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북미회담 열지 마라” 미국에 한 나경원 요청 대파문

“국익보다 선거 생각뿐” “변형된 북풍” 비판 봇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1/29 [14:15]

“총선 전 북미회담 열지 마라” 미국에 한 나경원 요청 대파문

“국익보다 선거 생각뿐” “변형된 북풍” 비판 봇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1/29 [14:15]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쪽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 전문 TV 채널 YTN이 11월27일자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가 지난주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미국에 갔을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에게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나 원내대표는 “미국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며 주장했지만, 제1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적절한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자제 요청’ 발언에 대해 “과거 한나라당 측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부탁했다는 ‘총풍 사건’을 상기시킨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미국 간 나경원 비건 대표에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자제를”
청와대 “제1 야당 원내대표의 머릿속엔 오로지 선거뿐인가?”


민주당 “선거 승리 위해서는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 세력”
한나라당이 북한에 총 쏴달라 요청했던 ‘총풍 사건’ 연상 지적도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쪽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익보다 선거만 생각한 제1 야당 사령탑의 처신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쪽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을 부른 것.


11월27일 YTN 보도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난 11월20일 미국을 방문해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내년 선거 전에 미북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는 것.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건 대표가 “내년에 한국에서 선거가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했을 때도 비슷한 요청을 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TN은 또한 “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가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던 날 미국으로 떠나면서 당내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의원총회에서 방미 성과를 과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선거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한국당 안팎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우려 전달했을 뿐”


YTN 보도가 나간 뒤 제1 야당 원내대표가 국익보다 자당 입장만 내세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어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을 뿐 자제를 요청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한 “이번 방미 면담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지난 7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했을 때 총선 직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건 맞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나 원내대표는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날 입장문을 한 번 더 내놨다.


나 원내대표는 추가 입장문에서 “미 당국자에게 미북 정상회담을 총선 전에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라며 ”이번 3당 원내대표 방미 과정에서 미 당국자에게 미북 회담 시기와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은 자유한국당도 환영한다”며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한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안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번 3차 미북 정상회담마저 또다시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여권 일제히 쓴소리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입장문은 지난해 지방선거 전날 진행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한국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논지가 담겨 더 큰 논란을 불렀다. 나 원내대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 한국당을 뺀 나머지 야당은 나 원내대표의 처신에 대해 일제히 쓴소리를 쏟아냈다.


먼저 청와대가 나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1월2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며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 대변인은 “또한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공식 논평을 내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국가와 민족 앞에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주 방미 당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총선이 있는 내년 4월 전후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전했다고 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1월27일 서면 브리핑에서 나 원내대표의 처신에 대해 “경악할 일”이라면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보다 당리당략이 우선할 수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은 안중에도 없는가. 한국당은 그저 선거 승리라는 목표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가.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인가?라고 따졌다.


이 대변인은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이를 통한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위해 외쳐온 ‘초당적 협력’이 참으로 허망해지는 순간”이라면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국가와 민족 앞에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여권 인사들은 11월27일과 28일 나 원내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월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 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나 원내대표가 미국에 내년 4월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불가를 요청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제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의석 몇 개를 위해 국민의 열망인 한반도 평화를 막아서는 일을 성과랍시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바로 반평화 세력”이라며 “미국 당국자한테 그런 말을 했다니 국가적 망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어 “아무리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는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라지만 어떻게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 그리고 남북한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바라고 있는 한반도 평화까지 접어둘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다. 분간을 못하는 이런 분이 제1 야당 원내대표라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월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 세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나경원의 주문’에 대해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조 의장은 “나 원내대표가 미국 측 인사에게 내년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피해달라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파적 이익을 위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볼모로 잡겠다는, 너무나도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조 의장은 이어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평화도 안보도 다 필요 없다는 나 원내대표의 반역사적 인식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며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정치에 금도가 있고, 정치인이 결코 해선 안 될 짓이 있는 법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 최소한의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나 원내대표가 미국에 한 요청에 대해 “귀를 의심했다”며 “참담함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11월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나 원내대표님 한반도 평화보다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선거가 더 중합니까”라며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대한 협상을 하러 방문한 미국에서 나 원내대표는 총선 전에 북미회담을 하지 말아 달라고 미 당국에 요구했다는 보도는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한반도 평화는 국민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자 국가적 숙제다. 그보다 더 중한 것이 당리당략이고 자유한국당의 선거 승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박 시장은 “과거 선거 승리를 위해 북풍·총풍마저 서슴지 않았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나 원내대표는 공당의 원내대표는 물론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조차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대한민국의 번영과 미래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며 “남북 간의 대치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리고 서울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나경원 즉각 사퇴하라”


