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리너스, 원두값 떨어졌는데 커피값 왜 올렸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2/14 [15:15]

엔제리너스, 원두값 떨어졌는데 커피값 왜 올렸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2/14 [15:15]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원재료가 하락하고 매장 줄였는데…원재료비 올라 인상 불가피?
매출 하락분 소비자에 전가…가격 인상 효과로 영업이익률 쑥↑

 

▲ 엔제리너스 측은 지난 1월 29종의 제품값을 올리면서 인건비와 원재료비 등 직·간접 비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롯데그룹 산하의 롯데GRS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가 최근 커피, 차 등 29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0.7% 인상했다. 2018년 12월 가격 인상 이후 불과 1년 만인 2020년 1월 커피류 8종, 스노우류 8종, 티 & 음료류 13종 포함 총 29종을 최소 100원에서 최대 200원이나 올렸다.


이에 따라 '아메리치노'는 5100원에서 5200원으로, '싱글오리진 아메리카노'는 5000원에서 5200원으로, '로얄 캐모마일티' 4900원에서 5100원으로 인상됐다. 평균 인상률 0.7%다.


엔제리너스 측은 가격 인상 당시 인건비와 원재료비 등 직·간접 비용 상승으로 인해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원재료가와 매장현황 등을 체크하며 엔제리너스의 가격 인상이 정말 불가피했는지 짚어봤다. 하지만 엔제리너스 측의 설명과 달리 소비자단체협의회가 국제 커피 가격을 분기별로 따져본 결과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커피값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커피기구 IOC(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자료에 따르면, 커피 원두 가격은 2016년 11월 최고가격인 145.8(US cents/lb)을 찍은 이후 3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왔고, 2018년 6월에는 24.3%나 하락하여 110.44(US cents/lb)를 기록했다. 원재료 중 가장 비중이 큰 커피 원두 가격이 품종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원가율은 낮아지고 있고 원재료의 비율은 거의 변동이 없으며 급여의 비중만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협회회는 “이런 점에서 커피 값 인상 결정이 직·간접 비용 상승이라는 업체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엔제리너스는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값은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롯데GRS 정보공개서를 통해 엔제리너스의 매장 현황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 결과 2016년 전체 매장은 843개, 2017년 749개, 2018년 642개로 엔제리너스 매장이 해마다 100개씩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대비 2017년에는 10.8%, 2017년 대비 2018년에는 17.6%로 축소되었다. 엔제리너스의 경쟁력이 내?외부적 요인으로 약화되었음을 보여준다는 게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적. 


또한 경기 악화로 최근 3년간 엔제리너스의 매출액은 9489억 원에서 8311억 원으로 12.4%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수요에 비해 많은 공급과 높은 임대료가 전체적인 카페 시장의 축소 요인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엔제리너스가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 하락분을 소비자 부담으로 충당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시장 성장세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시장 위축 요인으로는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수요보다 많은 공급을 들 수 있다. 엔제리너스 역시 시장 규모 축소에 따라 지속적으로 매출이 하락하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좋아졌다.


소비단체협의회는 “엔제리너스가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커피 값을 인상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카페가 동종 업계의 가격 인상을 주도하며 매출 실적 하락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들기보다는, 가심비를 높여 소비자의 지갑을 두드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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