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초겨울에 가볼 만한 명소

산업도시 울산의 풍경 “낮엔 팔딱팔딱, 밤엔 두근두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1/29 [11:28]

쓸쓸한 초겨울에 가볼 만한 명소

산업도시 울산의 풍경 “낮엔 팔딱팔딱, 밤엔 두근두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11/29 [11:28]

어느덧 계절은 겨울의 첫자락으로 접어들었다. 온 산을 바알갛게 누렇게 수놓던 단풍도 다 떨어지고, 나무들은 벌거숭이 나목(裸木)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하늘도 땅도 겨울색이 완연하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가버린 가을’이 아쉬운가? 겨울에도 나들이 삼아 가볼 만한 곳은 여전히 많다. 팔색조 매력이 살아 있는 산업단지 울산에서 태화강과 동해가 만나는 풍경을 감상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이야기가 있는 고분군을 찾아 그림 같은 풍광 속을 거닐며 쓸쓸한 계절을 흠뻑 느끼다 오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초겨울에 가볼 만한 명소로 울산대교전망대와 경북 의성 조문국을 추천하고 있다. 울산대교전망대에 가면 낮에는 ‘팔딱팔딱’ 역동적인 모습의 울산을, 밤에는 ‘두근두근’ 로맨틱한 풍경의 울산을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경북 의성은 삼한 시대 부족국가 중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조문국(召文國)이 자리 잡은 곳으로, 조문국의 고분군은 경주 왕릉만큼이나 아름답다고 한다.


 

팔색조 울산의 매력 한눈에 담아내는 곳은 울산대교전망대
태화강과 동해 힘차게 물결치고…그 사이 대규모 산업시설

 

고대국가 조문국 흔적 볼 수 있는 유적은 의성 금성산 고분군
하늘 향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1. 울산대교전망대


울산은 팔색조 매력이 있는 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 국내 대표 산업단지와 대왕암공원, 일산해수욕장, 간절곶, 슬도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진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과 동해가 만나고, 그 위로 울산대교가 지난다. 낮에는 ‘팔딱팔딱’ 역동적인 모습을, 밤에는 ‘두근두근’ 로맨틱한 풍경을 선사한다. 이런 울산의 매력을 한눈에 담아내는 곳, 바로 울산대교전망대다.

 

▲ 울산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울산대교전망대.    


울산대교전망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동구의 해발 140미터 지점에 위치한다. 전망대로 가려면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km 정도 걸어야 한다(만 65세 이상이나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가 탑승한 차량은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포장된 넓은 길과 숲속 길이 있다. 포장길 양쪽으로 나무가 늘어서 산책 삼아 걷기 좋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숲속 길에는 편백 숲과 평상이 있어 삼림욕하며 쉬어 가기 적당하다. 이런 환경 덕에 동네 주민도 가볍게 운동하거나 바람 쐬러 이곳을 많이 찾는다.


15~20분 남짓 기분 좋은 산보 끝, 드디어 높이 63미터 울산대교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1층은 기프트 숍과 카페, 매점, VR 체험관, 2층은 야외 테라스, 3층은 실내 전망대, 4층은 옥외 전망대(현재 안전상 문제로 운영하지 않음)다.

 

산책로 따라 전망대에 도착하면 2층이다. 야외 테라스에서 울산의 생동감 넘치는 풍광을 눈에 담고, 야외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이동한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 실내 전망대로 곧장 올라간다. 입장료는 무료.


360° 통유리로 된 3층이 울산대교전망대의 하이라이트다. 문수산, 가지산, 고헌산, 대운산 등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태화강과 동해가 힘차게 물결친다. 그 사이사이 대규모 산업 단지 시설이 자리한다. 울산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풍경이다. 전망대 유리창에는 각 위치에서 보이는 장소가 표시되고, 군데군데 망원경이 있어 내가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전망을 즐길 수 있다.

 

▲ 360° 통유리로 된 3층 전망대.    


