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재미있는 명당야사…반남박씨 시조 묘 이야기

벌 명당 천기 누설한 지관, 벌에 쏘여 죽다!

글/장천규(천명동양철학연구원장) | 기사입력 2020/03/06 [15:13]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당야사…반남박씨 시조 묘 이야기

벌 명당 천기 누설한 지관, 벌에 쏘여 죽다!

글/장천규(천명동양철학연구원장) | 입력 : 2020/03/06 [15:13]

전라남도 나주시 반남면 흥덕리에 반남박씨(潘南朴氏) 시조 묘가 있다. 자미산에서 내려온 맥이 반남박씨 시조 묘에 혈을 맺었는데 혈의 좌우에는 연못이 있으며 이 연못이 혈의 기운을 잘 보호하고 있다. 또 건너편에 석천이라는 샘도 있다.

 

풍수에서는 물을 만나면 기(氣)가 멈춘다고 하여 혈 앞에 물이 있으면 좋다고 한다. 또 물을 재물로 보는데 물이 혈을 지나면 그 물의 양을 따져 부의 크기를 가늠하기도 한다. 이곳의 석천은 돌 틈에서 나오는 물로 마르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하여 용출하니 반남박씨 후손들의 재물이 마르지 않는 것이다.

 

이곳은 조선의 8대 명당으로 유명하며 벌 명당이라고도 불린다. 이 벌 명당에는 재미있는 야사가 전해지는데 그 야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반남박씨 시조 묘에 혈 맺히고…좌우 연못이 혈의 기운 보호
돌 틈에서 물 졸졸 흘러 반남박씨 후손들의 재물 마르지 않아
후환 두려운 지관 비껴난 터 귀띔…후손은 정명당에 묘터 조성

 

고려시대 호장의 벼슬을 지낸 박응주가 살았는데 백성을 두루 살피고 덕망이 높아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살았다. 박응주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자 박응주의 아들 박의는 아버지를 명당에 모시기 위해 지관을 찾았다.


박의는 평소 아버지 박응주의 도움을 받은 지관에게 부탁을 했다.


“지관 어르신, 저희 아버님을 명당 터에 모시고 싶습니다. 좋은 자리 하나 추천해 주십시오!”


“예! 제가 당연히 자리를 찾아 드려야죠! 제가 어르신의 은덕을 얼마나 많이 입었는데 어서 가보시죠!”

 

▲ 전라남도 나주시 반남면 흥덕리에 반남박씨(潘南朴氏) 시조 묘가 있다.  

 

천기누설로 害 입을 대명당


지관과 박의는 자미산으로 올라가 산세를 살폈다. 자미산에서 내려간 맥의 흐름을 보면서 좋은 자리가 지관의 눈에 들어왔다.


“저곳입니다. 저곳에 가서 자리를 찾아봅시다.”


지관은 박의에게 말을 건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관과 박의는 자미산 정상에서 보아둔 명당 터에 도착했다. 지관은 이곳이 대 명당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여기서 천기를 누설하면 내가 다칠 수 있다.’


‘어떻게 한다?’


‘명당자리를 조금 벗어나게 가르쳐 주어야겠다.’


지관은 속으로 생각하며 명당 터의 전체를 살펴보았다.

지관의 입에서 말이 떨어졌다.


“이곳입니다. 여기에 호장 어르신을 모십시다.”


지관은 명당 터보다 10미터 위쯤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박의는 평소에 풍수지리를 공부한 사람이었다. 박의의 생각에는 ‘저 아래쪽이 더 좋은 자리인데 왜 이곳에 모시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박의는 지관 모르게 지관의 뒤를 따라갔다. 집에 도착한 지관은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박호장 어르신 산소를 보고 왔는데 천하의 대명당을 발견했어!”


“그런데 그 명당이 너무도 대명당이라 나에게 큰 화가 미칠까 두려웠소!”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할 자리요.”


“그래서 그 자리보다 위쪽에 호장 어르신을 모시라고 하였소!”


그러자 부인은 “그래도 우리가 호장 어르신의 은혜를 입은 게 얼만데 잘 가르쳐 주고 오지 그랬어요”라고 했다.


박의는 지관과 아내의 말을 엿들은 후, 지관이 묘 자리를 자기가 생각한 자리와 다르게 가르쳐 준 것을 이해했다. 박의는 집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박의는 생각을 정리한 후 아버님을 명당에 모시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먹은 후 다음날 묘를 조성하는 일꾼들을 불러 말했다.


“이곳이 아버님을 모실 자리이니 이곳에 터를 파시오!”

 

▲ 자미산에서 내려온 맥이 반남박씨 시조 묘에 혈을 맺었는데 혈의 좌우에는 연못이 있으며 이 연못이 혈의 기운을 잘 보호하고 있다.  

 

대명당 잡아준 지관 숨져


장례식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지관이 도착했다. 지관은 묘를 조성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가 잡아준 자리가 아닌 정 혈처를 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관은 박의에게 물었다.


“왜 내가 잡아준 자리가 아닌 이곳을 파고 있습니까?”


“예! 지관 어르신이 잡아주신 자리는 아껴두고 해가 더 잘 드는 이쪽에 아버님을 모시려고 합니다.”


그러자 지관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박의에게 당부를 했다.


“이곳에 묘를 쓰되 제가 집으로 돌아간 뒤 호장 어르신을 모실 광을 파세요!”


박의는 “예 지관 어르신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박의는 인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광은 조금 있다가 시간에 맞추어 파세요. 지관 어르신이 시간에 맞추어 파야 한다고 합니다.”


지관은 광이 파지기 전에 집으로 가기 위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방문을 걸어 잠그면  아무 일도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가고 있었다.


그러나 묘를 파는 인부들은 박의의 말을 듣지 않고 빨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에 계속 땅을 파내려 갔다. 그때 갑자기 땅 속에서 몸집이 새만한 벌들이 튀어 나왔다. 벌들은 날아올라 지관의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벌들이 날아간다”며 소리를 질렀다. 지관은 벌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갔다. 하지만 벌들이 지관을 쏘았고, 그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천기를 누설한 죄였다.


반남박씨는 호장공의 묘를 쓴 후 발복을 거듭하여 조선시대 왕후와 공신 대제학 등 수백 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했으며 동방18현의 한분인 남계(南溪) 박세채 선생을 배출하는 조선의 명문가가 되었다. 반남박씨는 지금까지 전국에 15만여 명의 후손이 살고 있다고 한다.


명당 터를 얻는 목적은 후손의 발복인데 그중 자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최고다. 반남박씨는 호장공 묘로 인해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목적을 이루었으며 조선시대의 명문가가 되어 크게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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