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찰간지술

윤석열 검찰총장 앉히기 전 ‘찰간지술’ 썼더라면…

글/이정랑(고전연구가) | 기사입력 2020/01/17 [11:49]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찰간지술

윤석열 검찰총장 앉히기 전 ‘찰간지술’ 썼더라면…

글/이정랑(고전연구가) | 입력 : 2020/01/17 [11:49]

검찰총장 인선 앞서 ‘찰관지술’ 응용했는지 아쉬움 남는 대목
인사 등용할 때는 반드시 역신과 간신을 가려내는 혜안 필요


‘부저추신’은 사건발생 후에 철저하게 해결하는 근본적 치료법
개혁 반대하고 부패한 정치검찰 ‘부저추신’ 술책으로 발본색원


▲찰간지술(察奸之術)


‘간사한 자를 식별해내는‘ ’찰관술‘은 <한비자> 내저설(左上)에 나온다. 이 책은 군주의 통치술을 주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신하들의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한비자>의 ‘칠간술’에는 ‘관청법(觀聽法)’ ‘일청법(日聽法)’ ‘협지법(挾智法)’ ‘도언법(倒言法)’ ‘반찰법(反察法) 등이 있다.


-관청법(觀聽法)


‘관청(觀聽)’이란 말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단편적인 한 가지 사실에만 근거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보고 들은 것을 서로 참고하고 비교하고 증명하지 않고는 진상을 제대로 알거나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습관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싫어하는 일은 물리친다. 만약 ‘보는’ 것이 사람을 유쾌하게 하면 이 일과 관련된 부정적 평가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만약 ‘듣는’ 것이 사람을 기쁘게 하면 이 일과 관련된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는 ‘보려’ 하지 않는다.


군주의 이런 약점을 간파한 간신은 달콤한 말로 군주가 좋아하는 것만 보고 듣게 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만족스러운 말을 들은 이후에는 반드시 다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사유(思惟)상의 준비 자세이기도 하다.


-일청법(一聽法)


‘일청(一聽)’이란 일일이 들어본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집단 속에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져 있는 ‘재능도 없이 머리 숫자만 채우고 있는’ 자들을 간파해내는 것을 가리킨다.


‘일일이 들어보지 않으면 지혜로운 자와 우둔한 자를 구분할 수 없다.’ 만약 하나하나개인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는다면 여러 사람들 틈에 이리저리 섞여 있는 개인의 능력을 알아낼 수 없다.


<한비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우화를 예로 들고 있다.


제나라 선왕(宣王)은 우(피리 비슷한 악기의 일종) 연주를 몹시 좋아했는데 특히 합주를 좋아해서 궁중에는 300명이나 되는 합주단이 있었다. 남곽(南郭)이라는 처사는 자칭 우 연주의 명수라며 늘 합주에 참여하여 많은 봉급을 받았다.


선왕이 죽고 민왕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왕은 합주를 좋아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독주를 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남곽 처사는 얼른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이 방법은 꼭 ‘각 개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교묘하게 응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방법은 확실하지 않은 애매한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그 진심을 간파하는 데도 활용된다.


-협지법(挾智法)


‘협지(挾智)’란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체한다는 뜻이다. 즉, 모르는 척하면서 상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韓) 소후(昭侯)가 하루는 가위로 손톱을 자르다 일부러 잘린 손톱이 없어졌다며 “손톱이 없어진 것은 불길한 징조니 어떻게든 찾아내라!”고 엄명을 내렸다. 측근들이 온 방안을 다 뒤지기 시작했지만, 없는 손톱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없을 리가 있나? 내가 찾아보지”라며 소후가 직접 찾아 나서려 하자 한 측근이 몰래 자기 손톱을 잘라 내밀며 “찾았습니다, 여기”라고 외쳤다. 소후는 이러한 방법으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냈다.


