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문서위조 의혹 눈덩이…윤석열 사면초가 빠진 내막

6년 묵은 사건 검·경 동시 수사…표창장처럼 물고 늘어질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20 [15:58]

장모 문서위조 의혹 눈덩이…윤석열 사면초가 빠진 내막

6년 묵은 사건 검·경 동시 수사…표창장처럼 물고 늘어질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3/20 [15:58]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수면 아래에 덮여 있던 장모의 ‘문서위조 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표창장 문서 위조범’으로 몰아 지난해 하반기 내내 칼자루를 휘두르며 온 나라를 헤집던 윤 총장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장모의 문서위조 사건’ 때문에 발목이 잡히게 생겼다.

 

윤 총장의 장모 최모(73)씨의 ‘350억 가짜 은행잔고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이 ‘검토 중’이라는 핑계를 대며 뭉개는 사이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겠다며 치고 올라와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자 검찰은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이제는 한 사건을 의정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동시에 수사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건 발생 6년이 지나서야 주목을 받고 있는 윤 총장 장모의 ‘부동산 사기 의혹’ 사건의 미스터리를 따라가봤다.

 


 

MBC·뉴스타파 탐사보도 이후 ‘장모 사건’ 국민적 관심사로…
‘정경심 문서위조’라며 검사 대거 투입…‘장모 사건’은 검토만

 

검찰 뭉개는 사이 같은 사건 서울경찰청 고발…경찰도 수사 착수
3월18일 검찰 출석 통보받은 장모 최씨, 의정부지검에 안 나타나

 

6년 동안 수면 아래에 묻혀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은행잔고 증면서 위조 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와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잇따라 의미있는 탐사보도를 하며 의혹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수면 아래에 덮여 있던 장모의 '문서위조 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뉴시스>    

 

검찰총장 장모님 수상?


먼저 <스트레이트>는 3월9일 저녁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 편에서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2013년 ‘사문서 위조 사건’, 2015년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2011년 ‘사업가 정대택씨와의 분쟁 사건’ 등을 집중 조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최씨는 부동산 업자 안모씨와 경기도 성남의 도촌동 땅에 공동으로 투자해 이익을 나누기로 하고 350억 원에 달하는 잔고증명서 4장을 허위로 만들었지만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


또한 2015년에는 파주의 한 요양병원이 의료법상 불법인 수익보장 투자를 유치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는데, 이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 가운데 검찰의 수사망에서 빠져나간 사람은 윤 총장의 장모 최씨가 유일했다.


특히 <스트레이트>는 사업가 정대택씨와의 분쟁 사건 관련해 “검찰 수사도, 법원 재판도 미심쩍은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씨는 2003년 부동산 사업자 정대택씨와 함께 채권 투자에 뛰어들었다. 정씨가 투자 정보를 가져오면 최씨가 초기 계약금을 대는 방식의 동업이었고, 법무사 백모씨가 입회한 가운데 이익이 나면 똑같이 나눈다는 내용의 ‘약정서’까지 썼다. 하지만 실제로 50억 원이 넘는 이득이 생기자 두 사람은 갑자기 소송전에 돌입한다. 최씨가 강압에 의해 ‘약정서’를 작성했다며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한 것.


결국 정대택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2008년 8월 출소했다. 하지만 법무사 백씨가 “이익을 나누자”는 약속을 어긴 건 최씨였다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백씨는 이 같은 내용의 자수서를 검찰에도 제출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생각에 정씨는 이 자수서를 근거로 최씨를 처벌해달라고 고소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 처분했고, 도리어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 개입?


MBC <스트레이트>에 이어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한 걸음 더 들어간 보도로 주목을 끌었다. 


<뉴스타파>는 3월13일자로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이어 윤 총장의 장모 최씨와 관계된 의혹들을 취재해왔다”면서 “그 결과, 윤 총장의 장모 최씨 관련 사건들에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도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해 파문을 키웠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정대택 사건’에서 윤 총장 장모에게 유리한 결정적 위증을 한 법무사 백씨에게 자기 명의의 아파트를 넘겨주었을 뿐 아니라, 1억 원을 직접 전달하려고 시도했다는 것.


