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맥주 ‘테라’ 덕분에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7.9%나 치솟은 하이트맥주가 비수기인 4분기에도 호조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21일 새로 출시된 ‘테라’는 연일 대한민국 맥주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테라’는 출시 101일 만에 1억 병을 판매한 후 두 달도 되지 않는 59일 만에 1억 병이 더 팔려나가 판매속도가 약 2배나 빨라지는 등 대한민국 주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라’는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의 ‘카스’에 9년간이나 밀리자 고심 끝에 새로 내놓은 반격의 카드다. 그런데 이 카드가 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지난 9개월간 ‘테라’는 3억3000만 병이나 팔렸다. ‘테라’ 덕분에 하이트진로의 매출과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테라의 성공 요인은 과연 무엇인가?
출시한 101일 만에 1억 병→160일 만에 2억204만 병 판매 신기록 행진
일본 맥주 불매 수혜로 3분기 순이익 258억1900만…전년 대비 173.74%↑
효자 ‘테라 열풍’ 힘입어 하이트진로 주식의 시가총액 2조 원 고지 넘기도
하이트진로 2020년 맥주시장 점유율 40%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 잇따라
▲ 하이트진로의 신상 맥주 ‘테라’ 제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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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주 1위, 맥주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9년 만에 맞수 오비맥주에 설욕을 했다. 맥주시장에서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에 9년간이나 밀리다가 고심 끝에 새로 내놓은 반격의 카드 ‘테라’의 흥행에 힘입어 맥주 시장을 제대로 흔들며 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3월21일 출시된 ‘테라’는 올해 2분기만 해도 국내 소매점 매출이 349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866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하이트진로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91억6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18년 3분기 대비 5.08% 증가한 5290억7000만 원, 순이익은 2018년 대비 173.74% 치솟은 258억1900만 원을 기록했다. ‘테라’를 필두로 한 맥주 부문이 잘나가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테라는 맥주 성수기인 2019년 7~8월에 300만 상자 이상 판매해 총 2억 병이 넘게 팔렸다. 출시된 지 160일 만인 8월27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은 667만 상자, 2억204만 병이 판매됐다. 이는 초당 14.6병이 판매된 꼴로 출시 101일 만에 1억 병이 판매된 뒤 59일 만에 추가로 1억 병이 판매되는 등 판매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테라’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하이트진로의 맥주공장 가동률도 상승했다. 강원공장과 전주공장의 2019년 3분기 가동률은 각각 68.9%와 45.7%로 1분기 42.3%와 26.1% 대비 크게 상승했다.
월 기준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출시 6개월 만에 두 자릿수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기존 주력 제품인 ‘하이트’의 잠식 효과도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합산 기준은 2019년 8월부터 한 자릿수 후반대의 성장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그 덕분에 주가도 훨훨 날았다. 하이트진로 주식의 시가총액은 2019년 10월31일 3년 6개월 만에 2조 원을 돌파했다.
이날 14시 59분 하이트진로 주가는 2만8550원을 돌파했다. 총 주식 7013만3611주를 상장한 하이트진로 주식의 시가총액이 2조23원을 달성해 2조 원 고지를 넘어선 것.
하이트진로의 시가총액이 마지막으로 2조 원을 기록한 것은 종가 기준으로 2만8600원을 기록한 2016년 4월26일로 3년 6개월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의 시가총액이 2조 원을 탈환하며 상승세를 이어간 이유로 ‘신상 맥주’ 테라와 소주 신제품 진로의 인기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여세에 힘입어 비수기인 4분기에도 ‘테라’와 하이트진로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단시간인 160일 만에 2억 병 판매를 돌파한 이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고 연말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이후 불매운동으로 일본 맥주는 철퇴를 맞았지만 한국 주당들은 ‘아사히보다 테라’였다. 그 수혜를 입어 ‘테라’는 2분기와 3분기에 날개 돋힌 듯 팔렸다.
