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2월의 여행지

천 년 전 가마터에서 ‘청자의 숨결과 가치’ 느껴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1/31 [11:55]

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2월의 여행지

천 년 전 가마터에서 ‘청자의 숨결과 가치’ 느껴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1/31 [11:55]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공간이다.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이 특별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찾아드는 것은, 유물이 뿜어내는 시간의 향기에 이끌렸기 때문이리라. 시간은 자신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시기마다 독특한 옷을 입었는데,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그 옷은 장식장으로 향한다. 그래서 그 옷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면, 박물관을 찾아 시간이 남긴 옷을 하나씩 꺼내보며 지난 시기를 추억한다. 박물관은 이렇게 시간의 향기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에, 그 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만났던 박물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쏟아낸다. 그야말로 박물관이 이뤄낸 ‘한국판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곡선사박물관장이자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배기동 교수의 말이다.

 

박물관에 평생을 바친 그는 “우리나라 곳곳에 보석 같은 박물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한탄하면서 “박물관들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재는 물론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빼어난 문화재까지 모두 품고 있다”고 귀띔한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박물관이 있는 여행지를 추천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고려청자박물관과 국립김해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중국인도 천하제일 칭송한 고려청자 파란만장 역사 고스란히…
고려청자 제작과정 디오라마로 재현한 전시물 아이들에게 유익

 

삼한시대 장신구 문화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는 귀한 전시품
우아한 곡선미 돋보이는 토기, 녹슬었어도 형상 간직한 갑옷 ‘눈길’

 

1.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전라남도 강진에 자리잡은 고려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의 발생과 발전, 쇠퇴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에서 청자를 가장 먼저 만든 중국인마저 천하제일이라 칭송한 고려청자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박물관에 고스란히 담겼다.


청자는 3세기경 중국 송나라에서 처음 만들었다. 옥을 흙으로 빚어보려는 시도가 그 시작이다. 도자기를 구울 때 표면에 달라붙은 나뭇재가 푸른색으로 변한 데서 힌트를 얻었다. 푸른빛 도자기, 청자는 그렇게 태어났다. 우리 땅에서 청자가 제작된 때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9~10세기다. 당시 청자는 찻잔으로 사용하는 완(사발)이 대부분이며, 따로 문양을 새기지 않았다. 11세기 들어 청자에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려 비색(翡色)’으로 불리는 비취색 고려청자는 12~13세기에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음각한 도자기에 백토와 황토를 채워 각기 다른 색 문양을 만든 상감기법이 이때 등장한다. 상감한 도자기를 가마에서 구우면 백토는 흰색, 황토는 검은색을 띤다. 고려청자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도 이 시기 작품이다.

 

고려청자의 전성기로 꼽히는 12~13세기에는 상감기법 외에 압출 양각, 투각, 철화, 백화, 퇴화, 철채 상감 등 청자를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조각 기법을 시도했다.

 

▲ 청자재현연구동에서는 성형과 상형, 조각 작업을 구경할 수 있다. 


고려청자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는 9세기 청자완, 12세기 청자상감여지문대접, 13세기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 상감청자가 쇠퇴해 분청사기로 변모해가는 14세기 청자상감용문매병 등이 시대별로 전시된다. 색과 문양의 변화를 통해 고려청자의 500년 흥망성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참외 모양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는 백토와 황토를 붓에 묻혀 문양을 넣은 흔치 않은 작품이다.


청자범종과 청자인장 등 강진 고려청자 요지(사적 68호)에서 출토된 유물 800여 점을 전시한 공간도 볼 만하다.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고려청자의 발달 과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 참외 모양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는 백토와 황토를 붓에 묻혀 문양을 넣은 흔치 않은 작품이다. 


강진 고려청자 요지는 대구면 용운리·계율리·사당리·수동리 일대에 분포한다. 점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비부터 1300℃에 청자를 굽는 재벌구이까지 청자 제작 과정을 디오라마로 재현한 전시물도 아이들에게 유익하다.


