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연구자 김난도 교수, 2020년 소비 트렌드 대예측

2020년 쥐띠 해엔 업글인간·오팔세대·편리미엄 뜬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2/13 [11:15]

트렌드 연구자 김난도 교수, 2020년 소비 트렌드 대예측

2020년 쥐띠 해엔 업글인간·오팔세대·편리미엄 뜬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2/13 [11:15]

2020년을 전망하는 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렌드 연구자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끌며 소비 트렌드를 연구하는 김난도 교수는 해마다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도 어김없이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를 장식할 트렌드를 예측한 책을 선보였다. 지난 10월24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창)을 통해 2019년의 소비 트렌드를 되짚어보고,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를 통해 2020년 한국 소비문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있는 것.

 

꾀가 많고 영리하며 세계 어디서나 살고 있어 친근한 동물인 쥐의 해인 2020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펼쳐질까?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1942년 만화로 탄생하여 1945년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고, 1960년대와 1980년대에 리메이크된 TV 시리즈인 ‘마이티 마우스’를 키워드로 선택했다. 다만 원제목 마이티 ‘마우스’ 대신, 그 복수형인 ‘마이스’를 사용해 2020년의 위기 상황을 복수의 소비자·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나가자는 결의를 표현하고자 했다. 2020년을 이끌어 갈 10개 키워드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열중하는 업글인간, ‘어제보다 나은 나’ 지향
이들에게 중요한 건 ‘성공’ 아니라 ‘성장’…“나는 업글, 고로 존재”


가장 큰 축 형성한 베이비부머, ‘오팔세대’란 이름으로 무대 등장
자산규모·소비 측면에서 업계판도 뒤흔들 만한 영향력 있는 소비군

 

귀찮은 일에 비용 더 지불하더라도, 소중한 나의 경험 위해 투자

생활의 편리함 추구하는 ‘편리미엄’, 양면적 라이프스타일에 필연


젊은이들 ‘모드 전환’ 빠른 것은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 때문
직장생활과 퇴근 이후의 모습 완전히 다르고 정체성도 다양
소유보다 경험 중요시하며 상품·서비스 스트리밍되는 라이프

 

▲ 트렌드 연구자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끌며 소비 트렌드를 연구하는 김난도 교수. <사진출처=미래의창> 

 

“2020년은 비전(vision)의 연도다. 새로운 천 년을 맞고 나서 두 번의 10년이 지나는 해이기도 하고, 2와 0이 2번 반복되는 운율도 멋지다. 그래서인지 ‘비전 2020’이라고 적힌 현판을 로비에 걸어놓은 회사가 많다. 2020년에는 매출 얼마, 업계 몇 위라는 식의 목표로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해온 조직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2020년이 목전에 와 있다.

 

하지만 오랜 준비로 기다려온 기대와 달리 전망이 좋지 않다. 불안의 가장 큰 진원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다. 미중 간의 교역 분쟁이 해결되기는커녕 환율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전장(戰場)도 넓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도 항공기·농산물 등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러한 통상 갈등이 2020년 세계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끌며 소비 트렌드를 연구하는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0> 서문에서 한 말이다.

 

그래도 살 길 찾는 트렌드


소비와 패턴을 통해 그해의 중요한 트렌드를 분석해온 김 교수는 “미국의 통상 전쟁은 우리나라에도 좋지 않다”면서 “교역 감소→순이익 감소→투자 위축→경기 침체의 사이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러한 무리수를 자꾸 두는 이유로는 2020년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도모하는 트럼프의 공세라는 견해, 셰일가스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진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로 돌아섰다는 견해, 혹은 중국의 지나친 부상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견해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으리라.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OECD는 2019년 9월, 세계 각국의 동년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3.2% 성장을 보일 것이라던 세계경제는 2.9%, 미국은 2.8%에서 2.4%, 그리고 한국은 2.4%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심지어는 경제위기설도 존재한다. 2019년 8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약 11개월 후인 2020년 7~8월 정도에는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낙관적인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신임 총재.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교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와 JP 모건 등이 모두 2020년 미국 혹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한국 경제도 이러한 비관적 전망에서 예외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37%나 급감한 가운데, 하반기 혹은 2020년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건해가 팽배하다.”