3층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요청하면 이름 너머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설사가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에 설치된 갠트리 크레인을 가리킨다. 2000년대 초반 스웨덴 말뫼에 있는 세계 대표 조선 업체 코쿰스(Kockums)가 쇠락하면서 이 크레인을 내놓았고,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구입했다. 물론 현대중공업은 크레인을 해체·선적하고 다시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당시 말뫼 사람들은 크레인이 해체돼 머나먼 이국땅으로 실려 가는 장면을 보며 슬퍼했고, 스웨덴 방송에서 장송곡을 내보냈다고 한다. 이런 사연 때문에 이 크레인은 ‘말뫼의 눈물’ ‘코쿰스 크레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 울산대교전망대에서 본 낮 풍경.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망대를 돌아보니 한 곳 한 곳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혼자 볼 때 휙 지나친 크레인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금 더 오래, 자세히 바라본다. 해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월요일과 설날·추석 당일, 점심 식사(12:00~13:00)와 저녁 식사(17:00~18:00) 시간은 이용 불가.


야경도 욕심내자. 울산대교전망대에서 낮과 밤에 바라보는 풍경은 ‘같은 공간, 다른 느낌’이다. 낮 동안 분주하고 강인하던 기운이 잦아들고, 밤에는 은은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야경 중심에는 울산대교가 있다. 산업단지와 도시 건물의 불빛뿐이라면 야경이 조금 밋밋했을지 모른다. 주탑과 주탑 사이가 1150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현수교가 조명을 밝히면 야경의 결이 달라진다. 울산대교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은 울산12경에 든다.

 

▲ 울산대교전망대에서 본 야경.    


야경 포인트는 1층 야외에도 있다. 나무 한 그루가 반짝이는데,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를 닮았다. 진짜 나무가 아니고 광섬유로 제작한 ‘어린 왕자의 꿈’이라는 조형물이다. 밤이면 나뭇잎에서 은은하고 화려한 빛이 나와 신비롭다. 잠시나마 <어린 왕자> 속 소행성 B612에 온 듯한 기분에 젖는다.


울산대교전망대 1층에 올가을 개관한 VR 체험관도 놓치지 말자. 울산을 테마로 다채로운 가상현실(VR) 체험 코너를 마련했다. 고래 시뮬레이터를 타고 울산을 여행하는 코너, 울산대교를 고공에서 탐험하는 코너, 울산 동구의 다양한 장소를 상공에서 바라보는 코너 등이다.

 

4D·VR 상영관에서는 〈공룡 대탐험〉 〈봅슬레이〉 〈사이버 레이싱〉 등을 시간별로 교차 상영한다. 스릴 넘치고 입체감 있게 울산을 가상 여행하는 VR 체험관은 남녀노소에게 인기다. 현재 1일 5회 운영하며, 현장 선착순 접수만 가능하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VR 체험관 이용 접수 후 다른 곳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VR 체험관 입장까지 시간이 남으면 카페나 매점에서 시간을 보내도 된다. 카페는 전망을 보며 커피 한잔하기 좋다. 어린이 책과 보드게임을 비치해 가족이 이용하기에도 적당하다. 울산 동구 명소 12곳을 돌아보는 보드게임 ‘동구마블’로 지역 관광지를 재미있게 알아간다.


울산대교전망대에서 대왕암공원이 멀지 않다. 동해 쪽으로 돌출한 공원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전망이 시원하다. 수령 100년이 넘은 해송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등록문화재 106호)이 나온다.

 

그 옆으로 촛대 모양 신 등탑이 보인다. 바다에 웅장하게 솟아오른 대왕암에는 신라 문무왕 비의 전설이 서려 있다. 왕비가 문무왕의 뒤를 이어 호국룡이 되어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위 아래 묻혔다고 전한다.


울산대교를 건너면 장생포고래문화마을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대표 고래잡이 마을이던 장생포의 옛 모습을 테마로 꾸몄다. 고래 해체장과 고래 착유장, 당시의 주택과 상점을 재현했다. 일부 가게는 기념품점이나 음식점으로 활용 중이다. 교복을 입고(유료 대여) 마을을 돌아보면 더 재미난다. 360° 원형 스크린으로 즐기는 5D 입체 영상도 꼭 챙겨 보자.


장생포고래문화마을 맞은편 바닷가 앞에 장생포고래박물관이 있다. 고래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박물관은 기획 전시실, 고래 연구실, 고래 탐험실로 구성된다. 보통 1층-3층-2층 순서로 관람하는데, 3층에서 2층은 대형 미끄럼틀로 연결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돌고래가 노니는 수족관을 갖춘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를 보러 바다로 나가는 고래바다여행선도 장생포고래박물관 주변에 있다.