고려청자박물관 뒤쪽에 자리한 청자재현연구동에서는 도자기의 형태를 잡은 성형과 상형, 건조한 도자기 표면에 상감, 음각, 양각, 투각 등으로 문양을 새기는 조각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다. 물레를 이용한 형태 잡기를 성형, 연꽃이나 거북처럼 물레로 할 수 없는 기물의 형태를 손으로 잡아가는 작업을 상형이라 한다.


고려청자의 역사를 살펴본 뒤에는 그 아름다움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문양은 단연 학과 구름이지만, 연꽃과 모란, 국화 같은 꽃도 즐겨 사용했다.

 

1층 특별전시실에서는 ‘꽃과 청자’라는 주제로 식물 문양이 들어간 청자를 전시한다. 어깨 넓은 매병에 음각한 모란이 은은한 멋을 풍긴다면, 옥빛 대접에 상감한 모란은 섬세하고 야무지다. 부처님의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과 군자의 고결한 덕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 청자도 눈에 띈다. 연꽃과 버드나무, 학, 갈대 등을 한 작품에 담아낸 청자상감유로수금문병은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멋을 위한 문양과 달리, 청자 표면이나 바닥에 특별한 의도로 글이나 기호를 새기는 명문(銘文)도 있다. ‘쇠 금(金)’자는 관청이나 사람 이름, ‘임금 왕(王)’자는 왕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전시물 가운데 ‘정릉(正陵)’이라고 상감한 청자 조각이 눈에 띈다. 정릉은 공민왕의 왕비가 된 원나라 사람 노국공주의 능호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물컵과 화병, 매병 표면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조각 체험, 흙 1kg을 물레로 성형해 나만의 그릇을 만드는 물레 체험, 가래떡 모양 흙을 차곡차곡 쌓아 그릇을 만드는 코일링 체험 등 아이와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완성한 작품은 초벌구이, 유약 바르기, 재벌구이를 거쳐 60여 일 뒤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사당리 41호 청자 가마와 용운리에서 옮겨온 용운리 10-4호 청자 가마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고려청자박물관과 나란히 자리한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체험 시설이 있다. 고려청자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에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무료)이다.

 

▲ 사당리 41호 청자 가마. 


전남 강진에는 고려청자박물관 외에도 우리네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박물관과 유적이 많다. 소장한 조선 시대 민화 3800여 점 가운데 200여 점을 상시 순환 전시하는 한국민화뮤지엄이 대표적이다.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작호도’, 무리 지은 호랑이를 그린 ‘군호도’, 달군 인두로 장지에 풍경을 그린 인두화, 문자와 그림을 조합한 ‘문자도’ 같은 특이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민화를 활용한 가죽 지갑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부채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강진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다산 정약용이다. 1801년 조카사위 황사영의 백서사건에 연루돼 강진으로 유배 온 정약용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에 이르는 저술을 남겼다. 강진만이 한눈에 담기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강진 정약용 유적(사적 107호)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 생활 18년 가운데 11년을 함께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다산초당과 연지, 정약용이 솔방울을 태워 차를 달인 너럭바위 다조, 정약용이 직접 쓰고 새겼다고 전하는 정석(丁石) 등이 있다.

 

▲ 정약용이 강진 유배 생활 중에 머무른 다산초당. 


정약용 유적에서 2km 남짓 떨어진 곳에 다산박물관이 있다. 2012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념인물로 꼽은 정약용의 강진 유배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공간이다. 말씀의숲, 다조마당 등 야외 전시장과 만남·생애·환생·흔적을 주제로 꾸민 실내 전시장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전시물을 보며 정약용의 생애와 업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산의 강진 유배 생활을 소개하는 영상물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글·사진/정철훈(여행작가)>

 