김 교수는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 이외에도, 우리는 한일 갈등을 겪고 있으며 2020년 국회의원 선거도 치러야 한다”면서 “나아가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구조적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한다.


사실 지난 십 몇 년간 경기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삶과 소비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되었다. 소비자들은 ‘소확행’하며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 ‘뉴트로’를 따라 과거를 재해석한 소비를 이어나갔다.

 

기업 역시 ‘콘셉팅’으로 자기만의 시장을 만들고 다양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객의 ‘가심비’를 높이고자 했다. 경제가 나쁘면 나쁜 대로 혹은 좋으면 좋은 대로, 소비와 공급은 살 길을 찾으며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궁금한 것이다. 과연 2020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펼쳐질 것인가?

 

꾀 많고 영리한 ‘쥐의 해’


2020년은 경자년(更子年) 쥐띠 해다. 쥐를 뜻하는 자(子)자는 는 12간지 중 첫 번째다. 옛날 옛적에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정월 초하루에 천상문에 도착하는 차례대로 순서를 정해주겠다고 했는데, 소(丑)가 1등을 하려는 찰나, 소의 등에 붙어 있던 쥐가 먼저 뛰어내려 1둥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만큼 쥐는 꾀가 많고 영리하다는 의미이리라.

 

쥐는 생존과 번식능력이 탁월하다. 잡식성이라서 먹지 못하는 음식이 없고, 갈색쥐 같은 경우는 바다에서 이틀 이상을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번식력도 뛰어나서 한 마리의 암컷이 6개월이면 200마리까지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쥐는 세계 어디서나 살고 있다.


이처럼 친근한 동물이어서 그런지 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무척 많다. 마이클 잭슨이 부른 주제가가 귀에 익숙한 <벤>, 인기 만화 시리즈 <톰과 제리>,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를 쓴 <미키마우스> 등 추억의 옛 영화뿐만 아니라, <라따투이>, <스튜어트 리틀> 등 비교적 최근까지 쥐는 친근한 캐릭터로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따라서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지난 12년간 그해의 띠 동물이 포함되는 영문으로 트렌드 키워드를 만들어온 전통에 따라 <트렌드 코리아 2020>의 두문자어(xronym)는 ‘MIGHTY MICE’로 정했다”고 설명한다.

 

▲ 2020년은 경자년(更子年) 쥐띠 해다. 쥐를 뜻하는 자(子)자는 는 12간지 중 첫 번째다. <사진출처=Pixabay>


2020년 트렌드를 좌우할 10대 키워드는 Me and Myselves(멀티 페르소나),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라스트핏 이코노미), Goodness and Fairness(페어 플레이어),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스트리밍 라이프),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초개인화 기술), You’re with Us, ‘Fansumer’(팬슈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특화생존),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오팔세대), Convenience as a Premium(편리미엄), Elevate Yourself(업글인간) 등 10가지다.

 

이 10가지 키워드의 앞글자를 따면 MIGHTY MICE(마이티 마이스)가 된다.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는 1942년 만화로 탄생하여 1945년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고, 1960년대와 1980년대에 리메이크된 TV 시리즈다. 국내에서는 1992년 MBC에서 방영돼 당시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최근 영화계의 복고·실사화 붐에 힘입어,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티 마우스>의 주된 줄거리는 ‘늑대들이 어린 양을 공격하면, 마이티 마우스가 나타나 늑대를 혼내주고 위기에 처한 양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뉴트로가 워낙 강력한 2019년의 트렌드여서 우리는 2020년 복고적 키워드를 채택하기로 했다. 다만 원제목 ‘마이티 마우스’ 대신, 그 복수형인 ‘마이스(MICE)’를 사용하기로 했다. 10대 키워드에 해당하는 10글자로 운율을 맞춰야 할 필요 때문이었지만, 나름의 의미도 있다.

 

2020년의 위기 상황을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복수의 소비자·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자는 결의를 표현한 것이다. 마이티(Mighty)는 ‘힘센’이라는 외미로 주로 영웅(hero) 앞에 붙이는 형용사다. 사실 작은 쥐와 힘센 영웅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다르다. 한국인은 항상 위기 때마다 힘을 합쳐 극복해왔다. 비록 진영 간·세대 간·남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는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기대에 작은 쥐들의 복수행인 마이스(mice)를 쓴 것이다.”

