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종로 출마’ 좌고우면…한국당 총선전략 꼬이는 내막

이낙연 피해 우물쭈물…‘겁쟁이 프레임’ 갇혀 리더십 흔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2/07 [16:21]

황교안 ‘종로 출마’ 좌고우면…한국당 총선전략 꼬이는 내막

이낙연 피해 우물쭈물…‘겁쟁이 프레임’ 갇혀 리더십 흔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2/07 [16:2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를 놓고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황 대표의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떠미는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선거 패배 위험 부담 등을 감안해 유력한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황 대표가 우물쭈물거리는 사이에 새누리당 전직 대표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 2월4일 기습적으로 종로 출마를 발표했다.

 

지난 1월3일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했던 황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대항마로 맞서는 종로 출마를 선택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황교안 대타론’까지 나오자 이석연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황일병 구하기냐’며 비판하는 등 공관위 내분 조짐을 노출한 것.

 

급기야 황 대표가 직접 나서 “총선 행보는 제 판단, 제 스케줄로 하겠다”며 종로 출마 압박을 말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황 대표가 너무 오래 좌고우면을 하는 바람에 이제는 ‘어떤 판단을 하든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험지 출마’ 선언 후 ‘종로 출마’ 떠밀리자 한 달 넘게 미적미적
선거 패배 위험 부담 등 감안해 유력한 선택지 제외되는 분위기


이석연 “공관위 회의 ‘황교안 일병 구하기’…종로 물 건너간 듯”
갈 길 바쁜 한국당 ‘황교안 결론’ 못 내려 총선전략 자꾸 꼬이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 1번지 ‘종로 출마’가 흐지부지 분위기로 흐르면서 이낙연 전 총리와의 정면승부를 피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3일 광화문 집회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하겠다”며 “우리 당 중진들도 험한 길로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야권 차기 주자 1위를 달리는 황 대표는 큰소리를 친 지 한 달이 넘도록 ‘종로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좌고우면하고 있다.


황 대표가 출마 방향을 잡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사이 ‘종로 빅매치’의 대항마인 이낙연 전 총리는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 골목을 누비며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 1번지 ‘종로 출마’가 흐지부지 분위기로 흐르면서 이낙연 전 총리와의 정면승부를 피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지도부 ‘황 일병 구하기’


황 대표가 출마 지역구를 놓고 용산·구로·마포·양천·영등포 등의 지역을 저울질하며 갈팡질팡하는 사이 총선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당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회피를 두고 ‘겁쟁이’라는 힐난도 나온다. 한국당 내에선 서울 각지에서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조사까지 돌려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는 함구하고 있다.


그 대신 한국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종로 빅매치’에 물 타기를 하는 등 ‘황 일병 구하기’로 황 대표를 엄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월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와 관련, “여권에서 요구하는 그런 선거전략, 또는 언론에서 요구하는 선거전략에 직접 황교안 대표가 발을 담그는 그런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공언을 했고 또 아마 그 당사자인 황교안 대표의 의사와 함께 협의해서 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종로 출마설에 대해선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황 대표를 포함해 많은 인재가, 종로든 어디든 충분히 여권을 압도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인재군이 지금 대기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황 대표의 최측근인 박완수 사무총장도 2월5일 열린 공관위 회의에서 “종로에 오라는 프레임은 민주당이 만든 것 아닌가. 종로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물 건너간 모양새다.


박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에 대해 “(공관위에서) 논의를 계속한다는 것이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번에도 논의했고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논의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종로에서 황교안 이름 사라지고


황 대표가 이렇듯 출마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한 달을 허비하자 당 안팎에서는 이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항할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초선인 전희경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나경원 의원, 정몽준 전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종로에서 황 대표의 이름은 사라지고 뜬금없이 ‘정치 신인’ 차출론까지 불거졌다. 2012년 총선 때 부산 사상에 출마했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맞수’로 당시 27세에 불과했던 손수조 후보를 등판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의 ‘체급’에 맞추기보다는 참신한 신인을 내세우는 역발상으로 선거구도를 흔들고 이 전 총리의 힘을 빼는 전략으로 흥행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종로에서 20여 년 거주한 이력이 있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황 대표 대신 종로에 출마할 중진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김 전 위원장은 당초 대구 수성갑에서 출마할 계획이었으나 당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뜻을 접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 중순께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수도권 험지 출마 의사 여부 등을 확인했으며, 이후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만나 종로 공천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당에서 종로에 공천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의원, 정몽준 전 의원을 이 전 총리의 대항마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는 황 대표를 지역구 출마 대신 비례대표로 돌리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황 대표가 중진들을 험지로 내몰면서 본인은 비례대표로 공천 받아 원내에 무난하게 입성할 경우 의원들의 따가운 시선도 문제지만, 한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에 따라 지역구(자유한국당)와 비례대표(미래한국당)로 이원화한 선거 전략을 세운 만큼 황 대표는 한국당을 떠나 비례 위성정당으로 이적해야 한다. 당대표가 탈당을 해서 당적을 옮겨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여러 가지 문제와 모순이 발생한다.


