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바람’ 헤로인 권한솔 두근두근 인터뷰

“충무로 기대주라는 칭찬…부끄럽지만 기분 좋더라”

최지윤(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19/12/13 [11:37]

‘영하의 바람’ 헤로인 권한솔 두근두근 인터뷰

“충무로 기대주라는 칭찬…부끄럽지만 기분 좋더라”

최지윤(뉴시스 기자) | 입력 : 2019/12/13 [11:37]

붕괴된 가족 안에서 꿋꿋이 홀로서기 하는 10대 소녀로 열연
“‘예쁘다’는 칭찬보다 ‘연기 잘한다’는 얘기 들을 때 더 행복”

 

▲ 새 영화 '영하의 바람'에서 안아주고 싶은 소녀 영하 역을 맡은 배우 권한솔.    

 

영화 <영하의 바람> 속 영하는 안아주고 싶은 소녀다. 열두 살 때 엄마 은숙(신동미 분)의 재혼으로 혼자 버려지고, 열다섯 살에는 사촌 미진(옥수분 분)과 이별하고, 열아홉 살엔 새 아빠 영진(박종환 분)에게 상처를 입고 사라진다. 붕괴된 가족 안에서 10대 소녀가 꿋꿋이 홀로서기 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줬다.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권한솔(23)이 이 영화의 주인공 영하 역을 맡았다.


<영하의 바람>은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았다. 제25회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우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소름이 끼쳤다. ‘내가 영화인이라니···어떻게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촬영할 때는 영하에게 온 시련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영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보다 참는 아이니까.

 

그런데 내 품을 떠나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 눈물이 나더라. 부모님도 부산영화제 때 내가 출연한 영화를 봤는데, 너무 마음 아프다며 울었다. 오랫동안 캐릭터를 분석해서 연기해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라서 나중에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권한솔은 10대 소녀처럼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지만 “누구보다 영하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했다.


“나의 실제 성격은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어 하는 스타일이다. 캐릭터 분석을 할 때 상황이 이해되지 않으면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오는데, 영하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공감이 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영하는 온갖 시련을 혼자 이겨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 이상 버팀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하가 가장 바란 건 가족이 아니었을까.


“영하가 바란 건 큰 게 아니다. 정말 자그마한 건데 가족을 원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버림 받았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고, 엄마도 떠나고, 사촌 미진과도 헤어지고···. 영하가 그토록 원한 건 가족일 것 같다.”


권한솔에게도 가족과 친구가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라고 한다. 그녀는 “평소 엄마와 티격태격한다”며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싫은데 제일 좋아’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계속 혼자인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곁에 있는데, 힘들어서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나중에는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가장 힘이 되지 않느냐. 개인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가족에게 말 못하는 건 친구한테 하고, 친구에게 못하는 걸 가족한테 말한다.”


주인공 영하가 자신을 버린 엄마 은숙을 용서한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영하는 아빠한테 성추행을 당한 뒤에도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권한솔은 “사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엄마와 식탁을 앞에 두고 이야기한 장면”이라며 “엄마가 ‘아빠와 다시 같이 살자’고 했을 때 영하가 ‘그건 아니야’라며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영하의 감정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감독님이 이 장면에서 눈물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계속 눈물이 나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결국 엄마는 또 영하를 버렸지만 “영하가 찾아갔을 것”이라며 “엄마가 먼저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예전처럼 다 같이 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하가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용서한 게 아닐까. 다들 엔딩에서 영하의 손을 잡아끈 게 엄마 아니면 아빠일 거라고 생각하더라. 사실 영하는 엄마, 아빠에게 큰 상처를 받았지만 ‘꼭 의지해야 할 사람이 부모님일까?’ 싶더라. 영하의 부모님은 똑같이 서툴렀으니까. 그냥 영하는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고, 아이라고 다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도 아이일 수 있고, 아이도 어른일 수 있다.”


엄마 역을 맡은 신동미와의 호흡은 최고였다고.


“선배가 엄청 웃긴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데,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엄마처럼 품어줬다. 부산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해 숙소에서 같이 회도 먹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선배가 힘들었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얘기했을 때 공감됐고, 연기를 계속하면서 힘이 되는 말들을 해줘서 고마웠다.”


새아빠 역할을 맡은 박종환(37)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신을 찍을 때는 힘들지 않았을까.


권한솔은 “이 장면 자체가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감독님이 ‘어떤 점을 보완해줬으면 좋겠느냐’면서 의견을 물어봤다. 종환 선배도 ‘한솔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며 많이 배려해줬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촬영해 편하게 임했다. 선배는 촬영하면서 잠이 들 정도였다.”


영화에서 12·15·19세 영하는 다른 연기자 3명이 연기했다. 19세를 연기한 권한솔은 섬세한 감수성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물론 권한솔도 12·15세 영하를 연기할 수 있지만 “나이대별로 다른 느낌이 나서 좋았다”고 짚었다.


“지금 <영하의 바람> 촬영을 하자고 했으면 못했을 것”이라며 “그때 어린 소녀의 감정이 안 나올 것 같다. 15세 때 영하가 아빠한테 울면서 미진이 보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빠 딸도 데려와도 된다고 할 때 눈물이 나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이 장면이 좋아서 연기해보고 싶었다.”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지만, 개봉관이 적어 아쉬움도 있을 터다.


권한솔은 “이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처음에는 떨려서 관람평을 안 봤는데,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성장하지 않는 성장 드라마’라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캐릭터마다 목적성을 두지 않았다. 꼭 영화 하나가 끝난다고 ‘캐릭터가 성장해야 할까?’ 싶었는데, 이런 점을 공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전한다.


권한솔은 영화 <1급기밀>(감독 홍기선, 2016) <군함도>(감독 류승완, 2017) <강철비>(감독 양우석, 2017)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올해 <악질경찰>(감독 이정범)과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에 연달아 출연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내년d[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촬영도 마친 상태다.


그녀는 롤모델로는 고현정(48)과 전여빈(30)을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영화를 보고 혼자 따라하곤 했다”며 “연기는 나에게 재미있는 놀이”라고 강조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촬영장에 가면 ‘그래, 이 맛에 연기를 하지!’라며 에너지를 얻는다고.


“충무로 기대주라고 불러주는데, 부끄러우면서 좋다. ‘예쁘다’는 칭찬보다 ‘연기 잘한다’를 얘기를 들을 때 더 행복하고, 내 미래가 궁금해진다. 쌍꺼풀 없는 내 눈을 좋아해서 성형을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시대를 잘 타고난 게 아닌가 싶더라. 동시에 유행은 돌고 돌아서 다시 화려한 외모의 배우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이제 미의 기준은 다양해졌으니까. 그래도 난 솔직한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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