 

2020년 키워드의 흐름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20년 키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을 꼽고 있다.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로 표현한 2020년 10대 키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은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이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대박을 만들어낼 신상품이 제일 좋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아이디어가 넘쳐나도, 전에 없던 혁신을 매번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일이 ‘고객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사실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는 오래된 질문이다. 이 진부한 질문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은 ‘고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예전에도 세분화(segmentation)라고 해서 시장을 나누는 작업은 마케팅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세분화 경향은 고객 개개인, 아니 그 이상으로 극도로 잘게 나누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의 세분화 경향은 고객 개개인, 그 이상으로 극도로 잘게 나누는 것이 되었고, 그래서 특화가 생존의 조건이 되었으며, 소비자의 삶이 세분화되면 그 쪼개지는 자아가 그때그때 달리지기에 소비자는 양면적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0.1명 규모로 세그먼트를 한다. 안드레아스 와이젠드가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라는 책에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100명의 고객이 있다면, 100개의 시장이 있다’는 말을 종종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100명의 고객이 있다면, 1000개의 시장이 있다는 말과 같다.

 

현대의 소비자는 항상 일관된 구매자가 아니라 상황 따라 맥락 따라 취향과 선호를 바꾸는 다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 상황과 맥락에 맞춰줄 수 있다면 한 사람의 소비자에게서도 10개, 100개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특화’가 생존의 조건이 됐다. 촘촘한 그물로 되도록 많은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미끼를 매단 낚싯대로 소비자 한 사람의 한 순간을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상품의 구매 기준도 바뀐다.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배송돼 오느냐와 만족을 의미하는 ‘라스트핏’이 중요해지면서 마지막 접점에서의 구매 결정 기준도 세밀하게 분화되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한 물건을 오래 소유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순간순간 느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음악을 다운로드 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듣듯이 단기로 렌털을 하거나 구독하는 등 라이프스타일마저 ‘스트리밍’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생활을 세분화시켜 그 ‘스트리밍’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순간을 찾도록 만든다.”

 

가면 바꿔 쓰듯 멀티 페르소나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현대인들이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의 ‘멀티 페르소나’를 2020년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삼고 있다.


“이제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 즉 myselves가 되어야 맞다.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bersona)’라고 한다.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현대사회가 점차 복잡하고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다양한 양상의 트렌드가 나타나는 것도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복수의 가면을 ‘멀티 페르소나’라고 부르고자 한다.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인간의 다원성은 확장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정체성의 기반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자의 정체성이 과도하게 기술적으로 결정되는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고, 기업들은 고객의 다원화된 정체성과 상황에 맞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다매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자 상사가 말한다. “오늘도 매 순간 불태웠으니…” 회식을 제안하려는 순간, 검도복으로 갈아입은 막내사원이 당차게 대답한다. “막내 먼저 가보겠습니다!” 상사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면서 “그래!” 하며 흔쾌히 보내준다.-롯데칠성 커피 음료 ‘칸타타’ 광고


“숟가락 들 힘도 없어”라며 지쳐 있는 선배들 사이에서 후배는 외친다. “‘열일’하던 막내의 이름을 버리고 ‘인싸’의 라이프를 찾아 떠납니다!” 그러고는 이내 한강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정관장 광고

 

▲ 롯데칠성이 선보인 칸타타 광고는 ‘오매불망’ 4행시를 통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요즘 직장인들을 그려냈다.   


요즘 광고에서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젊은 밀레니얼 직장인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을 소재로 이용한 것이지만, 잘 살펴보면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직장에서의 나’와 ‘퇴근 후 나’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직장에서는 눈치 보는 막내일지 모르지만, 퇴근 후에는 내 삶의 인싸다!“ 하는 ‘정체성의 모드 전환’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이렇듯 요즘 사람들은 ‘모드 전환’에 능하다. 소개한 광고에서처럼 회사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이다가 퇴근하는 순간 인싸(인사이더의준말로 집단의 주류를 뜻하는 용어)로 모드 전환한다.

 

온순하던 사람이 정치 얘기만 나오면 특정 정당의 열렬한 투사가 되기도 하고, 평범한 주부가 BTS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눈을 반짝거리는 ‘아미’로 바뀐다. 컴퓨터 자판의 Alt와 Tab을 동시에 누르면 순간적으로 프로그램이 바뀌듯이, 사람들은 순간순간 자기 정체성을 전환한다.”


