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히어로 릴레이 인터뷰 1. 이병헌

“완성형 배우라는 극찬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

남정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1/31 [14:25]

‘남산의 부장들’ 히어로 릴레이 인터뷰 1. 이병헌

“완성형 배우라는 극찬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

남정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1/31 [14:25]

“캐릭터에 개인적 감정 싣기보다 시나리오 그대로 연기하려 애썼다”
“배우로서의 강점은 얼굴…각도에 따라 다른 분위기 내는 얼굴 만족”

 

▲ 이병헌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서 모티브를 따온 인물인 김규평 중정부장 역을 맡았다. 

 

‘웰메이드 영화’. 배우 이병헌은 자신의 최근 출연작 <남산의 부장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 1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병헌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영화를 보고 감독님께 ‘긴 시간 후반 작업을 한 덕분에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며 “영화를 찍고 나면 객관성을 잃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어떻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런데 분명했던 건 영화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서 모티브를 따온 인물인 김규평 중정부장 역을 맡았다.


그는 김규평을 연기하는 데 있어 외면보다 내면의 감정 묘사에 집중했다. 


“우리가 겉으로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깊숙이 들어가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영화보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인물이 가진 감정 상태와 심리 같은 것들은 최대한 닮으려고 애를 썼다. 다큐멘터리 같은 실제 영상들, 여기저기서 들은 증언들 모두 도움이 됐다.”


이병헌은 그러면서 “외모의 싱크로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감독님이 그냥 있는 나 그대로 가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영화에는 실제로 미묘한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는 클로즈업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병헌은 그럴 때마다 인위적으로 표정을 만들기보다 상황에 빠져들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클로즈업이 많은 작품에서는 내가 뭔가를 보여주려고 할 때, 관객에게 거부감이 생기는 경우가 되게 많다. (상황 속 캐릭터의)기분만 가지고 있어도 관객에게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질 때가 많다. 배우들이 느끼는 마술 같은 부분인 것 같다.”


이병헌은 “연기의 표현적 부분보다 비교적 최근 사건인 10·26 사태라는 소재에 대해 잘못되거나 편향된 시선을 전달할까 하는 염려가 더 컸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에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싣기보다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 연기하고자 애썼다.


“우리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역사적으로 아직 미스터리한 부분들을 규정 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시나리오에서 그려진 대로 그 안에서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김재규가)정말 왜 그랬는지 영화가 끝나고도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연기자가 그걸 규정짓지는 않는다. 차지철을 대하는 감정, 곽 실장을 대하는 감정 등 사적인 감정도 있었을 거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이렇게 (정치를)하지 않았으면’ 하는 대의적인 마음도 있었을 거다. 되게 복잡한 마음의 상태였을 것이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편 이병헌을 가리키는 수식어 중 하나는 ‘믿고 보는 배우’다. 최근 배우 곽도원은 이병헌을 ‘완성형 배우’라고 극찬했다. 당사자인 이병헌도 그런 수식어가 썩 싫지만은 않다고.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기분 좋은 칭찬이기도 하다. 새롭게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만으로 관객이 기대를 갖게 하는 배우로서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건 고맙고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어떤 작품을 새롭게 한다고 했을 때, 관객에게 꼭 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배우로서 지닌 강점으로 자신의 얼굴을 꼽았다. 잘생긴 얼굴이 아닌, 각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내는 자신의 얼굴에 만족한다고 했다.


“신인 때 방송국에서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조명감독들이 내 얼굴을 되게 까다로워했다. ‘도대체 조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이하다. 이렇게 하면 되게 기괴하고, 이렇게 하면…’이라면서. 심지어 짜증 내는 조명감독도 있었다.”


이병헌은 “그런데 이후 세월이 흘러 영화를 할 때, 감독 중 몇 분이 ‘얼굴이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분위기를 낸다’고 칭찬을 하더라. 골격의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처음에는 또 욕하는 줄 알고 긴장했는데 그래서 좋다고 얘기를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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