‘은행잔고 증명서 위조 사건’에서도 김건희씨는 윤 총장 장모 최씨의 동업자 안씨에게 접대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건넸으며 문제의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든 장본인은 당시 김건희씨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은행잔고 위조 의혹 사건’은 앞서 2018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 무렵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던 윤 총장에게 ‘윤 총장이 장모 사건을 덮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윤 총장이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여 세간에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윤 총장은 장모 문제와 관련해 고소된 사건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총장은 해당 의혹을 거론한 장제원 의원에게 “이 사건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시냐”, “이게 지금 어디에 고소가 됐거나 소송이 들어온 게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아니 그러면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6년 묵은 사건 뒤늦게 수사


최근 두 매체의 탐사보도 이후 검찰이 윤 총장을 의식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거나 윤 총장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윤 총장과 장모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가자 검찰은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사건 발생 6년 만인 2019년 10월 ‘사문서 위조 사건’을 배당받은 의정부지검은 지난 5개월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다가 <스트레이트>와 <뉴스타파> 보도로 논란이 커진 뒤에야 부랴부랴 피해자와 최씨의 동업자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윤 총장의 장모에게도 검찰 출석을 통보했다.


장모 최씨와 관련한 분쟁은 은행잔고 증명서·약정서·주주명부 등 문서 위조 논란이 빚어진 사건만 줄잡아 4건이다.


현재 피의자 신분인 최씨는 2013년 동업자 안모씨와 이익을 나누기로 약속하고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공동매입하는 과정에서 350억 원대의 위조 통장 잔고증명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은 법정 증언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위조한 김모씨가 증명서의 발행처로 돼 있는 금융회사 관계사의 이사 출신으로,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 회사의 임원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부인 김씨도 위조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모 최씨는 3월18일 의정부지검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사의 칼자루를 잡은 의정부지검은 피진정인 신분인 최씨의 출석 여부에 대해 수사관계 사항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도 지난 2월부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지난 1월 같은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윤 총장의 장모 최씨와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지난 2월부터 수사에 착수했다고 3월1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 혐의와 함께 다른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며 “이달 초 고발인을 비롯해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도 진정서가 접수돼 같은해 10월 의정부지검에 배당됐다. 의정부지검은 최근 가짜 잔고증명서에 속아 돈을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잔고증명서의 위조 시점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최씨의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도 최씨가 소송 사기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이 돼 있다. 정모씨는 지난 2월 최씨를 비롯해 윤 총장과 그의 부인도 고소·고발했다. 최씨를 소송사기죄 및 무고죄 등으로, 윤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접수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산하의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된 상태다.


이렇듯 윤 총장의 장모 관련 의혹을 두고 수사가 세 갈래로 나뉘어진 건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의혹과 소송 사기 연루 의혹 등으로 검찰과 경찰에 각각 고소·고발장 등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내용의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에서도 ‘은행잔고 위조 사건’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법무부로부터 진정을 배당 받은 검찰이 사건 수사를 지지부진 뭉개고 있는 사이, 경찰이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특히 경찰은 관심을 모았던 공소 시효(2020년 4월1일 만료) 역시도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장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윤 총장은 장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관련 수사 상황을 일체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3월17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자신의 장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에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검도 윤 총장 장모 의혹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장모 관련 의혹에 대해 “나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사건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하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윤 총장 장모의 ‘사무서 위조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태도를 둘러싸고도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9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진정서가 접수돼 10월 대검을 통해 의정부지검에 배당됐으나 검찰은 적극 수사를 하지 않다가 언론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관련자를 부르는 등 조사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세간에선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해 강도 높게 조사를 벌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비교하기도 한다.

 

임은정 “2주면 실체 밝힌다”


이런 가운데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사건 발생 6년 동안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최씨의 은행잔고 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2주 안에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임 부장검사는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 방송을 내보낸 다음날인 3월17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저도 MBC <스트레이트>를 본방 사수했다”며 “어느 검사실에 고이 잠들어 있는 민감한 사건 기록을 깨우는 데는 언론만 한 특효약이 없다”고 꼬집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어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일부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면서 “수사력만 집중하면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발족이 머지않은 때라 예전처럼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덮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바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검찰권이 검찰총장 일가나 조직과 같은 특정 세력을 위해 쓰이지 않도록 검찰에 관심 갖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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