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1월의 여행지

“우주선 타고 구석기시대로 시간여행 떠나보자”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10 [11:27]

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1월의 여행지

“우주선 타고 구석기시대로 시간여행 떠나보자”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1/10 [11:27]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공간이다.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이 특별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찾아드는 것은, 유물이 뿜어내는 시간의 향기에 이끌렸기 때문이리라. 시간은 자신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시기마다 독특한 옷을 입었는데,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그 옷은 장식장으로 향한다. 그래서 그 옷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면, 박물관을 찾아 시간이 남긴 옷을 하나씩 꺼내보며 지난 시기를 추억한다. 박물관은 이렇게 시간의 향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에, 그 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만났던 박물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쏟아낸다. 그야말로 박물관이 이뤄낸 ‘한국판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곡선사박물관장이자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배기동 교수의 말이다.

 

박물관에 평생을 바친 그는 “우리나라 곳곳에 보석 같은 박물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한탄하면서 “박물관들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재는 물론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빼어난 문화재까지 모두 품고 있다”고 귀띔한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박물관이 있는 여행지를 추천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세계 구석기시대 지도를 바꾼 경기도 연천군에 자리잡은 전곡선사박물관과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풀밭 사이로 반짝이는 은빛 건축물, 선사시대 불시착 우주선인 듯
인류의 진화 과정 보여주는 정교한 모형들 행진하듯 늘어서 ‘이채’

 

관람객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19세기 독일약국 재현한 특별전시실
흰 가운 입고 ‘사랑의 묘약’ 만들던 아이들 진짜 약사가 된 양 진지

 

1. 전곡선사박물관


추운 겨울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이불 밖은 위험해!”라며 움츠러든다. 따뜻한 집도, 롱 패딩도 없던 선사시대 사람들은 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 손을 잡고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유적(사적 268호)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으로 향한다.


전곡리 유적은 1978년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이는 전기 구석기 시대 문화를 주먹도끼 문화권과 찍개 문화권으로 분류하던 종전 세계 고고학계의 학설을 뒤엎은 사건이었다. 동북아시아 최초로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며 아시아 지역의 인류 진화가 뒤처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연천 전곡리 유적 입구.    


전곡리 유적과 전곡선사박물관은 구석기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다. 유적 관람은 유료, 박물관은 무료이며 두 곳은 입구가 다르지만 유적 후문을 통해 연결된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유적까지 함께 돌아보지만, 겨울에는 실내 박물관이 유혹적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길따란 곡선형 건물은 국제설계 공모를 거쳐 프랑스 건축 팀이 설계했다. 외형은 원시 생명체인 아메바와 미래 지향적인 우주선 모양이고, 스테인리스 판을 덮은 외벽은 뱀 비늘을 모티프 삼아 빛을 받으면 반짝거린다.

 

▲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인 전곡선사박물관.    


건물 규모가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조금 떨어져서 보려고 산책로에 들어선다. 마른 억새와 풀이 무성한 야외는 선사 시대 분위기다. 매머드나 구석기인 조형물이 분위기를 더한다. 풀밭 사이로 반짝이는 은빛 건축물이 선사 시대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 마침 옆으로 ‘원시인 루시 현대인을 만나다’라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현대에 사는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선사시대에 도착한 상상을 해본다.

 

▲ ‘원시인 루시 현대인을 만나다’ 조형물과 전곡선사박물관이 어우러진 풍경.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된 박물관 내부는 전시 특성에 맞게 동굴처럼 설계했다. 입구가 지하 1층이다. 야외에서 입구로 이어져, 표시가 없으면 지하 1층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지하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3D영상실이 있고, 상설전시실과 고고학체험실(인터스코프) 등 주요 관람 시설, 카페테리아, 뮤지엄 숍은 대부분 1층에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당일은 휴관한다.


