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 히어로 이병헌

“연기 기계라고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의문!”

남정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19/12/27 [11:59]

영화 ‘백두산’ 히어로 이병헌

“연기 기계라고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의문!”

남정현(뉴시스 기자) | 입력 : 2019/12/27 [11:59]

“시나리오 너무 잘 빠져 처음엔 고심…하정우 적극 권유로 출연 결심”
“이번 작품 CG 할리우드급 스케일…한국에서 이런 영화 나오다니…”

 

▲ 영화 ‘백두산’ 히어로 이병헌은 처음에 ‘너무 잘 빠진 시나리오’라 영화 출연을 고심했다고. 하지만 출연을 권하는 하정우의 적극적인 태도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한국계 미국인 ‘유진 초이’ 역으로 열연을 펼쳐 큰 사랑을 받은 이병헌. 이번에는 러시아어는 물론 중국어, 전라도 사투리까지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북한의 이중 스파이 리준평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그것만이 내 세상> 이후 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고른 작품은 영화 <백두산>이다.


2019년 12월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반도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을 비롯해 하정우·마동석·전혜진·배수지 등이 출연했다. 이해준·김병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병헌은 처음에 ‘너무 잘 빠진 시나리오’라 영화 출연을 고심했다고. 하지만 출연을 권하는 하정우의 적극적인 태도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너무 잘 빠진 시나리오다 보니 왠지 매력이 덜 느껴졌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지는 게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크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전개들이 매끄러웠다. 정우한테 ‘형이 잘 읽어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 그러고 나서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병헌은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 역을 맡았다. 리준평은 베이징 주재 북한 서기관으로 위장 활동을 할 남측의 이중 첩자임이 발각돼 수감돼 있던 중 인창이 이끄는 비밀작전에 합류하게 된다.


이병헌은 “리준평이 되게 능청스러운데, 능청스러움이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러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냉철한 인물로 바뀐다.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극 중 이병헌의 아내 역에는 전도연이 깜짝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전도연의 존재감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영화를 풍요롭게 하는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토리보다 더 세게 그 장면에서 놀라면 과연 감정 몰입에 도움이 될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이었다. “그 장면을 통해 리준평 가족사의 밑바탕을 만드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극 중 스스로 머리를 자르는 장면을 위해 자신의 헤어디자이너에게 직접 기술을 배웠다.


“전문적인 손길로 해보려고 머리 깎아주는 친구한테 가위질을 배웠다. 그런데 일반 큰 가위로 하려니 되게 위험하더라. 아무렇지 않게 깎는 연기를 했지만 사실 약간 겁이 났다.”


이번 작품은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인한 지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대규모 스케일과 화려한 CG(컴퓨터에 의한 영상처리)를 자랑한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백두산>은 할리우드급 스케일이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라는 말이 굳이 안 나오는 계기가 될 영화”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아이.조> 시리즈, <레드2> 등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한국의 CG 기술이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를 찍기 몇 달 전에 3D 그래픽으로 장면을 다 만들어 둔다. 그래서 굳이 대본을 안 읽어도 그 신을 보면 어떻게 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배우들, 스턴트맨, 카메라 등 모든 스태프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끔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그런 게 있더라. (이번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어떤 신에 대해 이게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보여주면, 그 상황에서 놀라는 리액션의 강도를 상상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심지어 외국 영화도 우리나라 회사에서 (CG 제작을) 의뢰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한국의 CG 기술 또한 미국과 거의 같다.”


그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쳐 눈길을 끌기도.


“(수상 가능성을) 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홍보를 하려고 미국에 계실 때 나도 미국에 있었다. 거기서는 <기생충>에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외국 업계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인 이병헌은 “아카데미상 투표 권한이 있지만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 “다른 후보작들은 아직 못 봤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백두산> 촬영 당시 ‘먹방’에 빠져 있었다는 고백도 했다.


“<백두산> 촬영을 할 때 기다리는 시간에 먹방을 몇 번 봤다. 우연히 먹방을 보게 됐는데 자꾸만 보게 되더라. 처음에는 ‘먹방’ 보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보다 보니) 빨리 먹고 많이 먹는 게 신기하더라. 그래서 계속 봤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그 방송을 보면서도 내가 왜 보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자신이 알랭 들롱을 닮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농담이었다. 너무 난데없지 않나. 그냥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농담 삼아 ‘알랭 들롱같다’고 한마디 했던 것 같다. 하정우가 재밌게 얘기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별명은 사람을 규정짓는 거라 좋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정우는 <백두산> 시사회에서 이병헌의 별명을 붙여달라는 요청에 “막연하게 이미지를 떠올리면 <토이 스토리> 우주 용사를 담기도 했다. 살 빠진 버즈를 닮았다”며 “제작보고회가 끝나고 별명에 대해 한참 얘기를 했는데, 병헌이 형이 강하게 미는 건 알랭 들롱이다. 병헌이 형이 알랭 들롱 젊었을 때와 본인이 닮지 않았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알랭 들롱은 프랑스의 배우이자 가수, 영화감독, 영화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유명하며, 미남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 ‘연기 기계’로까지 불릴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이병헌은 “여전히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병헌은 차기작으로는 영화 <비상선언>과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그만큼 앞으로 2년 동안은 할리우드 작품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할리우드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렵다. 정말 너무 힘들다. 거기서는 내가 여러 주인공 중 한 명이거나 조연으로 캐스팅하려는 상황인데, ‘당신이 우리한테 맞춰야지’라는 식일 수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아쉽게 빗나가는 경우들이 있다.”


하정우가 ‘연기기계’로까지 부를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지만 이병헌은 “여전히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가 무엇인지) 정말로 잘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늘 의문을 갖고 연기한다.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계속 하면서 (연기)하고 있다. 계속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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