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저술가 빌 브라이슨의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지상중계

신비로운 당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정리/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13 [14:19]

세계적인 저술가 빌 브라이슨의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지상중계

신비로운 당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정리/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3/13 [14:19]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역사를 탐험했던 빌 브라이슨이 신작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또 하나의 우주인 인간 신체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 <바디: 우리 몸 안내서>(까치)를 통해 몸이라는 놀라운 우주를 여행하도록 이끈다.

 

우리는 하나뿐인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 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브라이슨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력과 엄청난 사실들의 바다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실들을 선별하는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부분들을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의 책은 경이로운 우리 몸에 대한 찬사이자 몸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상세히 설명한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가끔은 잘못된 사용으로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한평생을 함께 보내는 몸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영역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사람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새로운 인간을 만들 때 드는 총비용은 965만4679파운드

 

우리 몸은 37.2조 개의 세포로 이뤄지고 조화롭게 작동
사람 몸은 쓰레기 더미에서도 찾는 불활성 성분의 집합

 

대부분의 사람들 운동은 최소로 하고 최대한 많이 먹어대
그러나 몸은 잡다한 음식물로부터 영양소 추출해 건강 지켜
생활습관 이용한 자살행위 불구하고 몸은 높은 수준 유지

 

“나는 오래 전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생물학 선생님이 5달러쯤 들고 철물점에 가면 사람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을 모두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일이 기억난다. 실제로 정확히 얼마라고 하셨는지는 가물가물하다. 2.97달러나 13.50달러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1960년대 기준으로도 아주 푼돈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며, 여드름투성이에 자세도 구부정한 나 같은 인간을 만드는 데에 사실상 비용이 거의 안 든다는 사실에 놀랐던 생각이 난다. 나 자신이 그렇게 너무나 하찮은 존재라는 깨달음은 그 뒤로 줄곧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정말일까? 정말로 우리가 그 정도 가치밖에 없는 것일까?”


세계적인 저술가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이 새로 펴낸 책의 첫 장 ‘사람을 만드는 방법’에서 한 말이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을 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얼마나 들겠냐는 화두를 던진 후 수치를 제시하며 ‘썰’을 풀어간다.

 

▲ 빌 브라이슨은, 59가지의 원소로 사람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원소의 조합인 우리 자신이 왜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설명한다. <사진출처=까치> 

 

우리 몸을 구성한 원소


“이따금 권위 있는 문헌들에 사람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 계산한 값이 종종 실리곤 한다. 대개 재미로 하는 일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시도 중에는 2013년 개임브리지 과학축제 때 왕립화학협회가 내놓은 것이 가장 포괄적이면서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들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모든 원소들을 모으는 비용이 얼마나 들지를 계산했다(컴버배치는 그해 축제의 객원 감독이었고, 편리하게도 전형적인 몸집이었다).

 

협회는 사람을 만들려면 총 59가지 원소가 필요하다고 파악했다. 그중 6가지인 탄소, 산소, 수소, 질소, 칼슘, 인이 99.1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중에서 상당수는 조금 의외의 원소들이다. 몰리브덴이나 바나듐, 망가니즈, 주석, 구리가 없다면, 우리가 불완전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이런 원소들 중에는 겨우 ppm(100만 분의 1)이나 ppb(10억 분의 1) 단위로 필요한 것들도 있다는 점을 말해둘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면, 다른 모든 원자 999.999.999.5개당 코발트 원자는 20개, 크롬 원자는 30개만 필요하다.”


빌 브라이슨은 “사람에게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산소로, 우리 몸 공간의 61퍼센트를 차지한다”면서 “우리 몸의 약 3분의 2가 아무런 냄새도 없는 기체로 이루어졌다니 조금은 직관에 반하는 듯도 하다”고 썼다.


“우리가 풍선처럼 가벼우면서 통통 튀지 않는 이유는 산소가 대부분 (우리 몸에서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소와 결합하여 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연못에서 노를 젓거나 그냥 젖은 옷을 입고 걸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물은 놀라울 정도로 무겁다. 자연에서 가장 가벼운 축에 드는 산소와 수소라는 두 원소가 결합하여 가장 무거운 것 중의 하나를 형성한다는 것이 조금은 역설적인 듯이 느껴지겠지만, 그것이 당신의 본질이다.

