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 입사 41년 만에 회장 전격 승진

지휘봉 잡은 ‘정몽준 복심’…대우조선 숙제 마저 푸나?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11/22 [15:25]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 입사 41년 만에 회장 전격 승진

지휘봉 잡은 ‘정몽준 복심’…대우조선 숙제 마저 푸나?

송경 기자 | 입력 : 2019/11/22 [15:25]

‘오너 3세’ 정기선 경영승계 지원 예상 깨고 직접 사령탑 올라
조선업계 불황, 대우조선 합병 등 난제 풀 리더십·전문성 절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복심인 권오갑 부회장이 입사 41년 만에 현대중공업그룹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2년간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을 총괄하던 권 부회장이 공석이던 그룹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사실상 그룹의 1인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이 나온 것은 2017년 11월 퇴진한 최길선 회장 이후 2년 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1월19일 권오갑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을 내는 등 올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정몽준 대주주의 장남인 오너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을 비롯한 사장단(대표이사)에 대한 별도 인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복심인 권오갑 부회장이 입사 41년 만에 현대중공업그룹의 지휘봉을 잡았다.


권 부회장이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를 물밑에서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직접 사령탑에 오르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춰졌다. 재계에서는 조선업계 불황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등 난제를 해결할 리더십과 전문성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회장으로 선임된 권오갑 부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로 입사해, 런던지사, 학교재단 사무국장, 현대중공업스포츠 사장, 서울사무소장을 거쳐 2010년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을 지냈다. 2014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및 그룹 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맡아왔다.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과감한 신규투자와 조직문화 혁신, 전 직원을 직접 만나는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영업이익 1300억 원대의 회사를 1조 원대 규모로 성장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2014년 어려움에 처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및 그룹 기획실장으로 취임하여, 과감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비핵심 분야에 대한 사업재편은 물론, 자산매각을 비롯한 각종 개혁조치들을 신속히 단행하여 회사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어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틱스, 현대에너지솔루션 등 非조선 사업을 분할하여 독자경영의 기틀을 마련했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해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에도 세계 1위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경기도 판교에 그룹의 미래 기술경쟁력을 책임질 GRC(Global R&D Center) 설립을 추진하였고, 금년 초에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합의하여 한국 조선 산업의 변화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의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확고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히고,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권오갑 회장이 그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그룹 오너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권 부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낸 정 이사장을 도와 현대학원 축구단 창단과 운영 등에 관여하고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직도 수행하며 한국 축구 발전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겸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권 부회장의 성과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시장 위상 제고가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오랜 기간 동안 불황 터널을 이어가던 한국 조선산업이 지난해 전 세계 총 수주액과 수주 물량에서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초에는 산업은행과 조선업계 ‘빅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인수 합의 후 세계 1, 2위 조선사의 합병을 통해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향후 기술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기도 판교 GRC(글로벌 R&D센터) 설립도 권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GRC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매출액 대비 기술 개발 투자 비중을 세계선진기업 수준인 6~7%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계획된 연구 시설이다. GRC에서 근무하는 인력만 신규 채용 등을 포함해 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2021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첫 삽 뜨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권오갑 회장의 앞길에 꽃길만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 기업결합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29일 카자흐스탄이 승인을 알렸지만 아직 일본,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의 승인이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5300억 원, 영업이익 219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1% 감소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3%나 주저앉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부문에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갔으나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 하락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라 정유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했고 국내외 전력시장 위축으로 인한 현대일렉트릭의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현대건설기계의 판매량 감소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1~10월 한국 조선사의 누적 주주액은 69만G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2%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누적 수주액도 89억4000만 달러로 목표치 159억 달러의 56.2%에 그쳤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유임시켰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 사장을 모두 교체한 데다 기업결합 등 굵직한 안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기존 경영진 체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에서는 김형관 전무, 남상훈 전무, 주원호 전무, 서유성 전무, 권오식 전무 등 5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성현철 상무 등 15명이 전무로, 류홍렬 상무보 등 19명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또, 조성헌 부장 등 35명이 상무보로 신규 선임됐다.


그러나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이름이 승진자 명단에서 빠져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이날 현대중공업그룹 인사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대부분 유임됐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대형 과제를 앞두고 그룹의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당장의 변화보다 현 체재 유지를 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cielk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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