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현민 ‘조원태 지지’…한진家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0/02/07 [15:54]

이명희·조현민 ‘조원태 지지’…한진家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송경 기자 | 입력 : 2020/02/07 [15:5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얻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일명 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연합군을 형성하며 남동생의 허를 찔렀지만 조원태 회장이 모친과 여동생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한진가(家) 남매들의 경영권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로써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은 33.45%, 조현아 전 부사장이 포함된 3자동맹의 지분율은 32.05%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경영권 분쟁 결과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에 의해 판가름 나게 생겼다.

 

특히 칼자루는 4.11%의 지분율을 행사할 국민연금 수탁책임전문위원회가 쥘 수도 있게 됐다. 결국 한진그룹의 운명은 3월27일께 열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삼각 연합군 형성하며 조원태 허 찔러
조원태, 어머니·여동생 지지 확보하고 전자투표 도입 등 대반격
조원태 측 33.45% vs 조현아 측 32.05% 박빙…칼자루는 국민연금

 

▲ 조원태 한진 회장.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 회장이 자신에게 반기를 둔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가족들의 지지를 이끌어냄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전쟁이 총수 일가와 외부 연합세력 간 기싸움 양상으로 재편됐다.


2월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한진그룹에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며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는 것.


두 사람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 대 조현아·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 연합세력 간의 대결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


두 세력 간의 지분 차이는 1%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3월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총회의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 지분 5% 이하의 주주들이 쥐게 됐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전 부사장(6.49%)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반도건설(8.28%)과 연합전선을 결성하면서 조원태 회장의 허를 찔렀다. 이들은 1월31일 한진칼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 반(反) 조원태 3자 연합군을 형성했다.


1월31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3자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하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는 (한진그룹의 경영상황이)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KCGI가 꾸준히 제기해온 전문경영인 제도의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기존 대주주 가족의 일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많은 고민 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새로운 주주인 반도건설 역시 그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3.44%로 추산된다. 우선 조원태 회장 6.52%, 조현민 전무 6.47%, 이명희 고문 5.31% 등 가족지분이 18.3%다. 여기에 친족 지분 0.76%와 정석인하학원 2.14%, 일우재단 0.16%,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 특수관계인을 더하면 22.55%가 된다.


업계에선 한진그룹 백기사를 자처해온 델타항공과 카카오도 조원태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을 10%와 1%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지분을 포함하면 총 33.44% 가량 지분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델타항공과 카카오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델타항공이 등을 돌리게 되면 사실상 이번 지분싸움에서 지게 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지분은 총 32.05%다. KCGI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 이들 3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이다.


이에 따라 3월27일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총에서 오는 3월23일 임기가 끝나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여부를 놓고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1.5%포인트 안으로 좁혀져 나머지 지분을 들고 있는 개인과 국민연금 등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특히 칼자루는 4.11%의 지분율을 행사할 국민연금 수탁책임전문위원회가 쥘 수도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기존 5.36%에서 4.11%로 한진칼 보유 지분이 감소했다고 공시한 이후 5% 이상 보유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5% 이상 보유하지 않으면 보고 의무가 없어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11% 이하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양측의 지분 격차가 좁혀져 주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용역 계약을 맺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안분석 일치율은 약 90%에 달한다는 것.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대로 대부분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는 의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시킬 KCGI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들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호적인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 물류와 항공운송 분야에서 현 경영진보다 우수한 경영능력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기관 투자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지배구조연구소의 역할이 부각된다”며 “기관투자자와 달리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소액주주는 현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어쨌든 국민연금이 어느 편에 설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편이지만 땅콩회항 사건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손잡은 KCGI를 지지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양측이 팽팽한 지분을 보유함에 따라 주총을 앞두고 이들 모두 소액주주 결집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의결권자문기관의 의견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투표제’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조 회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실제로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실제 주총 참석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온라인으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결의하면 시행이 가능하다.


조 회장은 현재 일반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여론전’에 한창이다. 지난 1월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전세기에 동행하는가 하면, 오는 3월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에 수익금을 나누겠다고도 발표했다.


조 회장이 이처럼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 뒤,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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