 

산소와 수소는 당신의 몸에서 값이 싼 원소이기도 하다. 산소는 8.90파운드어치만 사면 되고, 수소의 가격은 16마운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몸의 2.6퍼센트를 차지하는) 질소는 좀 더 비싼데, 그래도 27펜스어치만 사면 된다.”


빌 브라이슨은 “그러나 그 다음 원소부터는 가격이 꽤 올라간다”면서 “탄소는 약 14킬로그램이 필요한데, 왕립화학협회는 그만큼 구입하려면 4만4300파운드가 든다고 보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칼슘, 인, 칼륨은 훨씬 더 소량만 필요하지만, 그래도 4만7000파운드어치는 사야 한다. 나머지 원소들은 대부분 단위 부피당 가격이 더욱 비싸지만, 다행히도 아주 미량만 필요하다.

 

토륨은 1그램당 거의 2000파운드이지만, 우리 몸의 0.0000001퍼센트만 차지하므로 21펜스만큼만 사면 된다. 주석은 4펜스, 지르코늄과 니오븀은 각각 2펜스면 된다. 사마륨은 몸의 0.000000007퍼센트를 차지해서 거의 가격을 매기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왕립협회는 0.00파운드라고 적었다.”

 

59가지 원소로 사람 만들려면?


아울러 그는 59가지의 원소로 사람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원소의 조합인 우리 자신이 왜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설명한다.


“우리 몸에 있는 59가지 원소 중에서 24가지는 전통적으로 ‘필수 원소’라고 알려진 것들이고 그것들이 없다면 사실상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잡동사니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하게 이로운 것도 있고, 이로울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 유익한지는 아직 잘 모르는 것도 있다. 해롭지도 이롭지도 않으면서 그냥 무임승차한 것도 있고, 뻔히 해로운 것도 소수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카드뮴은 몸에서 23번째로 흔한 원소로서, 몸 부피의 0.1퍼센트를 차지하지만, 독성이 매우 강하다. 카드뮴이 몸에 들어 있는 이유는 몸이 그것을 갈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식물이 흙에서 그 원소를 빨아들이고 우리가 식물을 먹음으로써 몸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마 매일 약 80마이크로그램의 카드뮴을 섭취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그 카드뮴은 몸에 유익한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이런 원소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아주 많다고 한다.


“인간의 몸에서 아무 세포나 하나 떼어내어 살펴보면 셀레늄 원자가 100만 개쯤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소가 왜 있는지가 밝혀진 것은 최근 들어서였다. 이제 우리는 셀레늄이 두 중요한 효소의 성분이라는 것을 안다. 셀레늄 부족은 고혈압, 관절염, 빈혈, 몇몇 암과 관련이 있으며, 심지어 정자 수 감소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셀레늄을 섭취하면 몸에 좋다는 것은 분명하지만(견과류, 통밀 빵,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간에 돌이길 수 없는 중독 중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삶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중용을 지키는 것이 좋지만 어디 쉬운 일인가.”


“왕립화학협회는 사람 좋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주형으로 삼아서 새로운 인간을 만들 때에 드는 총비용이 정확히 965만4679파운드라고 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부가가치세까지 더하면 액수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20만 파운드에 한참 못 미치는 비용으로 컴버배치 한 명을 집 안에 들일 수 있다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다 따지면 엄청난 비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예전에 나의 중학교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몇 달러 수준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2012년에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의 장수 과학 프로그램 <노바(Nova)>에서도 ‘원소 사냥’이라는 제목으로 똑같은 분석을 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인체를 이루는 기본 성분들의 값이 168달러라고 계산했다.