김 교수는 “2020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10대 키워드들이 보이는 가장 큰 경향성 중의 하나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맥락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진짜 나’와 ‘다른 나’의 구분이 선명해지고, ‘그 상황의 정체성에 맞는 소비’가 중요해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정적으로 뭔가를 소유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스트리밍해서 생활하거나(스트리밍 라이프,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기보다는 ‘진짜로 자기 마음에 드는’ 브랜드나 상품을 직접 키워내거나(팬슈머), ‘자기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거나(편리미엄), ‘지금과는 다른 나’를 꿈꾸며 성장에 올인하는(업글인간)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나이 지긋한 실버 세대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과거와는 다른 자신’을 뽐내고 있다(오팔세대), 이러한 변화에 부용하기 위해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소비자의 니즈에 특화시킨 상품이 필요하고(특화생존), 기술 역시 ‘상황에 따라 바뀌는 소비자’ 하나하나에 맞춘 기술로(초개인화 기술) 대응해야 한다.”

 

정체성의 분리는 필연적 현상


밀레니얼 세대가 모드 전환에 능하고, 상황에 따라 삶의 방식이 세분화되면서, ‘진짜 나’의 모습이 다면화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러한 트렌드의 밑바닥을 흐르는 공동된 근인은 무엇일까? 그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지금의 트렌드 변화를 좀 더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무엇일까? 이 모든 변화의 행간을 흐르는 가장 중요한 동인은?


김 교수는 “그 해답으로서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정체성의 분리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낀다는 것이고 이것은 큰 변화”라면서  “과거에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정체성이 분리되는 것을 해리성 ‘인격장애’라고 불렀다.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취급된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정체성의 분리는 아주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 됐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말이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페르소나’는 사실 어려운 개념이지만 최근 들어 그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신작 앨범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숙명적 질문을 던지며 ‘정체성’, 즉 페르소나를 전 세계적인 화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여러 문화권의 신화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매우 본질적인 질문이다. 어쩌면 수많은 종교들도 결국은 이 정체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늘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왔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사람의 정체성은 혈통과 직업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씨만 하더라도 부성애에 기반을 둔 전통의 산물이며, 과거 서구에서는 직업의 명칭을 따서 이름을 짓기도 했다. 혈통과 직업은 매우 안정적인 기반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며 정주가 아닌 이주, 즉 노마디즘(nomadiom)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회가 개인화하면서 혈통의 의미가 퇴색하고, 직업 영역에서도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른바 N잡러와 기(gig)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정체성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제 유연한 자아(flexible self)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인도의 신 비슈누(Vishmu)가 10개의 아바타를 가지듯이 동시대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 다양한 SNS 시대를 맞이하면서 인간 정체성의 복합성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자아 정체성 표출은 단일 자아에게 일률적으로 귀속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멀티 페르소나를 이루며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고 순간순간이 업데이트되며,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리셋이 가능해 완전히 다른 인생의 모습으로 빠르게 ‘모드 전환’할 수 있다.

 

즉, 정체성은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유동적인 개념으로 변화한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정체성 놀이’는 현실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융합·변형을 통해 구현되는 폭넓은 자유도를 갖게 되었다.”

 

2020 새로운 종족의 출현


김난도 교수는 “현대인은 취향과 정체성으로 흩어지고 모이며 자기만의 부족을 형성한다”면서 2020 대한민국의 새로운 종족으로 ‘업글인간’과 ‘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그리고 ‘팬슈머’를 꼽았다.

 

▲ 직장 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돼 만들어가는 ‘업글인간’ 트렌드는 엄청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현재 업글인간이 지향하는 ‘Better me’ 뒤에 숨겨진 말은 ‘than yesterday(어제보다)’라고 할 수 있다. 업글인간의 성장 동기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오는 불안이 아니라, 어제보다 못한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한 불안이다.

 

업글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 진학이나 대기업 입사와 같은 ‘성공’이 아니다. 스펙 경쟁으로 뚫은 관문은 잠시 동안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지만 영원히 의미 있는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업글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나의 자산으로 남아 확실한 내일을 보장하는 ‘성장’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업글인간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한다”면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이들의 모토는 “나는 업글 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라고 설명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어느덧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대한민국 성장의 주역답게 여전히 왕성한 사회 활동을 이어간다. 도전적인 취미 생활과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소비를 보여주며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5060 세대에게 실버 혹은 그레이로 대표되는 중장년의 색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채롭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의 행보는 ‘오팔세대’라는 이름과 어울릴 만하다.”