고고학, 선사시대, 주먹도끼처럼 먼 옛날 이야기에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


박물관은 이런 부모의 우려를 아는 듯, 여러 가지 재미난 장치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가 ‘전곡 구석기 나라 여권’이다. 여권을 발급하면(유료) 아이들이 좀 더 재미나게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여권은 뮤지엄 숍에서 판매한다. 여권을 사면 제일 먼저 여권용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구석기인으로 변신한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RFID 칩이 내장된 카드를 받으면 구석기 시간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중앙의 메인 전시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정교한 모형이 행진하듯 늘어섰다. 초기 인류 화석 중 하나인 사헬란트로푸스차덴시스(별칭 투마이)부터 학창 시절에 달달 외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등이다. 세계적인 복원 예술가 엘리자베스 데인스의 손을 거친 전시물은 머리카락 한 올, 주름 하나까지 섬세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하다.


“옛날에는 사람이 진짜 저렇게 생겼다고요?” 아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저 시대에 살았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모양이다. 여권과 카드를 들고 체험 코너로 향한다. 시대별로 설치된 터치스크린에 RFID 카드를 대면 미리 찍어둔 본인의 사진과 고생대 인류가 합성된 사진이 나온다. ‘너무 이상하게 생겼다’는 충격도 잠시. 투마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으로 변한 자신을 보며 즐거워한다. 다양한 사진 꾸미기 기능까지 있어 그야말로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가이드 투어, 전곡리 유적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3D 영상 등이 알찬 관람을 도와준다. 제한 시간 내에 박물관에서 미스터리 상자의 비밀번호를 추론하는 성인 대상 프로그램(유료)도 인기다.


인터스코프는 종전의 체험시설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박물관에 우주선 테마를 결합해 공간을 꾸미고, 고인류 VR존과 아이스맨 외찌 체험존 등 체험형 전시물을 배치했다. 극심한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한 인류가 수천 년 뒤 자연 복원된 지구를 탐사하는 상상 속 이야기를 담아 흥미롭다.


전곡선사박물관과 가까운 한탄강 관광지는 야영장, 캐러밴, 산책로, 한탄강어린이교통랜드, 물놀이장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췄다. 풍광 좋은 한탄강을 끼고 자리해 운치 있는 휴식을 선사한다.


임진물새롬랜드는 하수종말처리장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캠핑장과 산책로, 놀이 시설 등을 조성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꾸며 재미를 더한다.


경기도 연천에는 고구려의 흔적이 많다. 연천 당포성(사적 468호)은 절벽을 이용한 평지성이다. 호로고루, 은대리성과 함께 연천 지역 고구려 3대 성으로 꼽힌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대지가 삼각형이고 성의 양쪽은 절벽이라, 평지와 연결되는 동쪽 성벽만 높게 축조했다. 지형을 활용한 고구려의 축성법을 살펴볼 수 있다.

 

▲ 연천 당포성은 절벽을 이용한 평지성이다.    


연천 숭의전지(사적 223호)는 조선 시대에 고려조 네 왕(태조·현종·문종·원종)과 충신 16인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숭의전이 있던 자리다. 태조 이성계가 1397년 전각을 세우고, 고려 태조의 위패를 모신 게 숭의전의 시초다. 한국전쟁 때 전각이 모두 소실돼 1970~1980년대에 재건했다.

 

<글·사진/김수진(여행작가)>

 

2. 한독의약박물관


‘옛날 사람들은 병을 어떻게 치료했을까? 1920년대 치른 약제사 시험에서 수석 합격해 처음으로 합격증을 받은 인물은 누구일까? 서양에서는 사람에게 동물 피를 수혈한 때가 있었다는데 왜 그랬을까? 우리 선조들은 소화가 안 될 때 어떻게 했을까?’


동서양 의약 관련 유물을 관람하고 소화제를 만들어 보며 이런 궁금증을 풀고 지식도 넓히는 흥미로운 박물관이 있다. 충북 음성 한독음성공장에 자리한 한독의약박물관이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연령대별 맞춤 프로그램이 충실해 가족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 충북 음성 한독음성공장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 전경.    


한독의약박물관은 국내 최초 전문 박물관이자 기업 박물관으로, 1964년 개관해 2015년에 새로 단장했다. 1~2층에 의약 관련 보물 6점을 포함해 전 세계 의약 유물 2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층 한국전시실부터 시작해 1층 국제전시실과 한독역사실, 생명갤러리, 제석홀 순으로 관람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돌아보면 된다.