빌 브라이슨은 “사실 인체에는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놀라울 만치 불확실한 부분들이 많으며 물론 이 추정값은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면서 “그 원소들을 얼마를 주고 사서 얼마나 꼼꼼하게 섞든지 간에, 사람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생존해 있거나 지금까지 살았던 가장 명석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인류의 모든 지식을 동원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복제하기는커녕, 살아 있는 세포 하나조차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사람의 몸이라는 게 환원하면 흔한 쓰레기 더미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불활성 성분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 당신이 온갖 정크 푸드를 목으로 집어넣으면서 인생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빛을 내는 화면 앞에서 거의 식물인간 상태로 축 늘어져서 보내는지를 생각해보라. <사진출처=Pixabay> 

 

당신의 적혈구가 하는 일


“이것이 우리 자신에 관한 가장 놀라운 점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쓰레기 더미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것들과 동일한 불활성 성분들을 그냥 그러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 말이다. 우리를 이루는 원소들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우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것이 바로 생명의 기적이다.”


빌 브라이슨은 이토록 놀라운 몸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도 특유의 화법과 개념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꿈틀거리는 이 따뜻한 살덩어리 안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몸을 거의 당연한 것으로 보고 별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지라(비장)가 대강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힘줄과 인대의 차이는? 림프절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신이 하루에 눈을 몇 번이나 깜박이는지 아는가? 500번? 아니 1000번? 물론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사람은 하루에 약 1만4000번 눈을 깜박인다. 달리 말하면,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약 23분은 눈을 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그 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하루의 매초마다 우리 몸은 단 한순간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말 그대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0조든, 100양이든, 1극이든, 1000나유타(실제로 있는 단위들이다)든 간에 이루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이 문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1초쯤 지나는 사이에 당신의 몸은 적혈구를 100만 개 만들었다. 그 적혈구들은 이미 혈관을 따라 바쁘게 돌면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적혈구 하나하나는 당신의 몸속을 약 15만 번 돌면서 세포로 산소를 전달하고, 낡아서 쓸모가 없어지면 우리 몸의 유지라는 더 큰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다른 세포의 처분에 내맡김으로써 조용히 삶을 마감한다.


당신을 만드는 데는 총 70억×10억×10억(7,000,000,000,000,000,000, 000,000,000, 즉 7자) 개의 원자가 들어간다. 그 70억×10억×10억 개의 원자가 당신이 되기를 매우 절실히 원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인간 신체기관의 비밀들에 대해 방대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원자’ ‘DNA’ 등 생물 용어나 화학 용어만 봐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도 비틀어 표현하는 빌 브라이슨의 글에는 빨려 들어간다.


“어쨌거나 원자는 그 어떤 생각도 개념도 지니지 못한 그냥 입자일 뿐이다. 그러나 그 원자들은 당신이 존재하는 동안, 어떻게든 당신이 계속 활동을 하고, 당신을 당신으로 만들고, 당신에게 형태와 모습을 제공하고, 당신이 삶이라는 희귀하면서 대단히 흡족한 조건을 즐길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무수한 체계들과 구조들을 만들고 유지할 것이다. 그 일은 당신이 실감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다. 전부 풀어헤치면 당신은 정말로 엄청난 존재다.

 

당신의 허파는 모두 펼치면 테니스 코트만 하며, 그 안에 든 공기 통로들은 모조리 이으면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 뻗어갈 것이다. 몸의 혈관을 전부 이으면 지구를 두 바퀴 반 감을 만큼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DNA다. 모든 세포에는 모조리 이으면 1미터쯤 되는 DNA가 빽빽하게 감겨서 들어 있다. 몸에는 세포가 아주 많으므로, 몸에 든 모든 DNA를 한 가닥으로 죽 이으면 160억 킬로미터는 된다. 명왕성 너머까지 뻗어나갈 길이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당신 안에는 태양계를 벗어날 만큼 긴 것이 들어 있다고. 당신은 말 그대로 우주적인 존재다. 그러나 당신의 원자는 단지 기본 구성단위일 뿐이며,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이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말하기가 쉽지 않다.

 

생명의 기본 단위는 세포다. 그 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세포는 분주하게 일하는 것들-리보솜과 단백질, DNA, RNA, 미토콘드리아, 그밖에 많은 미세한 것들-로 가득하지만, 어느 것도 그 자체로는 살아 있지 않다. 세포 자체는 그것들을 담고 있는 칸막이, 일종의 작은 방, 격실일 뿐이며, 그 칸막이 자체는 다른 여느 방들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든 하나로 모이면, 당신은 생명을 가지게 된다. 과학은 아직 그 부분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앞으로도 죽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 가장 놀라운 부분은 세포에 관리자가 전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세포의 각 성분은 다른 성분들로부터 오는 신호에 반응한다. 이 모든 성분들은 아주 많은 범퍼카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서로 부딪히고 뒤엉키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이 모든 무작위 운동들로부터 매끄럽고 조화로운 운동이 출현한다. 세포 속 전체에서만이 아니라 당신 개인의 우주인 몸의 각 부위들에서도 세포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몸 전체를 조화롭게 움직인다.”