사정이 이쯤 되자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황 대표의 좌고우면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부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공관위원이 2월5일 공관위 회의에서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마치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 같았고 이제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물 건너간 것 같다”며 “홍준표 전 대표 등의 험지 출마나 대구·경북(TK) 지역의 현역 교체 명분을 위해서라도 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또 다른 공관위원도 “황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험지로든 가겠다’고 해놓고 오늘은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과 제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석연 한국당 공관위 부위원장은 2월5일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마치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 같았고 이제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물 건너간 것 같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뉴시스> 

 

미적대던 황, ‘내 스케줄대로’


황 대표는 실제로 2월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출마 지역구를 정하지 못해 전체 공천 전략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저의 총선 행보는 저의 판단, 저의 스케줄로 해야 한다”며 “이리 오라고 하면 이리 가고, 인제 발표하라고 하면 발표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총선 출마 지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어디에 출마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 전체의 전략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이 이기기 위한 큰 전략 하에 제 스케줄도 짜고 그런 것을 공유하고 그런 과정에서 말할 것은 말하겠다”며 “그렇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시간, 장소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저희는 이기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황 대표는 또한 2월6일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종로 출마를 강력 피력한 것에 대해 “공관위원들이 공관위 아닌 곳에서 여러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힐난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자신의 출마에 대해) 공관위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우리 당 승리를 위해, 통합을 위한 큰 길을 가는 데 도움 되는 가장 적합한 시기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발언 때문인지 갈 길 바쁜 한국당 공관위가 ‘황교안 출마 지역구’ 결론을 내리지 못해 총선 전략이 총체적으로 꼬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보수야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당 공관위는 2월5일 황 대표의 4·15 총선 출마 지역구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잠정 결론 냈지만, 황 대표의 의견을 반영해 공천 전략을 확정하기로 했다. 황 대표의 총선 불출마 카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황 대표 출마지역 논의를 마무리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논의를 마무리했다. 전체 토론을 진행했다”면서 “결론은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1대1로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황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급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어떻게 배치하는 게 좋을지 논의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와는 비공개 회동 혹은 전화통화 등의 방식으로 공천 지역구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 외에 다른 인사들의 종로 공천 여부에 대해선 “몇 사람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홍정욱 전 의원과 전희경 의원의 종로 공천설에 대해선 “거기까진 안 나갔다. 앞으로 이제 여러 부분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필요에 따라선 황 대표 불출마도 논의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거기까지는 진도 안 나갔다”고 답했다.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은 종로 외 수도권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기류다. 종로보다는 수월한 지역을 택하면 전국 선거를 지휘하기 편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중진 물갈이를 위해 험지 출마를 독려하려면 황 대표 본인부터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홍준표 “황교안 꽃신 신기고 나는”


한국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일축하고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월6일 황 대표의 종로 출마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하고 사지로 보낸다면 그 공천이 정당한 공천인가”라며 “더 이상 내 출마지를 두고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기피하고 될 만한 양지를 찾는다고 한다”며 “공관위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서 그렇게 결정 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관위가 황 대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한다면 나의 고향 출마 의사도 받아주는 것이 공정한 공천이 아닌가”라며 “여태 당의 결정에 따른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나의 출마지는 내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5년 당에 헌신한 나의 출마지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관위가 황 대표의 총선 지역구 선정에 난항을 겪자 자신의 전략지역 배치 방침에도 반발의 목소리를 키운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마지막 출마는 누가 뭐라고 방해해도 내 나라, 내 고향을 위한 무한 헌신으로 고향 출마를 할 수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홍 전 대표는 또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도 “이번 총선은 내가 주도하는 선거가 아니고 황 대표가 주도하는 선거다. 나는 평당원일 뿐”이라며 “대표직 사퇴한 후 2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당 지도부의 언론을 통한 일방적인 무리한 요구를 내가 왜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홍 전 대표는 “300명 국회의원 중에서 서울 지역과 비례대표를 뺀 200여 명의 현직 국회의원들이 모두 고향에서 출마한다. 그런데 왜 나만 시비를 걸고 있나”라며 “이제 그만 합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어쨌든 황 대표가 ‘이낙연 대항마 빅매치’라는 명분을 저버리고 종로가 아닌 다른 지역을 선택할 경우 ‘겁쟁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황 대표가 ‘지역구 선택’의 결정을 자꾸만 미루면서 정작 당 대표가 당의 총선 전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4·15 총선에서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선거 전체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인 만큼 황 대표와 한국당 공관위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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