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갈무리에 딱! 해넘이·해돋이 명소 2곳

마지막과 첫 번째 햇덩이 물음 “안녕들 하십니까?”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2/20 [11:17]

2019~2020 갈무리에 딱! 해넘이·해돋이 명소 2곳

마지막과 첫 번째 햇덩이 물음 “안녕들 하십니까?”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12/20 [11:17]

동해에서 떠오른 해가 하루를 쉼없이 달려서 서해로 진다. 지는 해는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하늘과 바다는 하루 해의 수고로움에 찬란한 빛으로 보답한다. 만물이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쉬어야 할 때 바다로 떨어지는 해는 아름답고 장엄하다. 바다 속까지 불이 붙는 듯해 어떤 조명도 그 자연의 빛을 따를 수 없다. 하루를 마감하는 해도 이럴진대 한 해의 달력을 접을 무렵 뜨고 지는 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만 가지 상념에 빠지게 만든다. 붉다 못해 핏빛으로 물든 채 저물어가거나 떠오르는 해는, 절망의 어둠을 뚫고 우리들에게 올 한 해 동안 “안녕들 했느냐?”고 소리 없이 외치는 듯하다. <주간현대> 독자들이 2019년 한 해를 소중하게 정리하라는 의미에서 연말·연초에 가볼 만한 해넘이·해돋이 명소들을 소개한다.

 


 

햇살은 삶의 무게에 지친 여행객의 어깨 위에 따스하게 내려앉고…
신비스런 마라도 해돋이 가슴에 담고…출렁거리며 뱃길 파도 타기

 

달마산 미황사 응진당 마당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광 “과연 일품”
한반도 끝 땅끝마을에서 바라보는 한 해의 마지막 해넘이는 특별

 

1. 마라도 해넘이·해돋이


제주 모슬포항에서 방어회와 갈치조림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뒤 오후 배를 타고 마라도로 들어간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서 새해 해돋이의 감동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드디어 도착한 마라도선착장에서 가파른 계단에 오르자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전신을 휘감는다.

 

▲ 마라도 일출.    


북위 33도 06′ 30″, 동경 126도 16′ 30″.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의 위치를 알려주는 숫자다. 이 작은 섬에서 하룻밤 묵고 해돋이를 감상하려니 단잠을 이루지 못한다. 태평양 건너 제주도로 불어대는 겨울바람 탓만은 아니다.


밤새 뒤척이다 이른 새벽 눈을 뜬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로 갈까, 아니면 마라도 등대공원으로 갈까. 기념비적인 해돋이를 감상하기 위한 장소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두 곳에서 모두 일출을 보기로 작심한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해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다.


숙소를 나서서 최남단비 방면으로 가는 동안 눈길은 줄곧 수평선으로 향한다. 구름층이 두텁지 않다. 이 계절에 천만다행이다. 마라도 주민들 말이 겨울철에는 일기가 불순해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데, 천운을 기대하며 최남단비로 가서 잠시 최남단 벤치에 앉아 해를 기다린다.


수평선 위에 걸쳐진 구름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 예감이 좋다. 이제나저제나 시간을 흘려보낸다. 고깃배 몇 척이 장군바위 앞바다에 물살 꼬리를 남긴 채 본섬으로 달려간다. 그 꼬리가 없어지기도 전에, 마침내 한 해를 따스하게 비쳐줄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햇살은 장군바위에도, 최남단비에도, 삶의 무게에 지친 여행객들의 어깨 위에도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여행객들은 마라도의 일출을 눈으로 담으며 새삼스럽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하루하루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잠시 후 등대공원으로 장소를 옮겨본다. 주요 해로에서 뱃길을 안전하게 밝혀주는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과 오대양 육대주를 조각한 지구 모형이 아침 해를 받아 잠에서 깨어난다.


최남단비 쪽에서 만나는 해돋이와 이곳에서 감상하는 해돋이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등대공원에서는 해양 대국으로 성장할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려본다. 생전 처음 만나보는 마라도 해돋이. 개개인의 국내 여행 기록에 그것은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체험이다.