 

세포와 DNA 이야기


“세포의 중심은 세포핵이다. 그 안에는 세포의 DNA가 들어 있다. 길이가 1미터에 달하는 DNA는 칭칭 감겨서 우리가 무한소(無限素)라고 부를 만한 공간 안에 들어가 있다. 그렇게 긴 DNA가 세포핵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아주 가늘기 때문이다. DNA 200억 가닥을 나란히 늘어놓아야만 사람의 가장 가느다란 머리카락 굵기만 해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엄밀히 말하면, 세포핵을 지닌 모든 세포에는 DNA 사본이 2개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DNA를 전부 이으면 명왕성 너머까지 뻗을 만큼 긴 것이다.

 

DNA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 DNA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의 DNA는 그저 우리를 만드는 제작 설명서일 뿐이다. 생물 교과서뿐만 아니라 무수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했을 테니 당신도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DNA 분자가 두 가닥이 서로 연결되어 비틀린 사다리 모양의, 유명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DNA는 염색체라는 큰 토막으로 나뉘어 있고, 각 염색체는 유전자라는 더 짧은 개별 단위들로 이루어진다. 유전자의 총합이 바로 유전체다.


DNA는 대단히 안정적이어서 수만 년 동안 존속할 수 있다. 덕분에 현재 과학자들은 먼 과거의 인류도 연구할 수 있다. 편지든 보석이든 애지중지하는 가보든 간에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물품들 중에서 1000년 동안 남아 있을 것은 아마 없겠지만, 당신의 DNA는 남을 것이 거의 확실하며, 누군가가 굳이 살펴보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복원도 가능할 것이다.

 

DNA는 정보를 대단히 충실하게 전달한다. 복제되는 문자 10억 개당 약 1개꼴로 오류가 일어날 뿐이다. 세포 분열이 한 번 일어날 때, 이 오류, 즉 돌연변이는 3개쯤 생긴다. 몸은 이 돌연변이들을 대부분 무시할 수 있지만, 아주 이따금 지속적인 의미를 지나는 것이 생겨난다. 그것이 바로 진화다.”


“유전체의 모든 성분들은 오직 단 한 가지 목적을 가진다. 당신의 혈통을 계속 잇는 것이다. 당신이 지닌 유전자들이 엄청나게 오래되었으며 아마도 영속할 가능성이 있다-아무튼 지금까지는 그랬으니까-고 생각하면 조금은 겸허해진다. 당신은 죽어서 사라지겠지만. 당신의 유전자는 당신과 당신의 자손들이 계속 대를 이어가는 한 존속할 것이다.

 

그리고 생명이 시작된 이래로 30억 년 동안 당신에게로 이어진 혈통이 단 한 번도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은 당신의 모든 선조들이 삶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성공으로 이어진 사슬이었다. 구체적으로 유전자가 하는 일은 단백질을 만들 명령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몸에서 유용한 것들의 대다수는 단백질이다. 그중에는 화학적 변화를 촉진하는 효소가 있고, 또한 화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호르몬도 있다. 병원체를 공격하는 것들은 항체라고 불린다.”


빌 브라이슨은 “우리 몸 안에 몇 종류의 단백질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추정값도 수십 만 가지에서 100만 가지 이상까지 다양하다”면서 “유전학의 역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유전적으로는 사실상 동일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DNA의 99,9퍼센트가 같지만.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똑같지 않다. 나의 DNA와 당신의 DNA는 약 300만~400만 곳이 다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비율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다르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찬미하라, 당신의 몸


“인간의 몸은 종종 기계에 비유되고는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뛰어나다. (대체로) 정기 수리를 받거나 예비 부품으로 교체할 필요 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수십 년간 가동되고, 물과 몇 종류의 유기화합물로 작동하며, 부드러우면서 조금은 사랑스럽고, 이동성과 융통성을 갖추고, 열정적으로 스스로 번식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고, 애정을 느끼고,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느낀다.

