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보다 情' 북한 영화 트렌드 달라진 이유

2010년 이후 사회주의 제도 핵심으로 '정'을 전면으로 내세워 눈길

박연파 기자 | 기사입력 2019/12/20 [16:54]

'희생보다 情' 북한 영화 트렌드 달라진 이유

2010년 이후 사회주의 제도 핵심으로 '정'을 전면으로 내세워 눈길

박연파 기자 | 입력 : 2019/12/20 [16:54]

 

북한 영화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 따르면 선군실리를 강조하며 희생을 그리는 주제 일색이던 북한 영화가 몇 년 전부터 정()을 주제로 다루는 등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후 북한 영화는 두 가지 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루었다. 하나는 정치에서의 선군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에서의 실리였다. 제대군인들이 군대에서 배운 정신으로 먹거리 문제를 비롯하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설정과 경제에서 실리를 살리는 방법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정치에서 선군은 정치적 영역을 넘어 일상의 가치였다. 선군시대에 맞게 영화의 주인공 대부분은 제대군인이었다. 제대군인을 주인공으로 선군시대 군인정신으로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스토리였다. 한결같이 강조했던 것은 희생이었다. 희생 없는 혁명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경제에서의 핵심은 실리였다. 양적인 성과에 매달리던 이전과 달리 실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영화는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실질적인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과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생산에서 실적보다는 실리를 살릴 것을 강조한 영화가 2000년대 초중반을 주름잡았다.

 

영화 <부부지배인>(조선예술영화촬영소, 2001), <새령마루에로>(조선예술영화촬영소, 2005), <조국땅 한 끝에서>(2003), <봄향기>(조선예술영화촬영소, 2005), <그들은 제대병사였다>(조선예술영화촬영소, 2002), <내고향 바다>(평양연극영화대학, 2005) 등이 실리와 경제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었다. 공장 현장에서 실리를 살리는 방법, 첨단 과학기술로 품질을 높이는 방법,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었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 따르면 이렇듯 선군과 실리를 중심으로 하던 북한 영화가 김정일 사망 직전인 2010년을 즈음하여 달라지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사회주의 제도였다. 사회주의 제도의 핵심으로 ()’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당과 인민의 관계,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정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인민이 너를 아는가>는 정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주제로 다뤘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명천시로 새로 온 인민위원장은 과거 원산경제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현재 명천시 편의봉사관리소 지배인으로 일하는 선화를 상업부장으로 추천한다. 그러나 평소 선화는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함철봉이 운영하는 신발수리점을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쇄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수매상점을 공사하는 등 종업원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해타산적인 면을 보여 종업원과 주민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못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민위원장은 선화의 지배인직을 박탈하고 신발수리공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선화가 맡았던 지배인 자리에는 인민을 위해 묵묵히 이용원 봉사를 하는 함철봉의 부인 윤금을 배치한다. 선화는 신발수리공으로 일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 하며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으로 인민에게 봉사하는 동료들을 보며 점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신도 최선을 다해 신발수리공으로서 일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선화는 ‘인민의 사랑받는 참된 봉사자’라는 기사로 도신문에 나오고 고향인 성원군의 부위원장으로 발령이 난다. 선화는 신발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부모 없는 아이 성남에게 양부모를 자청하고 성남과 함께 고향으로 간다. 

 

이 영화는 인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허선화를 인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한 일꾼으로 키워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민이 너를 아는가>에서는 거듭 강조하는 주제는 정이다. ‘정으로 나가면 사회주로 나가는 것이고, 돈으로 나가면 자본주의로 나가는 것이라며, 돈이 아니라 정으로 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2014년 제작된 예술영화 <함께 탑시다>는 새치기를 하려다 실패하자 양보를 얻으려고 남의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는 꼼수를 쓴 사내가 결국은 벌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철이' '숙희' 등 정겨운 이름이다. 

 

문호는 출근길에 새치기를 하려다 실패한다. 이후 어린아이를 데리고 타면 사람들이 양보 해 주는 것을 보고 모르는 아이(철이)를 데리고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가 출발하자 엄마와 같이 버스에 타지 않은 철이는 울기 시작한다. 문호는 한 아주머니에게 철이를 달래라며 얘기하는데 아주머니는 철이는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철이 엄마 숙희는 철이가 낯선 사람에게 납치된 걸로 생각하고 철이를 찾으러 간다. 문호는 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 주려 버스를 탔던 정류장으로 되돌아간다. 문호는 버스정류장 앞에서 단물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철이의 엄마가 버스를 타고 갔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철이와 버스를 타고 떠난다.

 

철이는 안전원과 함께 버스를 따라오는 엄마를 발견하고 문호는 철이를 혼자 엄마한테 보내고, 몰래 도망치려고 하다 달려오는 차에 치이고 만다. 결국 문호는 안전원에게 잡혀 벌을 받으러 간다.  

 

▲ 벼꽃과도 같은 열성 작업반장 정임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 '벼꽃' 한 장면.     © 사진출처=통일부 북한자료센터

 

또한 2015년에 제작된 영화 <벼꽃>에는 열성파 작업반장 정임이 실적이 가장 나쁜 작업반에 자원해서 들어가 표창장을 받는 작업반으로 변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임은 전국분조평가에서 제1작업반을 우수분조로 이끈 선동원이었다. 그러나 제일 뒤떨어지는 제3작업반의 선동원으로 자원한다. 제3작업반에는 농장일보다 개인의 실리가 우선인 선화, 장기간의 식물성 농약개발연구에도 별 성과가 없어 엉터리박사라 무시당하는 광민, 축구에 푹 빠져 작업반 꼴찌를 하는 동팔이 속해 있다. 정임은 이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옥이의 군입대 날, 정임은 선화의 다친 아들에게 급히 수혈을 해주느라 옥이를 마중 나가지 못하고 선화는 그런 정임의 모습에 감동한다. 동팔에게는 축구와 관련한 책을 구해주고 그의 뛰어난 축구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마련하여 미경과의 연인관계를 인정받도록 미경의 아버지 작업반장을 설득한다. 광민에게는 연구에 적합한 실험환경을 마련해주어 농약발명을 성공시킨다. 정임은 그 소식을 별거 중이던 광민의 아내에게 전하고 아내는 딸과 함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러한 정임의 헌신으로 분조원들이 하나되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제3작업반은 우수분조로 표창장을 받게 된다. 작업반장은 정임이 벼꽃과 같은 사람이라며 칭찬하고 모든 사람들의 축복과 함께 동팔과 미경이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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