<한비자>에서는 간신을 찾아내는 ‘협지법’을 “모르는 척 물어보면 알지도 못하는 자가 나타나고, 어떤 사물을 깊게 알아보면 감추어져 있었던 것들이 모두 드러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감추고 물어보면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되며, 한 가지 일을 세세히 탐지하게 되면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드러난다.”


상대에게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하면 상대는 곧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운다. 모르는 척해야 비로소 경계 없이 그 진실 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체의 면목을 다 드러낸다면 끝내는 우롱을 당하게 마련이다.


-도언법(倒言法)


이 방법은 황당한 말로 상대를 시험하는 것이다. ‘도(倒)’자는 ‘뒤바뀌었다’는 뜻으로, ‘도언(倒言)’이라 하면 그 말을 뒤집어 한다는 뜻이다. 사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방법이다. 이런 고사가 있다.


연나라에서 상국의 자리에까지 오른 자지(子之)라는 인물이 있었다. 한번은 그가 부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불쑥 “방금 문 입구에서 뛰어나간 것이 백마 아닌가?”라고 물었다. 물론 이 말은 거짓이었다. “아닙니다. 아무 말도 뛰어나가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와서는 “분명 백마 한 필이 뛰어나갔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가? 자지는 이렇게 해서 자기 주위에서 누가 진실치 못한가를 알았다. 이 방식은 요즘 말로 하자면 ‘올가미’를 쳐놓고 시험한다‘고 할 수 있다.


-반찰법(反察法)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일로 누가 이득을 보느냐 하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누군가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그 일로 득을 보는 자의 행위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고사가 있다.


한(韓)의 희후(喜侯)가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작은 돌을 발견했다. 희후는 시종을 불러 “욕실을 담당하고 있는 자를 파면하면 그 후임자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예, 있습니다.” “그 자를 불러오너라.”

 

희후는 그 자를 심하게 다그쳤다. “어째서 욕조에 돌이 있느냐?” 그러자 그 자는 “담당관이 파면되면 제가 그 자리를 맡으리라는 생각에서 돌을 넣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관적 분석에만 한정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서 그 동기를 찾는 것, 이것이 상대를 간파하고 그 상대를 부리는 방법이다.


고대사회에서 통치자의 부하, 통치 집단 내부인들 사이의 관계는 서로 이용하고 시기하고 충돌하는 관계였다. 고대의 통치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심리를 통찰하는 많은 모략 방식을 창조해왔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이 모략을 이해하고자 할 때 그 시대적 제한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윤석열의 파격적인 검찰총장에 대한 인선에 앞서서 관련 부처 당사자들은 그를 검증할 때 이 ‘찰관지술’을 활용하고 응용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인사를 등용할 때는 언제 어느 때나 반드시 역신과 간신을 가려내는 혜안(慧眼)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 지난 일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선에 앞서서 ‘찰관지술’을 활용하고 응용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저추신(釜底抽薪)


지난번 칼럼에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호이산(調虎離山)’에서 다룬 바와 같이 추미애 장관이 지난 1월8일 검찰 수뇌부 인사를 혁신적으로 단행, 완벽한 검찰개혁의 성공을 알리는 개선(凱旋)의 낭보를 국민들에게 전해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격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에 다룰 부저추신(釜底抽薪)에서는 검찰개혁에 반대하고 장애가 되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검찰들을 발본색원하여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검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양심적인 검찰로 바꾸어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하여 참다운 법치국가를 건설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열망하는 깨어 있는 모든 국민들과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장관 그리고 입법·사법·행정부·언론계 관계자들에게 영원한 축복과 영광이 함께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이란 말은 북제(北齊) 때 위서(魏書)를 썼던 북조삼재자(北朝三才子) 중의 한 사람 위수(魏收)의 양조문(梁朝文)에 근거한 것으로, 그 중의 “불쏘시개를 빼내어 물이 끓는 것을 막고, 풀을 제거할 때는 뿌리까지 뽑아낸다(抽薪止沸, 剪草除根)”라는 글귀에서 발전되어 나온 것이다. 주로 어떤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부저추신’과 ‘양탕지비(揚湯止沸)’는 서로 그 뜻은 비슷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양탕지비’는 일단 사건이 발생한 후에 방법을 강구해서 사건을 방지하는 일종의 임시방편적 치료방법인데 반해, ‘부저추신’은 사건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혹은 발생한 후에라도 근본책을 강구하여 철저하게 해결해 버리는 일종의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에 반대하고 장애가 되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검찰들을 발본색원하려면 ‘부저추신’의 술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전투에 응용해 보자면, ‘부저추신’은 하나의 ‘두저전술(兜底戰術)’로 볼 수 있다. 상호간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 주력을 이용한 정면 공격법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후면이나 측면으로 돌아가서 후방을 교란시킴으로써,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어느 새 바람 빠진 고무공을 만들어 버리는 기발한 술책인 것이다.