 

이런 일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기계를 과연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이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당신은 진정으로 정의로운 존재다. 그러나 당신이 그렇다면, 지렁이도 마땅히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 존재의 영광을 어떻게 찬미하고 있을까? 음, 대다수는 운동을 최소로 하고 최대한 많이 먹음으로써 찬미한다. 당신이 온갖 정크 푸드를 목으로 집어넣으면서 인생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빛을 내는 화면 앞에서 거의 식물인간 상태로 축 늘어져서 보내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어떤 친절하면서 기적적인 방식으로 우리 몸은 우리를 돌보고, 우리가 입으로 집어넣는 잡다한 음식물로부터 영양소를 추출하고, 수십 년 동안 일반적으로 꽤 높은 수준으로 어떻게든 계속 몸을 유지한다. 생활습관을 이용한 자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설령 거의 모든 일에서 잘못된 생활습관을 채택할 때도, 우리 몸은 우리를 유지하고 보존한다. 우리 대다수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렇다는 것을 증언한다. 흡연자 6명 중 5명은 폐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심근경색의 가장 유력한 후보자들 중 대다수는 심근경색을 일으키지 않는다. 매일 우리 세포 중 1~5개는 발암성을 띠고, 면역계가 그것들을 포착하여 죽이는 것으로 추정되어왔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일주일에 20여 번, 1년이면 1000번 넘게 당신은 이 시대의 가장 끔찍한 병에 걸리지만, 그때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주 이따금 암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우리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암은 드물다. 몸에 있는 세포들은 대부분 잘못되는 일 없이 계속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암은 죽음의 흔한 원인일 수 있지만, 인생에서 흔한 사건은 아니다.


우리 몸은 거의 줄곧 다소 완벽하게 조화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37.2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우주다. 두통, 배앓이, 별난 병이나 뾰루지는 모두 우리가 불완전함을 선언하는 정상적인 과정들이다. 우리를 죽일 수 있는 것들은 수천 가지다. 세계보건기구가 집대성한 국제 질병 사인 분류에 따르면, 약 800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하나하나를 전부 피하다가 한 가지에 걸릴 뿐이다. 우리 대다수에게는 그리 나쁜 장사가 아니다.


분명히 우리는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턱이 너무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타고난 치아를 다 받아들이지 못해서 매복 사랑니가 있으며, 골반이 너무 작아서 아기를 낳을 때에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절망적일 만큼 요통에 걸리기 쉽다.

 

우리가 가진 장기들은 대부분 자체 복구가 되지 않는다. 제브라피시는 심장이 손상되면, 새 조직이 자란다. 그러나 우리에게 심장 손상은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거의 모든 동물은 스스로 비타민 C를 만들지만, 우리는 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들을 갖추고는 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게도 마지막 단계를 이루는 효소만 없다.


인간 삶의 기적은 우리가 어떤 약점들을 타고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의 유전자는 심지어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인간도 아니었던 먼 조상들로부터 온 것임을 잊지 말기를, 그들 중에는 물고기도 있었다. 작고 털로 덮이고 굴속에서 살던 조상들도 많았다. 우리의 체제는 그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우리는 30억 년에 걸친 진화적 비틀고 다듬기의 산물이다.

 

아예 새롭게 시작하여 우리 호모 사피엔스에게 필요한 것들을 갖춘 몸을 지닌다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무릎과 등이 망가지지 않은 채 서서 걷고, 목이 메어 캑캑거릴 위험 없이 음식을 삼키고, 자판기에서 뽑아내듯이 아기를 쑥쑥 낳는 몸을 갖춘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떠다니는 단세포 방울로서 기나긴 역사를 거치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 뒤로 일어난 모든 일들은 하나의 기나긴 흥미로운 사건이었지만, 꽤 영광스러운 사건이기도 했다.”


빌 브라이슨은 이렇듯 쉴 새 없이 몰아치면서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아니 아플 때를 제외하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우리 몸이라는 놀라운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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