테라의 진격은 주류시장의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여의도·홍대·광화문 등에서 경쟁 술회사의 제품들을 밀어내고 55~74%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주요 상권(여의도·강남·홍대) 설문조사 결과 테라와 카스 판매 비율은 60 대 40으로 나타났다. 주류시장에서 강남·여의도 상권이 전국 점유율을 선행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3~4년 내 점유율 1위 제품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2019년 9월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서울 주요 상권(강남·여의도·홍대) 맥주·소주 점유율 설문조사 결과 맥주 점유율의 경우 테라 61%, 카스 39%로 나타났다. 지역별 테라 점유율은 강남 55%, 여의도 74%, 홍대 55%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테라’가 이처럼 인기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테라는 기획단계부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금과 다른 제품이되 메인 시장인 라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걸 수 있는 제품’으로 기획됐다. 콘셉트 측면에서 자연주의, 친환경, 청정 등의 시대상을 반영했고, ‘청정 라거’ 콘셉트에 맞게 맥아에서부터 패키지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꾼 전략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콘셉트에 맞는 청정 원료를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의 맥아 원산지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전 세계 공기 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 그중에서도 청정 니역으로 유명한 보리 재배 지역을 찾아냈고, 성분 분석·주질 테스트 등을 통해 AGT 지역의 맥아 100%를 사용하고 리얼탄산 기법을 적용하는 등 원료와 공법을 확 바꾸어 ‘테라’를 완성했다.
그러나 품질만 좋다고 상품이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과 영업이 뒷받침해줘야 상승세를 탈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라거 특유의 청량감과 깔끔한 맛을 극대화한 ‘테라’만의 체별화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십 번의 주질 개발과 2200여 명의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테라’는 역대 맥주 신제품 중 가장 높은 구매 의향을 기록했다.
패키지는 청정라거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린’을 브랜드 컬러로 결정했고 국내 맥주시장에서는 드물게 녹색 병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트라이앵글을 형상화하고 브랜드 네임만 심플하게 강조한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 라벨 디자인에 활용했다.
2019년 4월 선보인 신규 포스터와 TV 광고에도 ‘테라’만의 제품력을 잘 담아냈다. 광고모델로는 반듯한 이미지의 배우 공유를 내세워 ‘공유도 마시는 신상 맥주’라는 콘셉트로 어필했다.
▲ 2019년 4월 선보인 신규 포스터와 TV 광고는 ‘테라’만의 제품력을 잘 담아냈다. 광고모델로는 반듯한 이미지의 배우 공유를 내세워 ‘공유도 마시는 신상 맥주’라는 콘셉트로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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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하반기 맥주시장 공략을 이어가기 위해 2019년 10월21일 ‘테라’의 새로운 광고도 공개했고 배우 공유가 함께한 광고를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방영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맛이 청정라거다! 청정라거-테라' 슬로건 아래 계절감과 다양한 영상미를 더한 시리즈 광고를 제작, 마시는 순간 느껴지는 청정맥아 100%와 리얼탄산 100%가 선사하는 압도적 청량감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광고는 청정한 보리밭과 보리 회오리를 통해 계절감과 테라의 특장점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도심의 빌딩 숲, 모델 공유가 테라를 마시는 순간 광활하고 청정한 보리밭으로 이동하고, 동시에 보리밭에는 춤을 추듯 거대한 회오리가 일면서 그대로 청정라거-테라 토네이도 병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특히 보리밭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화면의 상하가 전환되는 업사이드다운(Upside down) 기법을 적용해 드라마틱한 영상미를 완성하고 20대 이상의 강풍기와 헬리콥터를 활용해 광활한 보리밭이 춤을 추는 듯, 거대한 회오리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2019년 3월 테라 출시 행사에서 “하이트·필라이트 등이 했던 것처럼 테라도 게임의 룰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기대한다”며 “95년 된 대한민국 주류 대표기업으로서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 직원들은 ‘신상 맥주’ 출시 이후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큼 테라에 온 힘을 쏟았다. 매주 목요일 팀별로 배정된 서울 각 지역으로 나가 시음 행사 등 거리 홍보 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일반 직원들이 서울 주요 상권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영업직원들을 핵심 상권에 집중시켜 영업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업력을 집중하고 무엇보다도 음식점, 주점 등에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영업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2월23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테라의 매출액은 810억 원으로 예상된다는 것. 2분기 369억 원, 3분기 721억 원에 이어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상승하며 맥주시장의 통상적인 계절성을 뛰어넘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서울·수도권 핵심 상권 음식점·주점을 장악한 효과가 하이트진로의 폭발적인 맥주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 박은정 애널리스트도 “테라는 맥주 비수기인데도 전 분기와 유사한 판매량(월평균 200만 상자)이 유지되고 있다”며 “핵심 상권에서 점유율이 현재 50% 이상을 넘어선 상황으로 내년에는 타 지역 확장 효과로 맥주 매출 성장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이트진로의 2020년 맥주시장 점유율은 ‘테라’의 성공에 따라 40%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맥주공장 가동률도 55~6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맥주 부문은 7년 만에 흑자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