“대한민국 인구 구조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오팔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인구수뿐만 아니라 자산 규모와 소비 측면에서도 이들은 업계의 판도를 충분히 뒤흔들 만한 영향력 있는 소비군이다.

 

2030 세대만큼이나 신기술에 능숙하고 자신의 표현에 적극적인 오팔세대는 보이지 않는 소비의 큰손으로, 〈보헤미안 랩소디〉, 〈내일은 미스트롯〉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할 만큼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든 보석의 색을 담고 있다는 ‘오팔’처럼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는 세대의 등장에 주목하라.”

 

▲ 2030 세대만큼이나 신기술에 능숙하고 자신의 표현에 적극적인 오팔세대는 보이지 않는 소비의 큰손으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할 만큼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울러 세상의 중심에서 공정함을 외치는 대한민국의 ‘페어 플레이어’들은 오늘도 묻는다. “경기의 규칙은 공정한가?” “당신은 혹시 무임승차자가 아닌가?” 소비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구매 행위는 일종의 ‘화폐투표’다. 지금 역사상 가장 공정함을 추구하는 세대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구조적 이슈로만 여겨졌던 공정함에 대한 열망은 이제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출하고 있다. 가사 노동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학생들은 주관식보다 객관식 시험,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를 선호한다.

 

직장에서는 팀장님을 서포트하기보다 나 자신의 성과로 평가받길 원하며, 회사 대표와 팀 막내가 서로 반말로 의사소통하기도 한다. 소비할 때도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의 올바른 ‘선한 영향력’이 구매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팬심과 덕심으로 똘똘 뭉친 소비자들은 이제 ‘팬슈머’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그 무엇이든 처음부터 공들여 기르고 키워나가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원과 지지만 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내가 키우기 때문에 간섭과 견제, 비판은 당연하다. 팬슈머는 이제 기업에게 자산이다. 팬슈머와의 올바른 파트너십은 연예와 마케팅, 정치, 비즈니스 모든 부분에서 필수다.

 

‘편리미엄 시장’ 확대


이 새로운 종족에게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 다중 정체성 ‘멀티 페르소나’,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는 ‘스트리밍’ 트렌드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스마트하다. 꼭 해야 할 일 외의 나머지에서 자신이 추가적으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을 찾는다. 자신만의 여유 시간을 확보하거나, 노력을 덜 들이거나, 획기적으로 효율을 높여줄 서비스를 당당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가사 노동·줄 서기·청소·운동 등 일상의 사소한 영역에서 자신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이용한다.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1인 가구,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 등이 주된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편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렌털이나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지불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추천받는 구독 멤버십 등 다양한 방식을 포괄한다. 핵심은 제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 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음악애호가들이 LP판으로 벽장을 가득 채웠듯이, 스트리밍 소비자들은 이제 물 흐르는 듯한 경험으로 자신의 인생을 채운다.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보다 정밀한 타깃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특화 전략’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갈수록 파편화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들은 더 쪼개고, 나누고, 집중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특화는 이제 차별화의 포인트 정도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에서 더 진화한 개념인 ‘특화생존(特化生存)’은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업 경영의 새로운 처방전이다.”


또한 기업과 브랜드는 이제 적자생존을 넘은 ‘특화생존’ 전략이 필요하고 그냥 개인화가 아니라 ‘초개인화’ 기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여, 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예측해 이에 정확히 맞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다. 초개인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프로파일을 개발한 후, 해당 프로파일에 관련 콘텐츠를 입력하고, 제품을 권장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의 특징은 모든 개인을 구체화하고 더 자세히 접근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개별 소비자에게 얼마나 세심하게 맞출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고객과의 최종 접점에서 최대의 만족을 제공하는 ‘라스트핏 이코노미’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상품의 특성이나 브랜드가 주는 객관적 가치보다 상품과 자기 생활의 마지막 접점에서 즉각 느낄 수 있는 주관적 효용을 중심으로 구매 의사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만족·불만족을 결정하는 기준이 이제 ‘소비자와 직접,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지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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