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의 여자’ 악역 변신 이지훈 종영 후 인터뷰

“청춘스타 뜨지 못해 아쉽지만 내 갈 길 가고 싶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0/02/07 [15:06]

‘99억의 여자’ 악역 변신 이지훈 종영 후 인터뷰

“청춘스타 뜨지 못해 아쉽지만 내 갈 길 가고 싶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0/02/07 [15:06]

재벌가 사위로 살아남기 위해 아내 비위 맞추는 악역 연기 변신
“데뷔 전 고생…99억 생긴다면 연기자지망생센터 차리고 싶다“

 

▲ ‘99억의 여자’에서 인상적인 악역을 선보인 이지훈. 

 

탤런트 이지훈(32)이 3개월 만에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MBC TV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사관 민우원으로 분해 올바르고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99억의 여자>에선 재벌가 사위로 살아남기 위해 아내 윤희주(오나라 분)의 비위를 맞추지만 알고 보면 플레이보이인 이재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지훈은 “민사관은 착하고 항상 바른 말만 해 사람같지 않았다”며 “재훈을 통해 새로운 연기를 하게 돼 재미있었고 속이 후련했다”고 돌아봤다.


<99억의 여자>는 우연히 현찰 99억 원을 움켜쥔 여자 정서연(조여정 분)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조여정(39)과 오나라(46)가 주축을 이룬 만큼, 이지훈은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악의 축인 홍인표 역의 정웅인이 “이지훈은 악역 꿈나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구해령>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99억의 여자> 극본 리딩을 하는 차 안에서 엄청 설렜다. 사실 겁이 없어서 ‘선배들과 부딪치면서 잘 버티면 얻는 게 많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플레이보이 역이라서 부담은 됐지만, 처음 연기해 보는 인물이라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상상해서 인물을 만들고 살을 붙여서 연기하고 고민하는 게 즐거웠다. 아직도 재훈처럼 철없고 여리다.”


애초 시놉시스에서 재훈은 희주와 동갑이었지만, 이지훈이 캐스팅되면서 연상연하 커플로 바뀌었다. 첫 극본 리딩 때부터 오나라에게 ‘여보~’라고 부르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큰 마음 먹고 말을 텄는데 누나가 ‘왓?’이라며 놀라더라”면서 “이렇게 해야 선배들 사이에서 내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 ‘여보 어딨어?’ ‘나 여기 있어’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촬영이 끝나면 거의 매일 누나와 통화했다.”


“재훈의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계산해서 연기하면 보는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았다. 과장되게 보여도 내가 느낀 그대로 반응하고 표현해서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고 싶었다. 처음 극본을 보고 느낀 것을 꾸미지 않고 표현했고,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물론 ‘어느 지점에서 중심을 잡을까’에 대해서는 고민했다. 이지훈은 목소리가 너무 가벼우면 철없는 아이처럼 보일 것 같아서 이 부분을 신경썼다“며 ”그 다음부터는 극본에 맞춰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재훈의 사망으로 끝난 결말과 관련해서는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이라서 더 재미있었다”며 “작가님이 워낙 가슴 아프게 써줘서 만족스럽다. 내가 원한 엔딩”이라고 짚었다.


“처음에는 재훈이 중반도 가기 전에 죽는다고 설정돼 있었다. 내가 캐스팅된 후 후반부까지 가는 걸로 바뀌었다 김영조 PD님이 13부 대본이 나온 뒤 ‘16부 전에 재훈의 죽음이 있어야 드라마가 좀 더 풍성해지고 극적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며 “죽을 때 희주에게 전화하지 않았나. 실제로 연기할 때 나라 누나와 통화하면서 연기했다. 누나가 집에서 극본을 보며 대사를 맞춰줬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감정이 확 올라왔다. 누나도 함께 울었다”고 귀띔했다.


조여정과 호흡하며 배운 점도 많다. ‘누나처럼 많은 사람들을 아우를 줄 알아야 주인공을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조여정 누나가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달라진 건 없었다”며 “지금껏 해온 대로 현장에서 똑같이 연기했고, 내 신일 때도 앞에서 연기하며 맞춰줬다. 인간적으로도 참 괜찮은 선배다. 분명히 힘들었을 텐데 현장에서 안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버텨온 내공이 느껴졌다”며 감탄했다.


재훈은 서연과 주인 잃은 현금 99억 원을 발견, 공범이 됐지만 홀로 살아남을 궁리만 했다. 원래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돈 앞에서는 누구보다 탐욕적이었다.

 

이지훈은 “돈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면서도 “하지만 돈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다. 걱정 없이 삼시세끼를 먹고,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챙겨줄 정도의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주의다.


“내가 귀하게 자란 것처럼 보인다는데 어렵게 연기를 시작했다. 돈이 없어서 하루에 아르바이트 3개씩 하면서 연기를 했다. 새벽에 신문 배달한 뒤 압구정역 근처 카페와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알바 3개를 해도 한 달 수입이 120만~180만 원 정도밖에 안 됐다. 당시 연기 선생님에게 수업을 들었는데 70만 원 정도 냈다.

 

만약 99억 원이 생긴다면 연기자 지망생들을 위한 센터를 차리고 싶다.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냐고? 그런 능력은 전혀 없다. 단지 힘든 여건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이지훈은 2012년 청춘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했다. <최고다 이순신>(2013) <육룡이 나르샤>(2015~2016) <푸른 바다의 전설>(2016~2017) <언니는 살아 있다>(2017) <당신은 하우스헬퍼>(2018) 등에서 활약했지만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신입사관 구해령>으로 MBC 연기대상 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받은 상이지만, <99억의 여자> 촬영으로 인해 시상식에 불참해 아쉬움을 줬다.


“청춘스타로 성장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느냐고?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난 항상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회사(키이스트)를 대형 기획사로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 잘 지원해줬지만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배우보다 스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면서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계약이 끝나면서 소속사를 옮기게 됐고, 7개월 동안 쉬면서 힘들었다. ‘초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피폐해졌지만, 조금씩 털어내면서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스타는 하늘이 정해주고 시기도 맞아야 하니까. 내 욕심으로 안 되는 걸 알아서 지금은 그런 욕심이 없다. 내 갈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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