업주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이후 ‘사업보국’은 지난 50년간 삼성그룹 경영철학의 초석이 되어왔다.


이 부회장은 이어 “추모식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저희 가족을 대표해 점심 대접을 하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고 지혜를 모아 잘 헤쳐나가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전 계열사 사장과 모여 메시지를 남긴 것은 지난 2010년 부회장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오찬 모임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회장), 김기남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대표(부회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윤부근 대회협력담당 부회장 등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급 이상 최고위 임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이날 삼성그룹 총수로서 사장단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사업보국’과 ‘상생’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 계열사도 ‘상생’을 새로운 성장 전략이자 경영철학으로 명심해 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11월1일 삼성전자 창업 50주년 기념 방송에서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을 강조한 바 있다.  잇따른 이 부회장의 언급을 두고 ‘상생’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가 ‘상생’ 가치를 새로운 성장전략이자 경영철학으로 새기는 사업보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경 삼성전자 주도로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삼성 일가 선영에서 호암(湖巖) 이병철 선대 회장을 기리는 32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약 30분가량 진행된 추모식이 끝나고 모친인 홍라희 전(前) 리움 미술관장,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곧바로 호암미술관을 빠져나와 오찬장으로 향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1938년 3월22일, 현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해 현재의 삼성을 일군 신화적 기업인이다. 중계무역으로 사업을 번창시킨 이 선대회장은 1950년대에는 식품과 섬유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TV,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병찰 창업주는 특히 지난 1969년 1월13일에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 원의 소기업 ‘삼성전자공업’을 창업해 삼성전자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주위의 만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할 '반도체'를 차기 사업으로 낙점, 삼성전자가 주축이 된 ‘반도체 코리아’의 기틀을 닦았다.

 

▲ 11월19일 오전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32주기 추도식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부회장이 조부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과거 해마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부터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2016년 추모식까지 행사를 주도했다.

 

하지만 호암 30주기였던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태 1심 선고 뒤 수감 중이었고, 지난해에는 해외출장 일정 탓에 추모식 일주일 전에 개인적으로 미리 선영을 참배하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3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취재진은 이른 아침부터 호암미술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는 삼성 노조 시위 등으로 인해 더욱더 삼엄해진 모습이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10시30분쯤 도착했다. 같은 시간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태운 차량도 호암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삼성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을 기리기 위해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총출동했다.


삼성그룹 추모식이 시작되기에 앞서 오전 10시를 전후해 범(凡) 삼성가인 CJ그룹의 추모식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이재현 회장은 오전 9시36분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딸인 이경후 CJ ENM 상무와 함께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재현 회장은 약 30분 동안 선영에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호암 추모식은 과거 범삼성가의 공동 행사로 20여 년 동안 진행됐지만 삼성과 CJ의 상속 분쟁이 불거진 2012년 시간대를 달리해 진행하고 있다.


한편 추모식과 별도로 진행되는 호암 기제사는 이날 저녁 장손인 이재현 회장 주재로 CJ인재원에서 열렸다. 기제사는 2010년까지 생전 이병철 창업주가 살았던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열리다가 2011년부터 CJ인재원으로 자리를 옮겨 CJ그룹 주도로 치러지고 있다. cielk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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