2. 국립김해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은 역사 속에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만나는 공간이다. 가야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 삼국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고대 왕국 가운데 하나다. 새해를 맞이하며 찬란하게 빛난 가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된 옛 시대의 크고 작은 항아리들.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의 건국신화를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한다. 김해 구지봉(사적 429호)에는 가야 왕국의 시조인 수로왕을 비롯해 다섯 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이때 백성들이 불렀다는 고대가요 〈구지가〉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다. 변한은 가야가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된 부족국가다. 가야는 문헌 기록이 많지 않아 유물이나 유적 발굴을 통해 옛 역사를 복원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을 중심으로 풀어간 것이 특징이다. 창원 다호리에서 발굴된 통나무관과 국내 최대 신석기시대 공동묘지로 추정되는 부산 가덕도 유적의 유물도 전시한다.

 

▲ 가야, 부산·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 국립김해박물관 전시실. 


1층 전시실은 낙동강 하류에 형성된 선사 문화부터 가야가 태동하고 발전한 시기를 보여준다. 낙동강 유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과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발견된 국내 가장 오래된 통나무배가 복원·전시된다. 무료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가야 왕국의 건국부터 소멸에 이르는 변천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가야는 금은이 귀한 대신 ‘철의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철기 문화가 발달했다. 전시실에는 금궤처럼 귀하게 취급된 덩이쇠, 금관을 대신한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보물 1922호)이 있다. 삼한 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도 귀한 전시품이다.


2층 전시실은 가야 문화를 좀 더 깊게 살펴보는 공간이다. 당시 가야 사람의 생활 풍습을 집 모양 토기와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토기, 비록 녹슬었어도 형상이 고스란히 남은 갑옷과 투구가 번성한 가야를 짐작케 한다.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도 눈길을 끈다. 전시실 한쪽에서는 유물 발굴과 복원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꾸민 웹툰을 상영한다.


아이와 여행한다면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가야누리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코너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체험실은 놀이와 배움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공간이다. 체험지에 가야 무사 캐릭터를 골라 색칠한 뒤 스캔하면 전면 스크린에 자신이 그린 주인공이 나타난다. 일정 시간 동안 다른 무사들과 함께 적군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았는데, 실제 공을 던져서 맞혀야 하므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 


마음에 드는 문화재를 선택해 그대로 따라 그려보는 ‘가야 톡톡’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본관 전시실에서 그림 속 문화재를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직접 문화재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이 외에 가야 문화재 책갈피 만들기나 가야 토기 조립하기 등 어린아이도 하기 쉬운 체험 활동이 많다. 국립김해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 오후 7시), 휴관일은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김해 수로왕릉(사적 73호)이 있다. 가야 왕국의 시조인 수로왕 무덤으로, 봉황대 동북쪽 평지에 조성된 봉분 높이가 약 5m에 달한다. 경내에 위패를 모신 숭선전과 신어 문양이 새겨진 납릉정문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해마다 춘추 제례를 지낸다.


김해가야테마파크는 김해의 랜드마크이자 인기 관광지다.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 체험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가야 왕궁을 재현한 전시관은 2010년 방영한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했다.

 

왕궁에는 가야의 역사를 담은 태극전, 수로왕 스토리관인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 등이 있다. 입체적인 AR 체험을 제공하는 태극전은 반드시 관람해야 한다. 가야 건국신화부터 바다 건너 이어진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까지 역사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왕후의 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시간 맞춰 챙겨보자. 해가 진 뒤에는 3D 미디어 쇼가 볼 만하다. 이 밖에 가야 무사의 기상을 배우는 가야무사어드벤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과 익사이팅 타워, 눈썰매장 등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멀지 않아 한나절 코스로 짜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전국 최초로 조성한 분청사기 박물관이다. 김해는 분청사기 유물이 많이 출토된 유서 깊은 곳이며, 지금도 지역 작가들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분청사기 변천사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기법 등을 알차게 소개한다.

 

1층 전시실을 관람한 뒤 2층 도자판매장에 들러보자. 김해도예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도자체험장인 세라믹스튜디오에서 아이와 함께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 모빌을 만들어도 좋다.

 

<글·사진/정은주(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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