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추미애 다시 고삐 죄는 내막

윤석열 이어 검찰 힘 빼기…‘개혁작업’ 계속된다

강진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2/14 [15:55]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추미애 다시 고삐 죄는 내막

윤석열 이어 검찰 힘 빼기…‘개혁작업’ 계속된다

강진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2/14 [15:55]

“수사·기소 절차 분리해 검찰의 독단 방지할 통제장치 만들 것”
“검찰은 권력의지를 실현하는 기관 아니라 법을 수호하는 기관”
조국 전 장관 “수사·기소 분리는 의미 있는 시도…박수 보낸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월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의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통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검찰과의 긴장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인사와 수사절차 등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어왔던 추 장관이 다시금 ‘검찰 개혁’의 조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2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에 대한 내외의 다양한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수사와 기소 절차를 분리해 검찰의 직접 수사 관련 내부적인 독단과 오류를 방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도 대검찰청에 이른바 주요 수사의 검증을 하는 ‘레드팀’ 운영을 해왔지만, 제도적·법적으로 강화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검사장 회의 등을 통해 일선 검사들의 의견과 우려를 듣고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단행한 인사와 직제개편을 둘러싼 논란도 일축했다. 지난해 검찰 인사가 단행된 지 6개월도 안 돼 간부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윤석열 힘빼기’ ‘좌천성 물갈이’ 등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지만, 추 장관은 “사직이 가장 적은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다 만족시킬 수 없지만 괜찮은 인사였다는 후문이 있는 걸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직제개편 역시 추 장관 자신이 부임하기 이전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부터 논의해왔으며, 그 기조 아래 추진된 것으로 갑자기 소통 없이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장시간 복수의 법무부 간부들과 논의를 거쳐 공소사실 요지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내가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니고, 아주 장시간 이 자리에 있는 (법무부 간부)분들이 다 참여했다”며 “저는 흔히들 얘기하는 ‘늘공’이 아니라 ‘어공’이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여러분은 원칙 아래 소신껏 일하고 바람막이를 제가 하겠다고 말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등 절차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공개를 한 것이지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왜곡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을 제출해달라는 국회의 요청을 받자,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의 요지만 제출한 바 있다.

 

결국 법무부로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다른 피의자나 재판을 받게 될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기보단 공소사실의 요지만 제출했다는 게 추 장관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에서 기소 직후 공소장을 공개하는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진실 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우리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미국에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사례를 언급했다.


이 실장은 미국은 초범인 소년범죄 사건, 피고인 등에게 위해가 있는 때, 영업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경우 등에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어떤 이유에서 공소장이 비공개되는지에 대해 우리가 천착하자는 것”이라며 “(미국은) 절차적 과정이 형사사법에 구축돼 있기 때문에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런 환경과 제도를 우리나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공소사실이 공개되더라도 사건 관계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이른바 ‘보도 규정’을 따른다는 설명도 추가로 내놓았다.


이 실장은 “(미국에서는) 유죄 확정 전까지 공소사실은 혐의일 뿐이라는 것을 명시해야 하고, 배심원을 격리시켜 언론 보도로부터 차단하는 조치도 피고인의 변호인이 취할 수 있다”면서 “이런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언론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집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독일은 공소장 공개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이제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추 장관은 앞으로 수사 중인 사건에서는 피의사실을 포함한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판 개시 이후에는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경우 각급 검찰청에 설치된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무부 훈령을 제정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추 장관은 2월10일 대검에서 열린 총선 대비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데 “상당히 유감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 지검장은 ‘검찰총장 지시를 거부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취지로 이 지검장을 겨냥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지검장은 2018년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수사팀’의 팀장을 맡아 이끌었으며, 당시 수사팀은 다스 자금 120억 원은 경리팀 직원의 개인 횡령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결론에 따라 2008년 특검 당시 검찰이 정식 이관·이첩하지 않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정호영 전 특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추 장관은 이와 함께 법무부가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 검토를 언급한 것 역시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수사팀은 지난 1월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승인을 하지 않자 윤 총장 지시로 3차장 결재 하에 최강욱 전 비서관을 기소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절차에 관한 법을 위배했다면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고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법무부의 자체감찰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았지만, 감찰 등 권한 행사를 언급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검찰청법 8조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추 장관은 “검찰은 조직의 권력 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며 법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사법적 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지휘감독을 통해 검찰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를 먼저 조직 내에 충분히 숙지시키고 조직문화를 잘 잡아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감찰도 적절하게 해야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를 검토하겠다는 추 장관 발언에 대해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2월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추 장관님께 박수를 보낸다”며 전날 추 장관의 수사·분리 검토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직접수사권을 인정한 수사권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통과했지만 궁극적 목표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7년 4월 발표된 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 보충적 수사권 보유’가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그러면서 “이러한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도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조직적으로 분리하여 내부통제를 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며 “이는 법개정 없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님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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