보수 성향인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자리에서 방문 목적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면서, “더구나 미국이 지난해 지방선거 전날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열렸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나 원내대표가 미국에 한 요청을 두고 논란이 일자 “정치 영역에서 발을 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오현주 대변인은 11월27일 오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오늘 비공개 의총을 통해 밝혔다고 한다.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오 대변인은 이어 “북미 대화는 한반도 평화를 판가름할 중차대한 사건이다. 가능한 빨리 이뤄져야 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성공을 염원했다”고 강조했다. 


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고작 유리한 총선 구도를 위해 북미 대화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하다니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제1야당의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라며 “당장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정치의 영역에서 발을 떼기 바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총풍 사건’ 떠오른 이유


나 원내대표의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자제 요청’ 발언을 두고 과거 한나라당 측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했다는 ‘총풍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총풍 사건’이란 199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 직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관련자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1993년부터 5년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지금의 국정원) 대북공작원으로 활동했으며, 영화 <공작>의 실제 주인공인 박채서씨는 지난해 8월 1997년 총풍을 막아낸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헤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흑금성으로도 알려진 그는 1997년 직전 남측에서 북측에 400만 달러를 주고 휴전선과 서해5도에서 거의 국지전급 총격을 일으켜 달라고 한 ‘거래’를 인지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도 당시 여당이 북측에 40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그려졌다.


박채서씨는 “전면전에 준하는 긴장감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공식적인 얘기였고, 그렇게 했을 경우 이쪽(남측)에서 제시한 액수가 1억 달러였다”면서 1억 달러 보상금 약속의 실체를 폭로했다. 


박씨는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의 ‘국지전 주문’과 관련해 놀라운 사실도 털어놨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 ‘휴전선 일대에서 전쟁에 준하는 상황을 만들어 달라.’ 그와 같은 것은 1996년도 총선 때도 요구했던 상황인데 그냥 판문점에서 일개 중대가 그냥 조금 해줘 버린 거다. 북한이 만만치 않다.

 

(나중에) 왜 그랬냐 했더니 그렇게 요구한 대로 해줘서 김영삼 정부가 압승하게 되면 자신감 때문에 자기들하고 남북 대화를 하는 데 버겁다는 거다. 그러니까 적당히만 해주겠다.…전면전에 준하는 긴장감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공식적인 얘기였고, 그렇게 했을 경우 이쪽에서 제시한 액수가 1억 달러였다. 1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주겠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요청과 관련 “북풍공작”이라고 꼬집었다.


김 상임의장은 11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사정을 감안해가며 북미회담 일정을 잡을 리가 만무한 일이니 길게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며 “과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반발하던 사람들이 북미회담을 미뤄 달라고 미국에까지 가서 ‘구걸’하는 건 ‘북풍공작’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의 이번 처신을 ‘총풍 사건’과 비슷한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변형된 북풍”이라며 반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11월28일 “남북관계를 선거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치권은 접근해왔는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 선거전에  북한을 활용한 북풍사건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북한과 직접 연관된 건 아니지만 북미정상회담은 그들의 정치적 스케쥴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며 "선거가 있기 때문에 늦춰달라는 것은 변형된 북풍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3차 북미회담이 이뤄져서 빨리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게 바람인데 선거가 있기 때문에 늦춰 달라는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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