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로 돌아온 가수 알리 열정 가득 인터뷰

“훤칠한 ‘댄버스 부인’ 금기 깨고…아담·강렬 카리스마 기대하세요”

이재훈(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19/11/29 [11:06]

뮤지컬 ‘레베카’로 돌아온 가수 알리 열정 가득 인터뷰

“훤칠한 ‘댄버스 부인’ 금기 깨고…아담·강렬 카리스마 기대하세요”

이재훈(뉴시스 기자) | 입력 : 2019/11/29 [11:06]

가수 겸 뮤지컬배우 알리(35·조용진)가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캐릭터의 금기를 깼다. 댄버스 부인은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 ‘나‘가 자신이 모시던 기존 안주인 ‘레베카’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는 인물. 죽은 레베카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가 극에 달해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여배우들이 이 역할을 거친 이유다. 이번 다섯 번째 시즌에도 신영숙·옥주현·장은아가 댄버스 부인으로 나선다. 이들 배우들은 기존 시즌에 댄버스 부인으로 입증된 이들이다. 세 배우를 보면 알 수 있듯 댄버스 부인은 가창력뿐 아니라 나이는 만 35세, 키는 160㎝이 넘어야 한다.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무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암묵적으로 설정한 기준이다.

 


 

결혼·출산으로 공백기…뮤지컬 ‘레베카’ 출연하며 활동 재개
알리표 댄버스 부인 더 절절…R&B 창법과 판소리 발성 오묘

 

▲ 뮤지컬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가수 알리가 11월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그랜드뮤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만 35세가 된 알리는 아담한 체구로 키가 156㎝이다. 2년 전 이 역할의 오디션을 봤던 알리는 올해 초 EMK뮤지컬컴퍼니의 러브콜을 받아 처음으로 ‘160㎝ 이하 댄버스 부인’이 됐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는 최근 <레베카> 원작자들인 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를 만난 자리에서 “워낙 노래가 강렬한 사람이라, 내가 뽑았다”고 알리를 소개했다.


엄 대표 말처럼 알리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다면, 어느 누구도 그녀가 작다는 생각을 못한다. 알리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크다. 뿜어져 나오는 탄탄한 기운이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최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알리는 “댄버스 부인에는 선배님들의 이미지가 너무 각인이 돼 있어 제가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연습을 하면서 이전에 보여진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나만의 댄버스 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알리는 이번에 댄버스 부인 역을 맡지 못할 뻔했다. 올해 초 임신 사실을 알고 정중하게 고사했으나 엄 대표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마침내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도 걱정이었다. 지난 5월 회사원과 결혼한 알리는 9월 첫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산후조리를 제대로 한다고 해도 뼈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몸이 버텨줄까’라는 걱정을 했다. 인대도 아픈 상황에서 9㎝ 하이힐을 신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에게 선물을 안겼다. 예정보다 빠른 35주 만에 건강하게 세상의 빛을 봤다. 몸을 좀 더 챙길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엄마가 된 직후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게 된 알리는 기존과 다른 댄버스 부인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평소 열등감을 느껴온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에게 자신을 투영, 그녀에게 광적으로 매달리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알리는 “엄마가 된 나의 상황을 대입해서 그런지, 엄마의 마음으로 레베카를 바라보게 됐다. 그녀를 무조건 아껴줘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가족 같은 마음이었는데 나중에 배신감을 느꼈을 때 그 절망이 더 클 것 같았다”라고 했다. 


또 알리의 댄버스 부인은 절절하다. R&B 창법과 판소리 발성이 묘하게 뒤섞여, 천연스럽고 구수한 소리를 내는 알리 덕이다. 작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우리예술단 ‘봄이 온다’ 공연에 참여했던 알리는 같은 해 9월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돼 목소리의 가치를 증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천지를 배경으로 삼아 무반주로 ‘진도 아리랑’을 들려줬다. 이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돼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을 부르는 알리를 넋 놓고 쳐다보기도 했다.


2009년 ‘365일’로 솔로 데뷔한 알리는 가창력으로 내로라 하는 가수다. 어릴 때부터 오페라와 뮤지컬에 빠져 살았다. 오페라 <마술피리>,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또래와 달리 지루해하지 않고 러닝타임 내내 조용히 앉아 지켜봤다. 초등학생 때는 4년간 판소리를 배웠다. 중학교 사물놀이반에서 북과 장구를 쳤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바이올린도 켰다.


이런 예술적 행보가 독보적인 그녀의 목소리를 탄생시켰고 댄버스 부인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알리는 어디 가서 판소리나 민요를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일종의 ‘개인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대중가수이다 보니 예능적으로 가미되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천지에서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솔로 데뷔 음반은 2009년에 냈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때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 웅산의 소개로 재즈 편집 음반 <누보 두(Nouveau Deux)>에서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을 불렀다. 블루스 풍으로 편곡됐는데 재즈에 대한 알리의 사랑은 여전하다.


그러다 2005년 힙합 듀오 ‘리쌍’을 만나면서 이름을 점차 알리기 시작했다. 이들 3·4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 <내가 웃는 게 아니야>와 <발레리노> 등 히트곡을 피처링한 것이다.


‘알리'라는 예명도 권투를 좋아한 리쌍이 붙여줬다. 길이 "알리의 목소리가 ‘강렬한 펀치'를 날리는 것 같다"며 복서 ‘타이슨'을 예명으로 제안했다. 그러자 게리가 타이슨은 여자에게 너무 강렬하다며 수위를 낮춰(?) ‘알리’를 제안했다. 알리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권투 방식을 알리의 보컬에 빗댄 것이다.


이런 알리의 보컬 스타일은 2015년 <투란도트>로 뮤지컬에 데뷔할 당시에도 통했다. 이후 뮤지컬계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알리는 신중했다.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 과거 뮤지컬 <태풍>을 보고 반한 선배 배우 이소유를 이번 뮤지컬 <레베카>에서 만나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싱글벙글하는 그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애정이 담뿍 느껴진다.

 

그러나 알리의 고민은 이어진다. 자신의 창법이 뮤지컬에서 통용되는 창법과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다. <투란도트>는 성악 발성이 기본이 된 뮤지컬이었다. 알리는 “한정을 짓기보다 좀 더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첫 솔로 음반을 낸 지 10주년을 맞은 알리는 자신을 아껴준 팬들을 위한 무대도 마련한다. 12월 24~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콘서트를 연다. 타이틀은 선물을 뜻하는 ‘기프트’. 노래뿐만 아니라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준비하고 있다. 


알리는 “올해 제2막을 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다. 재즈 음반을 낼 구상을 위해 올해 초 미국에서 머물기도 했다. 특히 뮤지컬은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돼 주고 있다.


“뮤지컬 배우는 그 역할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인물이 무엇을 먹고 마시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빠짐없이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다.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고 잠자리는 몇 시에 들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 “그동안의 나는 철딱서니가 없었던 것 같다. 나만 알고 살았죠. <투란도트>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내 역할이 뭘 먹고 마시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맡은 배역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사람들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더라. 이제 나와 가족, 팬뿐만 아니라 더 넓게 바라보고 싶다.”


한편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1938)를 원작으로 삼았다. 스릴러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1940)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2013년 국내 초연했고, 2017년까지 네 시즌을 공연하며 관객수 67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맨덜리 저택의 주인 ‘막심 드 윈터 역에는 류정한·엄기준·카이·신성록이 캐스팅됐다. 나(I)는 박지연·이지혜·민경아가 나눠 맡는다. 2020년 3월15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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