전쟁에 사용되는 ‘부저추신’술은 더욱 많다. 전국시대에 연(燕)의 소왕(昭王)은 제나라에 복수하고자 악의(樂毅)를 장수로 임명하고 군사를 크게 일으켰다. 악의는 제나라의 70여 개 성을 계속 함락시키고 즉묵(卽墨)과 거성(?城)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악의는 제나라의 민심을 고려하여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채 이 두 성을 그냥 포위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연 소왕이 죽고 새로 혜왕(惠王)이 즉위하게 되었다. 그런데 혜왕은 악의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을 제나라의 장수 전단(田單)이 간파하고, ‘부저추신’ 책략을 사용하여 악의를 쫓아버리기로 작심했다. 그는 곧 첩자를 연나라에 침투시켜 헛소문을 퍼트리게 했다.


“악의는 6개월 만에 제나라의 거의 모든 성을 함락했으면서도, 즉묵과 거성만은 3년 동안이나 포위만 하고 있다. 이는 그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민심을 자기에게 돌려 스스로 제나라 왕이 되려는 음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혜왕은 이 소문을 듣고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기겁(騎劫)이라는 장수를 대신 보내 악의의 병권을 빼앗았다. 악의는 괜한 죄를 둘러쓸까 봐 두려워 조나라로 도망쳐 버렸다.


병권을 쥐게 된 기겁은 지금까지의 포위작전을 버리고 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기겁으로서는 전단의 꾀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전단은 불소(火牛)들을 연나라 진영에 몰아냄으로써, 연군을 대파하고 기겁의 목을 벤 후, 악의에게 잃었던 실지를 모두 다시 찾고 말았다.


항우도 유방에게 이 ‘부저추신’의 책략을 사용한 바가 있지만, 장량에게 간파 당함으로써 결국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게 된 적이 있었다. 광무회전(廣武會戰)에서 항우는 유방의 군사를 퇴각시키고자 유방의 부친을 기름 솥 앞에 끌어내놓고 유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퇴각하지 않는다면, 네 부친을 이 자리에서 삶아 죽여 버리겠다.”


만약 여기서 유방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약해져 버린다면, 유방은 항우에게 항복하게 되고, 항우는 편안하게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 그런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장량이 일치감치 유방에게 가르쳐 준 대응방법이 있었다. 유방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결의형제가 아니오? 따라서 내 부친은 당신의 부친이기도 하니 당신이 부친을 어떻게 대하든지 간에 나는 전혀 상관없소. 정 삶아 죽이겠다면 내게도 그 국 한 그릇 보내주시구려!”


이렇게 나오니 항우로서도 별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이밖에 공자까지도 이 ‘부저추신’의 술책에 꼼짝없이 당하고 국외로 유랑생활을 떠나게 된 적이 있었다. 인의도덕의 화신이라는 공자가 상대의 간단한 술책에도 견뎌내지 못하고 마는 것을 봤을 때, 이런 속임수의 사용대상으로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그들 ‘도덕군자’나 허황된 검찰공화국을 꿈꿔왔던 ‘패악한 정치검찰’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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