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 헤로인 라미란, 자신만만 인터뷰

“우리 사회에 현명한 정치인 필요한 것 같다”

신효령(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2/14 [14:49]

‘정직한 후보’ 헤로인 라미란, 자신만만 인터뷰

“우리 사회에 현명한 정치인 필요한 것 같다”

신효령(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2/14 [14:49]

선거 직전 거짓말 못 해 좌충우돌 벌이는 3선의원 역 열연
“정치는 잘 몰라 캐릭터 표현 위해 참고한 정치인 없어”

 

▲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거짓말을 잃어버린 3선 의원 주상숙 역을 그린 배우 라미란. 

 

“장유정 감독과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장 감독이 JTBC 예능 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 출연한 모습을 봤는데,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시선이 보이더라. 영화를 잘 만들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정직한 후보>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출연 제의를 받고 거의 바로 오케이 했다.”


배우 라미란(45)은 영화 <정직한 후보>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이 작품은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 등을 연출한 장유정(44) 감독의 신작으로, 2014년 브라질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동명의 흥행 영화(원제: O Candidato Honesto)를 재구성한 것이다.

 

원작은 브라질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 파울로 크루시노(Paulo Cursino)의 각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거짓말이라는 소재가 주는 코믹한 상황뿐 아니라 당시 브라질의 현실을 시원하게 꼬집어 흥행에 성공했다. 2018년 속편이 개봉하기도 했다.


라미란은 “원작에서 상황만 가져왔을 뿐이다. 우리 영화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내가 코미디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것은 편견이다. 사실 누군가를 웃게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다. 코미디언들을 보면 정말 피가 말리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누군가를 그냥 웃겨야 한다면 못할 것 같다. 나는 대본이 있으니까 연기하는 것이다.”


<정직한 후보>는 여성 감독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브라질 원작은 주인공이 남자 대통령 후보였다. 장유정 감독은 라미란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성별을 바꿨다. 연기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여성 서사, 여성감독 연출작인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은 없다. 공격 아닌 공격을 받을 때도 있는데, 나에게 힘을 써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좀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 어느 한 쪽으로 쏠린 사람이 많더라. 서로를 인정하고 중용을 지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극도로 혐오하거나 몰아붙이면 서로 살아가기가 힘들다.”


라미란이 맡은 역할은 거짓말을 잃어버린 정직한 후보 주상숙이다. 그녀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거짓말을 못하면 곤란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해석했다”며 “실제 나는 정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며, 정치 영화로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캐릭터를 위해 참고한 정치인도 없었다고.


“영화에서 ‘특정 집단이나 사람과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막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우리 영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감독이 자료조사를 많이 했고, 밀착취재를 했다. 취재의 결과물이 시나리오에 모두 담겼다. 그래서 누군가를 롤모델로 하지 않았다. 주상숙처럼 거짓말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거짓이나 꾸밈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녀는 “내가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직한 정치인보다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정직한 후보>를 정치색이 없는 영화라고 말하는 것도 내가 어떤 사상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내 자리에서 나의 일만 열심히 하자는 주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기 톤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사람들마다 웃는 지점이나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런 것을 조율하는 과정이 치열했다. 그래서 현장이 즐겁기도 했지만 힘들었다. 감독은 영화를 수도 없이 봤겠지만, 나는 딱 두 번 봤다. 블라인드 시사회와 언론 시사회 때 봤는데 그 두 번의 느낌이 달랐다. 편집도 많이 안 바뀌었고 거의 비슷한데, 또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라미란은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윤경호(40)에 대해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부끄러움도 많고 소심한 면도 있었다. 함께 연기해서 좋았다”고 돌아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극장가는 울상이다. 관객 수가 급감했으며, 몇몇 영화는 개봉 자체를 미뤘다.


라미란은 “현재 우리나라가 중국만큼 통제가 이뤄지는 상황은 아니다. 본인의 자리에서 자기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멈춰버릴 것 같다. 개봉일 관련해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올스톱’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작에 관한 질문을 받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 경우 작품 선택의 기준은 정확히 세 가지다. 작품이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 좋은 것과 출연료를 보고 결정해왔다. 셋 중에 하나만 충족하면 선택해왔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 계약서를 쓴 작품은 없지만, 차기작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작품 선택의 폭이 전보다 넓어졌다. 그 안에서 원하는 역할도 달라진 것 같다. 이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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