한국전시실은 우리나라 의약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상의학을 창안한 이제마와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초상화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약연, 약탕기, 약주전자, 약상자 등 약을 빻고 달이고 담거나 따르고 보관할 때 사용한 한·의약기도 전시한다. 고려 왕실에서 약상자로 쓴 청자상감 ‘상약국’ 명음각운룡문합(보물 646호),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놋쇠 약연, <동의보감> 목판과 초간본 등 귀한 유물을 만나는 재미가 각별하다. 조선 시대 한약방 모습도 재현했다.


한국전시실 중앙 나선형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면 국제전시실이다.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동서양의 방대한 유물로 구성했다. 해부학의 아버지 베살리우스가 시신을 해부하는 그림, 외과 수술용 도구, 수혈기, 안구를 잃은 사람을 위해 고안한 의안 등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19세기 독일 약국을 재현한 특별전시실과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한 플레밍 박사의 연구실이다. 독일 약국의 약장과 약병은 모두 진품으로, 실제 독일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독에서 나온 시대별 주요 의약품과 TV 광고를 볼 수 있는 한독역사실, 2020년 2월23일까지 특별전 ‘우리 몸의 소화 이야기’가 열리는 생명갤러리, 한독 창업자의 기증 유물로 꾸민 제석홀도 1층에 있다.


1960년대에 소화제 ‘훼스탈’을 만들던 당의기가 눈에 띈다. 알약에 설탕 용액을 코팅할 때 쓰던 장비로, 스마트폰에 증강 현실 앱을 설치하면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독의약박물관은 이처럼 IT 시스템을 활용한 유물 감상이 특징이다. NFC(근거리 무선통신)와 QR 코드로 큐레이터가 없어도 전시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스탬프 존이나 포토 존에 비치된 기념엽서는 증강 현실 기법으로 만들어, 집에 가져가면 박물관 주요 유물을 다시 볼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추리 게임 ‘닥터H의 비밀노트’에 도전해보자. 안내데스크에서 닥터H의 비밀노트를 받고 스마트폰에 증강 현실 앱 ‘리얼월드’를 깔면 준비 완료. 천재 과학자 닥터H가 남긴 암호를 해독해, 그가 발견한 궁극의 명약을 찾아간다.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수료증을 주고,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전시를 관람한다. 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에 휴관한다(추가 휴관일 홈페이지 공지).


관람을 마치면 박물관 맞은편 흥미진진한팩토리투어센터로 가자. 약초원으로 사용하던 온실을 개조해 초록이 가득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쉬거나, 음성군 내 산업 관광 정보를 얻고,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진짜 약사가 된 것처럼 흰 가운을 입고 진행하는 ‘사랑의 묘약 만들기’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약 봉투에 알록달록 달콤한 별사탕과 하트 캔디, 비타민을 넣고 밀봉한 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선물해보자. ‘닥터H의 비밀노트’와 ‘사랑의 묘약 만들기’는 예약하지 않아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소화제 만들기’를 비롯해 매달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주말 체험 프로그램은 네이버에서 예약해야 한다.

 

▲ 진짜 약사가 된 것처럼 흰 가운을 입고 온 가족이 즐기는 ‘사랑의 묘약 만들기’.    


이제 어른이 즐길 차례.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맥주 공장 투어와 생맥주 시음이 가능한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가 있다. 생맥주 한 잔이 포함된 투어는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에 진행하고, 40분 정도 걸린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탭룸에서 갓 만든 생맥주와 화덕 피자, 소시지도 맛볼 수 있다.


운곡서원, 반기문기념관,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도 연계해 여행할 만하다. 음성 운곡서원(충북문화재자료 11호)은 간결하고 소박한 서원 건축의 특징이 살아 있다. 반기문기념관은 글로벌 리더가 될 청소년에게 비전을 제시하고자 설립했다. UN을 상징하는 기념비와 가입국 국기, 넓은 잔디밭으로 구성된 반기문평화랜드가 가까이 있다.

 

▲ 붉은 벽돌로 지은 고딕식 건물이 아름다운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은 1896년 충북 지역에 처음 지은 성당이다. 붉은 벽돌로 세운 고딕식 본당 건물이 아름다워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사제관이던 멋스러운 화강석 건물은 박물관으로 쓰인다. 성모광장, 십자가의길, 산상십자가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기 좋다.

 

<글·사진/이정화(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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