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법관들 업무 복귀 논란

판사석·피고석 오가다 재판…믿음 가겠나?

나운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2/21 [14:49]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 업무 복귀 논란

판사석·피고석 오가다 재판…믿음 가겠나?

나운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2/21 [14:49]

김명수 대법원장, 기소로 재판업무 배제됐던 법관들 복귀 인사 조치
법조계 ‘재판 공정성’ 우려 등 비판…정치권에선 탄핵 필요성 강조

 

▲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2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법관들이 1년 만에 재판부로 돌아가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과 함께 재판의 공정성 및 국민 신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명수(61) 대법원장은 2월17일 심상철(63)·이민걸(59)·방창현(57) 부장판사 등 법관 7명에 대해 재판부로 복귀하는 인사 조치를 실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56)·신광렬(55)·조의연(54)·성창호(48) 부장판사도 각각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업무 복귀 조치됐다. 이태종(60) 서울고법 부장판사만이 본인 의사에 따라 사법연구 기간이 연장됐다.


애초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3월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법관이 피고인으로서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은 국민의 사법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에게 각각 사법연구를 명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고, 확정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는 게 대법원 측 설명이다. 재판부로 복귀하는 법관들은 3월1일부터 다시 국민과 관련된 여러 재판을 심리할 예정이다.


대법원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인 법관이 법대에 앉아 재판을 진행하고, 판단을 내리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임성근 부장판사 등 4명의 법관들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민걸 부장판사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1심 판단도 채 내려지지 않았다. 재판부로 복귀한 법관들은 재판 업무를 하다가 본인의 재판이 열리면 피고인석을 오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직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판 업무 복귀 조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사실상 사법부가 이들에 대한 무죄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 법관들이 당사자가 참석한 가운데 법정에서 직접 심리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서면 심리로만 재판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울러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 사법연구 인사 조치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법관 출신 변호사는 “재판의 방식과는 상관없다. 피고인에게 재판을 받는 국민이 과연 그 결과에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징계 등 명확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는 ‘법관 탄핵’의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1심 무죄 판결 내용 중 ‘위헌적’ 행위임은 인정한 것을 들며 법관 탄핵 추진 의사를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박 최고위원은 2월1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이 어렵게 자기 식구가 한 행위가 위헌적임을 확인해준 만큼, 국회가 탄핵 등을 통해 해당 행위의 위헌성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에도 나서야 한다”면서 “헌법은 입법부에 그러한 책임과 역할을 맡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사법농단이 한참 문제가 됐을 때 판사 탄핵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을 많이 만났다. 야당 의원들 중에 ‘취지에 동의하지만 문제된 판사들의 행위가 위헌적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1심 판결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겠냐’며 법관 탄핵에 주저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그런데 이제 판결로 위헌적 행위임을 확인했다. 당시 신중했던 야당 의원들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당은 일찍이 밝혀왔던 것처럼 위헌적 행위를 한 판사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법관 탄핵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인사라면 재판 개입 등 의혹은 종식되지 않고, 나아가 재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런 인사 조치는 어쩌면 현재의 ‘비정상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