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야멸찬 소송’ 논란

12세 고아소년에게 “2600만 원 물어내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27 [14:19]

한화손보 ‘야멸찬 소송’ 논란

12세 고아소년에게 “2600만 원 물어내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3/27 [14:19]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소년의 아빠 숨진 후 보험금 지급…6년 만에 구상금 청구
딱한 사연 알려지자 비난 여론…한화손보 대표 대국민 사과

 

▲ 한화손해보험이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사실상 고아가 된 12세 초등학생을 상대로 ‘야멸찬 소송’을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화손해보험이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홀로 남겨진 12세 초등학생을 상대로 ‘야멸찬 소송’을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빠가 사망한 후 베트남인 엄마마저 모국으로 돌아가 사실상 고아가 된 아이를 상대로 2600만 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이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누리꾼의 비난이 쏟아지자 한화손해보험은 소송을 취하하고 고개를 숙였다.


소년의 아빠 A씨는 지난 2014년 6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전남 장흥의 한 사거리에서 자동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자동차 동승자도 다쳤는데 과실 비율은 5대 5였다.


당시 자동차 운전자의 보험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은 A씨 유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A씨의 아내는 모국인 베트남으로 돌아간 뒤라 아내 몫으로 받을 5000만 원은 제외한 채 상속 비율에 따라 A씨의 아들 B군의 후견인인 고모에게 40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4년 뒤 자동차에 타고 있다가 다친 동승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이 동승자에게 치료비 5300만 원을 지급하고, 5대 5의 과실비율에 따라 2600만 원의 구상금을 사실상 고아가 된 B군에게 청구했다.


한화손해보험 측의 구상금 청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600만 원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건 상대가 사실상 고아인 B군이라는 점을 배려하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게다가 구상금 2600만 원은 A씨의 아내에게 지급될 5000만 원에서 상계 처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액 상계 처리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자녀에게 구상금 청구를 할 땐 법정 비율만큼만 청구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 측이 A씨 사망 직후 아내와 자녀의 상속 비율을 따져 보험금 중 일부인 4000만 원만 지급했으면서 4년 뒤 B군에게 구상금 전액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걸어 공분을 샀다.


결국 B군의 사연은 지난 3월23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가 유튜브를 통해 특정 보험사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관련 청원이 올라오고 여론이 따갑자 한화손해보험 측은 소송을 취하했고,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화손해보험은 3월25일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초등학생에 대한 소송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교통사고 당시 상대방(B군의 아버지 A씨)이 무면허·무보험 상태였기에 당시 사고로 부상한 제3의 피해자(차량 동승인)에게 손해 전부를 우선 배상했다”며 “이미 지급한 보험금 중 오토바이 운전자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구상금 변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구상금 청구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지만,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미리 당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소송을 취하했고 향후에도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미성년 자녀의 모친이 직접 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배우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적절한 방법이 없어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 방법이 확인되면 즉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회사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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