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앨범 공개, 가수 장필순 인터뷰

“나는 소심한 사람…그래도 착한 어른으로 살겠다”

이제훈(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4/03 [11:55]

2년 만에 앨범 공개, 가수 장필순 인터뷰

“나는 소심한 사람…그래도 착한 어른으로 살겠다”

이제훈(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4/03 [11:55]

“저의 20대 중반부터 30년 넘게 사랑받은 곡 외에도 제가 부족해서 너무 좋은 노래들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들, 그리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풀어 쓴 노랫말들이 전달되지 않은 곡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부터 차분히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이 지난 3월31일 음원 사이트에 새 앨범 <수니: 리:워크(soony re:work)-1>을 공개했다. 지난 2018년 8월 발표한 <수니 에이트(soony eight): 소길화(花)>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기존 발표곡 중 13곡 추려 3년가량 재편곡 작업 후 공개
음악만 했지 다른 것에는 문외한 “유튜브 라이브 첫경험”

 

▲ 지난 3월31일 음원 사이트에 새 앨범 ‘수니: 리:워크(soony re:work)?1’을 공개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새로운 앨범 발매를 기념해 레이블 <최소우주> 유튜브 채널에서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와 인터뷰를 진행한 장필순은 그간 발표한 곡들 중에서 13곡을 추렸으며 그 기준은 따로 없다고 했다.


1989년 1집 <어느새>부터 2013년 7집 <수니(soony) 7>까지 독집과 옴니버스 앨범으로 발표한 곡 중 애정이 가고 재편곡 욕심이 나는 13곡을 곡 발표순서와 상관없이 골라 다시 작업했다. 이 가운데 12곡은 지난해 음원으로 먼저 선보였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어느새>를 더해 앨범이 완성됐다.


3년가량 작업한 앨범은 타이틀곡 <어느새>로 시작된다. <철망 앞에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full ver.)> <보헤미안 a> <햇빛> <풍선> <tv, 돼지, 벌레>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piano ver.)>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보헤미안 b>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a guitar ver.)> <흔들리는 대로> <그대가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이>로 이어진다.
음악 동지인 조동익과 작업하면서 매순간 그때 하고 싶은 곡들을 골랐다고.


“동익 선배와 저의 그 순간의 감정을 제일 중시한 것 같아요. 그래서 리워크 곡의 싱글 발표 순서가 두서 없어요.” 


그런데 앨범에 실린 곡들은 ‘다시 불렀다’는 느낌보다 다른 노래로 태어난 느낌이다. 김민기의 곡인 <철망 앞에서>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조동진·조동익 형제가 이끈 음반 기획사 ‘하나음악’ 식구들이 같이 노래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동준·안치환 등 김민기와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했다. 당시 조동익도 같이 했다.


“오롯이 순수한 마음에서 토끼 모양(한반도)의 모든 것이 하나의 마음이 됐으면 합니다. 이 노래는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지만 선을 부수는 통일이 아니라 마음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치는 잘 몰라요. 이런 말을 하면 ‘저런 사람이 음악을 한다고?’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예전에 우리나라 대통령을 한 템포씩 늦게 알고 있었어요, 하하.”


조동진이 장필순 보고 ‘요즘 대통령도 잘 모른다’고 한 일화가 주변에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연령대가 바뀌었어요. 그런 분들이 우리나라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까 저도 거기에 동요가 됩니다. 그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을 소통하면서 늦게나마 재미를 붙이는 것 같아요. <철망 앞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벽을 허무는 노래로 생각해요.”

 

가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가수


여성 포크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손꼽히는 장필순은 서울예술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활동을 통해 역량을 다졌다. 정규 앨범 8장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통해 한국 포크를 상징하는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 포크로 음악적 성취를 이룬 후 5집에서 모던 록, 7집에서 앰비언트 등을 선보이는 등 음악 세계를 확장해왔다.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와 6집 <수니 6>은 으로 음악 웹진 백비트(100beat)가 선정한 1990년대, 2000년대 100대 명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8집 <수니 에이트-소길화>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음반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필순은 그리즐리, 밀릭, 원(ONE) 등 세대와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행보는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가장 존경하는 가수는 장필순’이라고 고백해 화제가 됐던 아이유를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존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필순은 2005년 조동익과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 터를 잡았다. 제주도가 음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연스럽고 평화로움도 보이고 듣는 분들이 하는 얘기가 숲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느낄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제주도민을 만나면 벽이 있다고 느꼈단다. 다가설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폐쇄적인 느낌이었는데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또 그걸 너무 긍정적으로 안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있고 싶다면, 공부를 해나가야 하죠. 이제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제주도민입니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유기견들도 키우고 있다. 특히 ‘프렌들리 핸즈’라는 이름으로 유기견 보호 활동도 하고 있다.


“함께하는 친구 중 한 명인 이효리는 고교 선후배 인연이에요. 이효리는 제주도로 오기 전부터 유기견과는 워낙 인연이 많았죠. 너무 열심히 해요. 제 집에는 유기견이 8마리 있어요. 많을 때는 11마리까지 있었죠. 그래서 내 별명은 ‘소길리 보호소 소장’이에요. 공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싶어요. 생명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관심이 시작이죠.”


이번 앨범은 조동익과 장필순의 레이블 도이키뮤직(doekeemusic)이 제작하고, 조동익의 동생이기도 한 조동희의 레이블 최소우주에서 발매를 맡고 있다. 최소우주는 조동진이 만든 하나음악과 푸른곰팡이로 이어져 오는 싱어송라이터 작가주의 음악집단을 계승하고 있다.


1990년대 출범된 하나음악에는 조동진·조동익·장필순·정혜선·김창기·한동준·이병우·김광민·고찬용·박용준·조규찬·유희열·조동희·윤영배·오소영·이규호 등이 함께했다. 이들 중 일부가 2000년대 푸른곰팡이에서 활동했다.


조동희는 “최소우주는 향후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뮤지션 간  협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음악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최소우주에서 음반을 준비 중인 ‘사우스 카니발’은 제주 로컬 스카 밴드다. 올해 초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신년특집 ‘너의 이름은 3’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필순은 사우스 카니발에 대해 “개성이 있고, 재미가 있는 친구들이에요. 음악적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라 저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제주도라는 섬이다 보니까 계속 만나게 됩니다”라고 했다.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을 하는 사람의 인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을 바라보는 자세도 중요하죠. 노력도 재능이에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인) 발레리나 강수진씨가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재능을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을 재능으로 타고난 사람이 더 앞서간다’가 맞는 거 같아요. 사우스 카니발이 그렇죠.”


이번 앨범은 조동익이 편곡 전반에 함께했다. 강영호 작가의 사진과 페이지터너의 디자인 아트워크가 눈에 띈다. 곧 CD로 오프라인에도 나오며 5월에는 LP로도 만날 수 있다. 장필순은 향후 꾸준히 재작업된 곡들을 모아 <리:워크(re:work)-2>도 선보일 계획이다.


장필순은 음악만 했지 다른 것에는 문외한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유튜브 방송을 위해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굉장히 쑥스럽다고 멋쩍어한 그녀는 “이제라도 이런 유튜브 라이브 같은 것들을 알게 돼 못 들려드린 음악들도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트로트도 다시 붐이 일어나고, 아이돌 음악도 계속 사랑받고 있지만 그 여러 가지 색깔들 중에 고통을 통해 음악을 창작해내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부탁드려요. 저는 소심한 사람이지만 선배로서 제 자리에서 그런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삶으로, 착한 어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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