이제 오후 배를 이용해서 마라도를 떠나기 전에 마라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일만 남았다. 마라도는 해안선의 길이가 4.2km,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3km, 면적이 0.3㎢(약 10만 평)에 불과하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항공모함을 닮은 듯하고, 맛있는 고구마도 닮았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는 11km 거리이며,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등대와 학교 등 마라도에서는 풀 한 포기,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 장군바위와 일출.    


대한민국 최남단비는 마라도의 상징물 1호다. 내륙의 기념비들이 밝은 화강암으로 제작된 것과 달리, 최남단비는 검은 제주도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해안가에 장군바위가 솟았고, 뒤로는 여행객을 위해 벤치가 여러 개 놓였다. 여행객들은 최남단비나 한라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1915년 무인 등대로 불을 밝히기 시작한 마라도 등대는 1955년 유인 등대로 거듭났고, 1987년 새로이 지어졌다. 등대 발치에는 세계 유수의 등대 모형이 설치되었다. 등대마다 자신들의 역사를 소곤소곤 들려주어 등대공원 산책은 마라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라도 등대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확 트인 바다는 물론 바다 너머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 등대공원에서 본 일출.    


마라도 등대에서 자리덕선착장을 향해 걷다 보면 애기업개당이라고도 불리는 할망당이 나온다. 아득히 먼 옛날 모슬포에 살던 이씨 부인이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가니, 부모에게 버림받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부인은 그 아이를 수양딸로 삼았다.


세월이 흘러 부인에게서 아기가 태어났고, 그녀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애기업개가 되었다. 어느 해 봄, 그녀는 씨뿌리기 하려고 마라도에 들렀다가 거친 파도를 다스리는 제물이 되고 만다. 그 후로 마라도를 찾은 어부들은 그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이 할망당에서 극진히 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라도에는 전설이 하나 더 있다. 마라도에 나무 그늘이 없어진 사연이다. 옛날 이 섬에 살던 사람이 달밤에 퉁소를 부는데 어디선가 뱀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사람은 뱀이 두려워 불을 질렀다. 이렇게 불탄 마라도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그늘도 사라졌으며, 그 탓에 물도 부족해졌다고 한다. 마라도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용수로 사용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 모슬포항.    


마라도의 신비스러운 해돋이를 가슴에 담고 모슬포항으로 뱃길, 여객선이 출렁거리며 파도 타기를 시작한다.
이곳은 해저 200미터 이상인 심해라서 요동이 심하다.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의 절경이 조금씩 멀어지자 서서히 뱃멀미가 난다. 그때 선원이 한 마디 위로를 던진다.


“마라도에 들어올 때면 몰라도 나갈 때는 절대 멀미를 안 합니다. 마라도 애기업개할망이 보살펴주니까요.”

 

<글·사진/유연태(여행작가>

 

2. 땅끝마을 해돋이·해넘이


언제쯤이면 사는 것에 익숙해질까. 얼마만큼 더 살아야 여기저기서 훅훅 치고 들어오는 다양한 문제에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나이가 많아질수록 문제와 고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왜일까. 누가 나이 서른을 인생의 기초를 세우는 이립(而立)이라 했던가. 또 누가 마흔을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라 했던가. 점점 더 분명해지는 건 '잘 모르겠다'뿐인 것을.


그래도 모두들 더 좋아지리란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무엇보다 깔끔한 끝이 필요한 법이다. 새해가 소중한 이유다. 1년 365일, 매일 해는 뜨고 지고 하지만 다행히도 매년 똑같은 날짜의 새로운 날들이 태어난다.


덕분에 사람들은 한 해의 말일이 되면 해넘이를 하며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의 첫해를 맞이하며 새 희망을 꿈꾼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원효대사의 깨달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일까. 그때보다 세상살이 각박해졌기 때문일까. 끝과 시작을 찾아 먼 길을 떠나려다 보니 사족이 길어졌다. 지난해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해의 새 마음을 정하기 위해 해남 땅끝으로 향했다.

 

▲ 대죽리에서 바라본 일몰.    


