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박원순, 재난소득 해법 비교

이재명 “1인당 10만 원” 보편 지급 vs 박원순 “중위소득 이하” 선별 지급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27 [15:19]

이재명 vs 박원순, 재난소득 해법 비교

이재명 “1인당 10만 원” 보편 지급 vs 박원순 “중위소득 이하” 선별 지급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3/27 [15:19]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2~3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우리 경제가 멈춰 설 조짐을 보이자 3월 초순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는 주장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기본소득’ 관련 논의에 가장 먼저 불을 댕긴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그는 3월6일 “경제가 거의 멈추는 비상상황이 도래하는 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본소득 개념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3월24일에는 “경기도민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을 대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점은 이 지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 여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박 시장과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가장 먼저 ‘기본소득’ 불 지핀 이재명, 3개월 기한 지역화폐 지급
박원순 “기본소득 취지 공감하지만 재원 한계…지급 대상 제한해야”

 

재난기본소득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뜨거운 화두’로 등장했다.


재난소득은 불가항력의 재난이 닥쳤을 때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금액의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미래당, 녹색당 등 원외정당들이 일찍부터 기본소득 주장을 펴왔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코로나19 위기 해법 중 하나다. 이재웅 쏘카 대표 등 일부 기업인도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효과로 재난소득 급물살


그러나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점을 찍던 지난 3월 초순께 기본소득 논의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지방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 주장이 제기됐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국민 1인당 1000달러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가 마구 번지기 시작하던 3월18일 대대적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역병이 창궐하고 주가가 폭락하자 다급해진 그는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 “우리는 크게 가겠다”며 대대적인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크게 가는’ 정책 중 하나로 “국민에게 1인당 1000달러씩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그는 부양책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멈춰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럽의 몇몇 나라와 일본도 전시 상황에 준하는 ‘돈 풀기’에 돌입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당초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미온적이던 우리 정치인들도 대놓고 ‘재난기본소득’ 지원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 '기본소득' 관련 논의에 가장 먼저 불을 댕기고, 목청 높여 지급을 주장하는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재명 재난소득 보편 지급


‘기본소득’ 관련 논의에 가장 먼저 불을 댕기고, 목청 돋워 재난소득 도입을 주장한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2~3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우리 경제가 멈춰 설 조짐을 보이던 3월6일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며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함께한 합동 브리핑에서 “경제가 거의 멈추는 비상상황이 도래하는 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구·경북처럼 경제적 피해가 막대한 지역에 먼저 지급하면 경제를 정상화하고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펌프로 치면 지금은 물이 다 빈 상태라 마중물이 필요한데 금융지원, 세제지원 이런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건 언 발의 오줌 누기 같아서 자칫하면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정부의 추경안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며 “국민이 실제로 처분할 수 있고 그 처분을 통해 지역경제가 조금씩 순환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1인당 1000달러 지급’ 발표 다음날인 3월1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집행이 논의되고 그 중심에 재난기본소득이 있다”며 재난기본소득 즉각 도입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대공황에 버금가는 주가폭락이 이어지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이해 통상적 경제 재정정책의 확장이 아닌 전례 없는 비상적 대응을 시행할 때”라며 “재난기본소득은 경제가 정상일 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시행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재난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이다. 국민 중 일부를 골라 굳이 가난뱅이 낙인을 찍으며 지급하지 말고, 차라리 모두에게 지급한 후 지급대상 아닌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더 쉽고 사회통합과 격차 완화에 더 좋다”며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결국 닷새 뒤인 3월24일 광역단체 최초로 “4월부터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난기본소득 10만 원 지급과 관련 “실효성은 물론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보다는 떨어지겠지만, 경기도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증대로 연결될 것”이라며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 법인세를 감면해 주거나 기업에 직접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에는 그것으로 그냥 끝나 버린다”며 “경기도민 모두에게 지급되는 재난기본소득은 가계 지원, 영세 자영업자 매출 증대에 더해 기업의 생산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경기도민이 낸 세금, 내도록 정해진 세금을 더 알뜰하게 잘 쓰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낭비적 요인을 없애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재난기본소득 지급 금액) 전액을 채우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중앙정부는 재난기본소득을 놓고 일부 취약계층에 지급할지, 소수의 고소득자나 자산가를 제외하고 상당수에게 지급할지, 얼마 정도를 지급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야 간 정치적 협상도 있어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이렇게 소액이나마 재난기본소득을 추진하는 것은 기본소득 자체가 가능하고 경제효과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의 협의나 재정을 담당하는 정부 관료, 청와대 참모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단기간에 전액 소비되게 함으로써 가계지원 효과에 더해 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라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재난소득 선별 지급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난기본소득 접근 방식은 이 지사와 결이 다르다. 박 시장은 취약계층인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117만7000가구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민한 결과 실사구시적이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 재난긴급생활비"라면서 선별적 지급 주장을 폈다.


서울시는 3월17일 8619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 원을 지급하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시행한다고 3월18일 발표했다.


박 시장은 3월18일 서울시청에서 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 중위소득 100% 이하 총 117만7000가구에 최대 50만 원씩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며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밝히면서 “어젯밤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에는 재난 사각지대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재난긴급생활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여기에는 서울시민 약 300만 명에 해당되고 전체 3분의 1에 해당된다”며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 또 영세 자영업자, 공연예술인, 아르바이트생, 시간강사 등 코로나19로 인해서 소득 격감을 겪고 있는 중위소득 100% 이하의 실질적인 피해계층이 그 대상”이라고 밝혔다.


소요재원과 관련해선 “가용 가능한 모든 예산을 총동원해서 총 327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우선 재난관리기금을 통해서 집행하고 부족한 재원은 추경을 통해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탓에 계층 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왔고, 재난의 피해는 모두가 같은데 일부에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시장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이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원되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2~3차에 걸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3월2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서울시는)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디까지 갈지, 이런 문제도 있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세 번 지급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서울시) 예산이 충분하다면 오히려 두세 번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 입은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재원이 확보된다 해도 무차별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보다 소득이 필요한 가구에 긴급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이 실질적이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또한 “국가는 국민이 가장 고통 받는 지점에 존재해야 한다”며 “긴급복지대책으로 시행한 재난긴급생활비는 가장 합리적이고 실질적이고, 즉시적인 조치”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동일한 금액을 주는 것이 재난기본소득인데, 모든 사람에게 주면 좋겠지만 재원의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충분하다면 서울시처럼 중위소득 이하에 두세 번씩 주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재원마련을 위한 정부의 동참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지금 부동산 거래도 완전히 끊겼고 하반기 세수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것들을 고민한 결과 실사구시적이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 재난긴급생활비”라고 설명했다.

 

어느 쪽 정책 약발이 더 셀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얼어붙은 경기를 녹이는 대책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시민들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박 시장처럼 기본소득에는 공감하지만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쪽과 모든 사람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식 재난소득 vs 박원순식 재난소득. 두 가지 정책 중 어떤 것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생계를 돕고, 침체 일변도인 소비심리를 살리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포토뉴스
6월 둘째주 주간현대 1146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