 

2. 경북 의성 고분군


경북 의성을 생각하면 마늘과 컬링이 떠오른다. 의성을 좀 더 알고 나면 한 가지가 더해진다. 삼한 시대 부족국가 중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조문국(召文國)이다. 여행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의성 곳곳에서 조문국을 만난다. 의성 토박이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조문국에 대해 물어보면 “조문국의 고분군은 경주 왕릉만큼 아름답다”며 눈을 반짝인다.


조문국은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무대로 한 고대국가로,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역사에도 그 이름이 기록됐다. <삼국사기>에 “185년(벌휴 이사금 2) 파진찬 구도와 일길찬 구수혜를 좌우 군주로 삼아 조문국을 치게 하니, 군주라는 명칭은 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 있다.

 

▲ 의성 금성산 고분군은 대표적인 조문국 유적지다.    


조문국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은 의성 금성산 고분군(경북기념물 128호)이다. 금성면 대리리와 탑리리, 학미리에 있는데, 조문국이 의성 지역에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음을 알려준다. 5~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374기가 흩어져 있다. 고분을 만나기 위해 국도28호선을 달리다가 조문국사적지 표석을 보고 들어간다. 속이 확 트이는 풍광이 여행자를 맞는다. 드넓은 초원에 고분 10여 기가 눈에 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조문국사적지에는 봉분 40여 기가 있는데,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진 고분이 1호 분(경덕왕릉)이다. 둘레 74미터에 높이 8미터로, 봉분 아래 화강암 비석과 상석이 있다. 경덕왕릉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현재 능이 있는 자리는 약 500년 전에 오이 밭이었는데, 원두막에서 낮잠이 든 농부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조문국의 경덕왕이다. 네가 자는 자리가 내 능 위니 속히 철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이 농부 등에 글을 남겼는데, 잠에서 깬 농부가 이 글을 보고 현령에게 고해 봉분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숙종 때 허미수의 문집에도 비슷한 전설이 기록됐다.


경덕왕릉 앞에는 봉분 모양 조문국고분전시관이 있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 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순장 문화와 출토 유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금성산 고분군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이야기와 그림 같은 풍광으로 유명하다. 조문국사적지라는 표시가 없다면 공원으로 착각할 만큼 잘 가꿔졌다. 하늘을 향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광활함이 다가오고, 반짝이는 초록빛에 양 떼가 뛰노는 목장이 떠오른다.

 

▲ 가족과 연인이 산책하기 좋은 금성산 고분군.    

 

언덕 위에서 보는 노을도 일품이다. 사계절 내내 다른 정취를 풍기지만, 특히 봄가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봄에는 작약이 흐드러져 황홀하고, 가을에는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국화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남긴다. 의성 토박이 사이에서는 웨딩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조문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향하자.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와 의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3년 문을 연 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층 상설전시실에 조문국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여러 유물 중 대리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모가 눈길을 끈다. 5세기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장식 봉’이 달렸는데, 조문국의 독자적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다.


1층에는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유물을 발굴·복원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이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0년 3월29일까지 특별전 〈조문국의 부활〉이 열린다.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 점을 전시하는데, 여기서 조문국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층에 있는 옥상 정원에 가면 금성산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성산(531미터)은 의성의 명산으로,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국내 최초 화산으로, 고분군을 보호하듯 우뚝 섰다. 박물관 주변에 민속유물전시관을 비롯해 지석묘정원, 미로정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시간 여행을 즐길 만한 다른 유적도 있다.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73호)는 약 1억 1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4종 316개가 있는 곳이다. 크기가 다양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공룡 서식지로 추정한다.


통일신라 때 세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77호)도 가까이 있다. 높이 9.56m에 폭 4.51m로,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석탑이다. 탑리리는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가 풍겨,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의성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김이 솟는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 빙혈 근처에 탑리리 오층석탑을 본뜬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327호)이 자리한다. 초록색 푸르름 속에 석탑의 기품이 빛난다.


얼음골 입구에 인재 교육의 중심이던 빙계서원도 있다. 고즈넉한 산 아래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선조의 멋을 되새기기 좋다.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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