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면소 판결’ 내렸지만 김학의 성접대 받은 것 인정 왜?

“별장 성접대 영상 속 인물 김학의 맞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11/29 [11:50]

1심 재판부 ‘면소 판결’ 내렸지만 김학의 성접대 받은 것 인정 왜?

“별장 성접대 영상 속 인물 김학의 맞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11/29 [11:50]

역삼동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파일 관련 “김학의 맞다” 판결문 적시
“별장 동영상 인물도 사진 파일과 동일인…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 해“
‘김학의 무죄‘로 2번 수사한 검찰로 화살…“수사 미루다 때 놓쳤다”

 

▲ 뇌물 수수 및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11월22일 오후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수억 원대의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법원은 이 사건의 단초가 된 ‘별장 성접대’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차관의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로 법원이 김 전 차관의 성접대를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11월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판결문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는 것.


재판부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지속적으로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먼저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찍힌 사진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봐야한다고 결론냈다.


김 전 차관 측은 사진이 촬영된 2007년 11월13일 오후 9시57분께 촬영장소가 아닌 자택에 있었으며, 사진 속의 남성과 김 전 차관의 가르마 방향이 서로 달라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진 상의 남성은 김 전 차관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우연히 다른 사람이 찍혔을 가능성,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과 닮은 대역을 세워 촬영했을 가능성 등 다른 가능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진파일이 저장된 CD에는 ‘원주별장 동영상’도 들어 있어 동영상 속 인물과 사진 파일의 인물은 같은 인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나 김 전 차관의 처는 직접 혹은 지인을 통해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윤씨의 지인 등에게 연락한 정황이 있다”며 “윤씨가 대역을 쓰거나 해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이 유출됐거나, 이를 갖고 김 전 차관에게 접근했다면 이에 대한 김 전 차관 측의 대응이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리 가르마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윤중천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는 사진을 회전, 상하·좌우 대칭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고, 압수되기까지 여러 번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촬영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좌우 반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판결 납득 못 해 항소”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12월까지 사이에 원주 별장에서 4회,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3회 등 총 7회에 걸쳐 성접대 등 향응을 수수받았다고 봤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별장 성접대 영상 속 남성이 자신이란 의혹이 불거진 뒤 3차례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모두 “동영상 속 인물은 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11월22일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에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 금액이 1억 원 미만이어서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이 2008년 초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 원을 포기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 밖에도 김 전차관이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사업가인 최모씨로부터 8년간 총 4000만 원 을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시효와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부재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이 이렇듯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단은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측은 1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단 단장을 맡았던 여환섭(51) 대구지검장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위 공직자가 (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있는 것이고 본인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이 무죄 판단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 전 차관 혐의를 둘러싼 공방은 항소심에서 재차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억 원을 구형한 바 있다. 또 3억3000만 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학의 무죄‘ 검찰로 화살


한편 김 전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무죄의 주된 이유로 공소시효가 지났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난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됐지만 진실 규명을 미루다가 뒤늦게 이뤄진 검찰 수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1심 재판부가 김 전 차관이 일부 뇌물을 받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혹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로 인해 검찰도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발생했지만 두 차례의 검찰수사 결과 김 전 차관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고, 2019년이 되어서야 새로 꾸려진 수사단에서 뒤늦게 수사해 김 전 차관을 구속 기소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의혹이 제기된 2013년에 관련 수사를 했다면 법원이 인정한 2007년께 성접대 등 향응은 유죄 판단이 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00만 원을 넘지 않는 일반 뇌물죄라도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또 2003년 이후 받은 3000만 원이 넘는 뇌물도 공소시효가 10년으로 사법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점은 윤씨 사건을 맡았던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도 지적한 바 있다. 손 부장판사는 “2013년 검찰이 적절히 공소권을 행사했으면 그 무렵 윤씨가 적정한 혐의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성폭력 부분은 공소시효가 도과해 면소하거나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검찰의 뒤늦은 기소로 ‘공소시효 도과’가 무죄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이를 주요 전략으로 펼쳤다. 변호인은 재판 초기부터 일관되게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고, 1심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김 전 차관은 공소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검찰 증거를 봐도 10여년 지난 공소사실에 객관적인 물증이 없거나 사실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3자 수뢰후부정처사는 인정할 증거도 없고, 설령 향응 받은 것이 인정돼도 친분 관계에서 제공한 것으로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전 차관 측이 재판 초기부터 일관되게 고수한 ‘공소시효 도과’ 전략과 2013년 의혹 제기 당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뒤늦게 기소한 검찰의 부실 수사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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