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청와대 특감반원 자필메모 9장 남긴 내막

조인우(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19/12/06 [14:34]

숨진 청와대 특감반원 자필메모 9장 남긴 내막

조인우(뉴시스 기자) | 입력 : 2019/12/06 [14:34]

가족에겐 “미안하다”…검찰총장에겐 “물의 일으켜 죄송”
검찰, 서초경찰 압수수색 ‘사망 특감반원’ 휴대폰 등 압수
청와대 “유서에 없는 거짓 흘려…언론 의혹보도 강력 유감”

 

숨진 채 발견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수사관의 자필 메모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12월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전 특감반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현장에서 A씨가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짧은 메모 9장이 함께 발견됐다는 것. 여기에는 수신인을 달리 해 아내 등 가족에게 보내는 미안하다는 내용의 3~4줄의 짧은 메시지와 함께 검찰을 향한 메시지도 담겼다.


윤 총장을 수신인으로 ‘죄송합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글도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윤 총장에게 죄송하다는 취지라기보다는 핵심은 뒤에 붙은 말이라고 본다”고 했다. 죄송하다는 말 뒤에는 ‘면목이 없지만 저희 가족들에게 배려를 부탁합니다’라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앞서 다수 언론을 통해 A씨가 자필 메모를 통해 ‘윤 총장에게 죄송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가족의 생계를 부탁한다는 말은 아니지 않겠냐”며 “가족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말라는 것인지, 상처를 주지 말라는 것인지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A씨의 메모에는 윤 총장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건강하라는 말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2월1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 건물 소재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A씨가 자필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도 함께 발견됐다.

 

▲ 숨진 채 발견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수사관의 자필 메모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망 당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전달 의혹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A씨 당일 오후 6시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내지 면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청와대 근무 시절 일명 ‘백원우 특감반’이라고 불렸던 별도의 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원우 특감반’ 가운데 일부는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 감출 것 있었나?”


검찰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 출신 검찰수사관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대해 12월2일 압수수색에 나서자 경찰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특감반원 A씨가 전날 사망한 채 발견돼 정확한 사인 등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 돌연 진행된 압수수색이라는 점에서 경찰 내부에서는 불쾌하다는 기류가 나오고 있다. “감출 것이 있느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3시20분께부터 5시께까지 약 1시간40분 동안 서초경찰서 형사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품에는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전 특감반원 A씨의 휴대전화와 현장에서 발견된 자필 메모 등 유류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 총경급 경찰 관계자는 “변사 사건(수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너무 이례적인 압수수색으로 보인다”며 “경찰도 압수의 방식으로 유품을 가지고 보고 있는 상황인데 그걸 다시 압수한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인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유서 내용 등이 문제가 될 것 같으니 급하게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며 “급히 뭔가 감추려는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날 A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특이 외상이 없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보내왔다. 다만 이는 1차 소견으로 최종 결과는 최소 3주 이상이 지나야 나온다.


한 경감급 경찰 관계자도 “돌아가신 분의 휴대전화 등을 이렇게 바로 압수수색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며 “사인을 밝히는 중인데 갑자기 들이닥쳐서 가져가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날 입장을 발표해 “A씨 변사사건 발생 이후 명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감식,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 부검 등 수사를 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휴대폰 분석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며 “향후에도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고, 휴대폰 포렌식 과정 참여 등 필요한 수사협조를 검찰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검찰발 기사에 유감


한편 청와대는 12월3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계속되고 있는 검찰발 기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어제부터 확인되지 않은 관계자발로 일부 언론에 사실 관계가 틀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단지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유만으로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 유감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이를 받아서 기사화 하는 행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쏟아지는 검찰발 의혹 기사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대변인은 잘못된 기사의 제목과 해당 매체명을 직접 거론했다. <“초기화 말아 달라”…숨진 수사관 ‘휴대전화’, 靑 의혹 향방 가를까?>(세계일보·12월3일 자), <“尹과 일한 서장에 포렌식 못 맡겨”···檢 vs 靑 갈등 심화>(문화일보·12월3일 자) 등 2개의 기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세계일보> 기사는 이날 오전 온라인판으로, 익명의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숨진 검찰 수사관의 유서에 “휴대전화를 초기화 시키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소개했다.


<문화일보> 기사는 검찰의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의 당위성을 뒷받침해주는 기사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 출신인 김종철 서초경찰서장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의 관계에 주목하며, 경찰 수사 내용이 청와대로 실시간 보고될 것을 우려해 압수수색을 했다는 취지의 검찰 관계자의 발언이 소개돼 있다.


고 대변인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면서 “고인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의혹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민정수석실 고유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히면서 “언론인 분들도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왜곡 보도로 고인을 욕되게 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며,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 흘리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 대변인이 언급한 보도의 오보 확신 근거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이 오보 대응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최초 첩보를 입수했다는 자료의 출처를 공개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의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에 대한 청와대 입장 요구에 이 관계자는 “저희가 뭐라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전례에 없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보도를 한 것은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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