전남 해남 땅끝마을. 정식 지명은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다. 갈수리(渴水里)라는 이름이 물이 귀한 바닷가에 좋지 않다고 갈두리로 바뀌었다. 이름 그대로 한반도 뭍의 최남단에 자리한다. 서울에서 천리를 달려야 닿는 먼 길이다. 덕분에 물에 안긴 섬보다도 더 섬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생김새만 보자면 다른 바닷가마을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땅의 끝’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특히 한 해의 끝자락과 새해의 시작이 닿는 이맘때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지난해보다 더 나은 새해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그만큼 더 많다는 뜻이리라. 땅의 끝, 그곳에 가면 지난 일을 완전 리셋(reset)하고 깨끗한 도화지 위에 새해의 새날들을 그려갈 수 있을까.


기대감에 걸맞게 땅끝으로 가는 길은 길고 또 길고 멀고 또 멀다. 남도에서 가장 남쪽으로 툭 튀어나온 해남에서도 최남단에 자리했으니 당연한 이유다. 해남IC에서 빠져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땅끝으로 향하는 길 먼저 닿는 미황사부터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489미터)을 병풍 삼아 자리한 미황사는 보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난다. 어디 앞모습만 고울까. 대웅전(보물 947호) 지척의 응진당(보물 1183호) 마당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광도 일품이다. 매월당 김시습은 이곳을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했다. 지금도 해남의 일몰 포인트로 꼽힌다.

 

▲ 주광낙조.    


드디어 땅끝, 해넘이 해맞이는 어디서? 땅끝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관광안내소에서 안내책자를 챙기자! 땅끝마을 전체 지도가 있어 동선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관광안내소는 보길·노화도행 배가 오고가는 선착장 부근, 땅끝마을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음식점과 숙박업소, 편의점 등이 모여 있고 광주와 목포 등을 잇는 고속버스가 이곳에서 들고 난다.


땅끝전망대와 땅끝탑부터 둘러보자. 여기에 완도 방면으로 자리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과 사구미 해변, 해남읍 가는 길에 닿는 송호 해변과 송호리 오토캠핑리조트도 더하면 알찬 여행이 된다. 땅끝마을을 돌아보려면 선착장 부근 주차장이나 모노레일 사무소 옆에 주차하는 편이 낫다. 땅끝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모노레일 사무소 옆으로 해안 산책로가 펼쳐진다. 땅끝전망대와 땅끝탑은 물론 송호리 오토캠핑리조트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땅끝의 진짜 땅끝, 땅끝탑으로 이어진 길은 남녀노소 모두 무리없이 걸을 수 있다. 보너스로 기가 막힌 다도해 풍광이 따라 붙는다. 넉넉하게 20분이면 닿는다. 이에 비해 땅끝전망대로 향한 길은 약간 가파른 편이다. 갈림길마다 땅끝전망대·오토캠핑장 등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땅끝탑을 마주한 채 바다로 스며드는 태양은 땅끝을 찾은 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해넘이를 선사한다. 땅끝탑이 일몰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땅끝탑에서 송호리 오토캠핑리조트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일출 포인트로 꼽히는 선착장의 맴섬을 마주하고 산책로 초입이 있다. 선착장~모노레일 사무소~땅끝전망대~땅끝탑~송호리 오토캠핑리조트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땅끝전망대(입장료 1000원)에 오르면 푸른 남해바다가 펼쳐진다. 땅끝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전망대 안내판에 있는 흑일도며 백일도 등 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능하면 땅끝탑에서의 일몰은 챙겨보자. 한반도 끝에서 바라보는 한 해의 마지막 해넘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선착장 앞의 맴섬은 일출 포인트로 유명하다.    

 

새해의 첫 번째 해 감상은 선착장 옆의 맴섬에서 하면 어떨까. 한 쌍의 매미를 닮았다고 이름 붙은 맴섬은 땅끝의 유명한 일출 포인트. 선착장 바로 앞 바다에 있는 평범한 자태에 조금 실망할 수도. 그동안 보아온 땅끝 일출사진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맴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건 2월(13~18일)과 10월(23일~28일), 1년에 약 10여일 뿐. 아쉽지만 양력 새해의 첫 해는 맴섬 사이에서 보기 어렵다.


지는 해에 좋지 않던 것은 모두 보내고 새해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 일으켜보자. 이곳은 서울에서 천 리나 떨어진 가장 먼 육지, 하지만 분명 서울까지 이어지는 길의 끝이자 시작점 아닌가.

 

<글·사진/이소원(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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