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국민참여재판 현장에선 무슨 일이?

분노한 검사 “끔찍 범행 저지르고 심신미약이라고?”

강경국(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19/11/29 [13:12]

안인득 국민참여재판 현장에선 무슨 일이?

분노한 검사 “끔찍 범행 저지르고 심신미약이라고?”

강경국(뉴시스 기자) | 입력 : 2019/11/29 [13:12]

류남경 검사 공소장 읽으며 울먹 “피해자 워낙 많아 참사”
범행 계획성·심신미약 상태 쟁점…변호인 “고의성 없었다”

 

▲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후 흉기로 주민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방화·살인범 안인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11월25일 시작됐다. <뉴시스>    

 

“12세의 초등학교 여학생인 김모 양의 얼굴과 목을 칼로 찔러서 무자비하게···근처에 살고 있던 김모 할머니가 비명을 듣고 쫓아왔다. 손녀의 피로 물든 김모 할머니의 목과 얼굴을 찔러 살해한다. 그리고 딸인 김모 양을 구하기 위해 온 어머니인 차모 여인도 칼로 찔렀으나 도망가 살해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지난 11월25일 오후 창원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헌) 315호 대법정에서 열린 방화·살인범 안인득(4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류남경 창원지검 검사는 울먹이는 소리로 공소 내용을 읽다가 순간 목이 멘 듯 더 이상 읽지 못했다.


류 검사는 “오늘 배심원께서 함께 심리해 주실 사건은 4월17일 새벽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진주 방화·살인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피해자들이 워낙 많아서 참사라고도 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 중 원한이 있었던 피해자들을 칼로 찔러서 5명을 살해하고, 6명에게는 심각한 상해를 가했고, 주민 11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상해를 입은 사건”이라며 ”이런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범행을 계획하지 않았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비판했다.


류 검사는 또한 “부디 배심원 여러분들은 현명한 판단을 하셔서 억울하게 살해되거나 다친 피해자들을 생각해서라도 피고인에게 합당한 처벌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 검사는 “피고인은 04시36분경 옥상 계단에서 대기하다가 피해자들이 나타나 74세의 황모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막아서자 할아버지의 목과 어깨를 무참히 찔러 살해한다”며 “김모 할머니가 3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망가자 3층에서 2층으로 뛰어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세운 후 칼로 목 부위를 찌르고 발로 폭행했지만 경찰관에게 제압 당해 할머니를 살해하지 못했다”고 공소 내용을 읽었다.


류 검사는 “19세의 여성은 양손이 칼에 찔렸고, 59세의 이모 여인은 얼굴이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며 “12세 초등 여학생은 얼굴과 목 부위가 찔려 살해됐고, 이 초등생의 김모 할머니는 얼굴과 목 부위가 칼에 찔렸고, 79세 황모 할아버지는 칼에 찔려서 살해됐다”며 침통한 목소리로 공소장을 읽어내려갔다.


류 검사는 “살인 미수 피해자들의 경우 강모 여인은 목과 양손을 칼에 찔려 마비가 오는 증세, 주모 여인은 목을 수 회 찔려 척수가 손상돼 결국 전신마비 증세, 천모 여인은 옆구리를 칼에 찔렸고, 김모 할머니는 목이 찔리는 상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은 5명을 살해했고, 4명을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이는 살인죄와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며 “형법은 이러한 사람을 죽인 자에 대해서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유독가스로 사람들을 다치게 한 경우는 현주건조물방화, 즉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에 불을 지르면 이에 해당한다”며 “사람이 다치면 현주건조물방화치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특수상해, 특수폭행, 폭행,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장은 “배심원 여러분,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고 내용을 설명해 주셨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의 구체적 범죄 사실로 공소장에 적혀 있는 것은 아직까지는 검사의 주장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11월25일 오후 창원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헌) 315호 대법정에서 열린 안인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범행의 계획성과 심신미약 상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재판에서 안인득 변호인은 범행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인득의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이 법정에서도 혼잣말을 많이 하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 된다. 본인의 주장이 강하고, 피해망상이 강하다”며 “저도 대화하기 힘들었는데, 법정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인득은 이 과정에서 “변호할 기회나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고, 하소연을 하려는 설명조차도 차단을 당하고 있다”며 “교도소에 가서도 왜 사건·사고에 대해 설명을 못 들어주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변호인의 변론을 끊고 자신의 입장을 설했다.


변호인이 수차례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안인득은 자신의 억울함을 피력하기 위해 불만 섞인 목소리로 재판장과 변호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계속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려 했다.


그러나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수준의 말에 불과했다.


이에 재판장이 “(변호인의 변론에 안인득이) 계속 중간에 개입하면 재판을 같이 하기가 어려워서 퇴정될 수 있다. 조금만 진정하고, 피고인에게 진술할 기회를 또 드리겠다. 일단 남이 말할 때에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안인득은 “제가 이런 상황에서는 변호사에게 설명할 이유조차 없는 것 같다. 제가 설명을 드려야지”라며 계속 반발하자, 재판장은 “피고인이 선정한 게 아니라 국가에서 국선변호사를 선정한 것”이라며 거듭 자제를 요청했다.


이후 변호인은 배심원들에게 “(검찰 측에서는) 방화와 살인범행의 계획성 부분에서 흉기와 휘발유통을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사망한 피해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는 취지로 계획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화가 많이 난 부분은 있지만 처음부터 범행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또한 “심신미약 부분에서는 (감형을 받으려는) 취지로 한 것은 아니다. 판단은 배심원들이 하는 것이다. 의도를 고민하지 말아 달라. 사실 있는 그대로를 비추고 판단을 칸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2년 정도 약을 안 먹었다. 올해 7월2일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심신미약으로 판단됐다. 조울병, 즉 정신분열증이다. 피해망상이다. 본인이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피해를 입었다고 망상을 하는 것이다. 관계망상 즉 사람과 관계를 오해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발생했다는 것으로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감정, 현실 판단력 저하, 충동조절능력 저하,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심신미약으로 판단했다”며 “그래서 저희 측 주장은 사물을 구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사실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게 되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건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진 사건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미지가 안 좋게 각인된 사건이다”며 “본인이 그동안 많은 불이익을 받아 왔는데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이야기를 해서 배심원에게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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